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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있나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에 실용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용비어천가》를 편찬했습니다. 이렇게 훈민정음으로 된 최초의 문헌, 《용비어천가》는 특히 2장이 명문으로 꼽힙니다.
- 불휘 기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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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뮐
곶 됴토 여름 하
니
-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다
미 기픈 므른
래 아니 그츨
내히 이러 바
래 가
니
-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시내를 이루어 바다로 간다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참 오랜만에 읽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는 거의 매일 이 구절을 보고 있습니다. 하기는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횟수가 좀 줄기는 했습니다. 바로, 만 원권 지폐에서입니다.
지난 2007년에 새로 발행된 만 원권 지폐 앞면을 보면, 오른쪽에 세종대왕의 초상이 자리 잡고 있고, 지폐의 중앙 상단에 앞서 말씀드린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그림을 꼼꼼히 보면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 소나무, 폭포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조선 임금을 상징하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그림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입니다. 이처럼 만 원권 지폐의 앞면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임금으로서의 세종대왕을 보여주고 있다면, 뒷면은 과학군주로서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바탕에 옅게 깔린 별자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입니다. 별들의 위치는 고구려 때인 서기 1세기 경에 맞춰져 있는데요. 원래 석판에 새겨져 있었지만 672년 당나라와의 전쟁 때 잃어버리고 탁본으로만 남은 것을 1395년에 수정해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 민족이 수천 년전부터 독자적인 방식으로 별자리를 관찰해서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런가 하면, 지폐 왼쪽에 지구본처럼 생긴 틀에 여러 개의 원이 겹쳐 있는 기구가 보입니다. 혼천의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별자리를 관찰했던 기록이라면, 혼천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월오행성의 위치를 측정했던 천체시계였습니다. 세종 15년이었던 1433년에 이천과 장영실이 제작했지만 실물은 분실됐고, 우리가 만 원권 지폐에서 보고 있는 혼천의는 1669년에 송이영이 만든 것입니다. 천체의 현상뿐 아니라 서양의 자명종 시계 원리를 도입해서 시각까지 알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한 과학문화재입니다. 그렇다면 그 옆에 옅은 색으로 그려진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경북 영천시 보현산에 있는 반사식 광학천체망원경입니다. 지름 1.8미터로 수억 광년 떨어진 우주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수천 년 전, 수백 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육안으로 보았던 하늘의 운행을 지금의 과학자들은 이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만 원권 지폐는 세종대왕의 업적과 대한민국 천문학의 역사를 상징할 뿐 아니라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석 점이 들어 있었습니다. 《용비어천가》는 보물 제1463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국보 제228호, 송이영이 만든 혼천의는 국보 제230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문득, 돈이 돈이 아니라 작품으로 보입니다.
• 아티스트 : 정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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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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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있나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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