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이란이 마라톤 경기를 금지하는 이유

이란이 마라톤 경기를 금지하는 이유

ⓒ Pavel1964/Shutterstock.com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42.195킬로미터, 인간의 한계, 자기 자신과의 싸움, 신기록은 없고 최고 기록만 있는 경기, 올림픽의 꽃……, 마라톤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지한 나라가 있습니다. 이란입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세계대회에서 마라톤 종목에 출전했던 이란 선수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고, 1974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예 마라톤 종목이 제외됐습니다. 이란이 이렇게까지 마라톤을 미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라톤은 아크로폴리스에서 약 42킬로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평원의 이름입니다. B.C. 490년, 페르시아의 다리우스가 전함 6백여 척에 10만여 명의 정예 군사를 이끌고 아테네를 향해 진격했고 마침내 마라톤 평원에 이르렀습니다. 아테네의 병력으로 세계 최강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기란 누가 봐도 불가능했지만, 아테네군은 지략과 기적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페이디피데스가 이 기쁜 승전보를 알릴 전령으로 급파됐고 그는 아크로폴리스까지의 거리 42킬로미터를 쉼 없이 달려 자신의 임무를 완성한 후에 장렬하게 숨을 거뒀습니다. 마라톤은 페이디피데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마라톤 전투가 끝난 후에도 A.D. 393년까지 4년마다 개최된 고대올림픽에 마라톤이라는 경기는 없었습니다.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 때입니다. 그리스가 올림픽의 발상지이자 아테네가 1회 근대올림픽의 개최지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국의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린 페이디피데스의 정신이 과연 만국 공통의 스포츠 정신으로 계승할만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아테네가 패전하고 페르시아가 승전했다면 없었을 경기종목이고, 과장하면 B.C. 490년에 아테네가 페르시아 군대를 무찌른 역사를 세계가 마라톤으로 기념하는 셈인데요. 당연히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으로서는 언짢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리우스가 이끄는 최강의 무적 부대가 스파르타의 지원도 없던 아테네에게 완패한 전쟁을 구태여 마라톤으로 되씹을 이유는 더구나 없겠지요. 문제는 이런 서구 중심의 시각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것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300〉은 다리우스의 아들 크세르크세스가 마라톤 전투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그리스를 침략한 것이 배경입니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보기에 적잖이 불편했습니다. 백인 우월적인 시선으로 페르시아를 너무 미개하게 묘사했기 때문인데요. 한때 훌륭한 문명을 누렸던 대제국을 그렇게 묘사한 것이 아시아에 대한 편견으로 보여 언짢았습니다. 흔히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시 쓰이기도, 과장해서 쓰이기도 하지요.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출처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전체목차
Chapter 01. 그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은 누구일까?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킨 미인은 누구일까? 아메리칸 이브는 누구일까? 댄디즘의 시조는 누구일까? 뱀파이어는 누구일까? 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일까?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누구일까? 누가 디즈니 성을 지었을까? 혼자서 궁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세계 최초의 건축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일까? 멘토는 누구일까? 〈아테네 학당〉에 여성이 있을까, 없을까? 고대에 광선총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발을 유행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옴브라 마이 푸〉를 부른 세르세는 누구일까? 우산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화투의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바다의 무법자, 해적왕은 누구일까? 보물선을 발견하면 주인은 누구일까? 클레멘타인의 아버지는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 백만 송이 장미를 받은 여인은 누구일까? 누가 살리에리를 모차르트를 시기한 자로 만들었을까? 신사의 결투로 죽음을 맞이한 시인은 누구일까? 세계 3대 악처는 누구일까? 누가 온달을 바보로 만들었을까? 지리산의 산신은 누구일까? 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돌하르방은 누구일까? 도깨비는 누구일까? 갑은 누구일까? 교활, 낭패, 유예는 누구일까? 최초의 실루엣 그림 속 인물은 누구일까?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는 누구일까?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1등보다 유명한 2등은 누구일까?
Chapter 02. 매일 하다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새벽은 어떻게 올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곤충과 동물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세대차이는 인류의 난제일까? 표정은 감정과 일치할까?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화장은 왜 하기 시작했을까? 인간에게 털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죽게 될까?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문자가 없는 사회는 미개할까? 손짓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사면 효과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 물고기도 겨울잠을 잘까?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남자들도 하이힐을 신었을까? 왜 8등신일까?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 있을까?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언제부터 쌀을 먹었을까? 트림과 방귀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을까? 왜 정신이 없을까? 책상을 청소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디지털 치매, 진짜 해로울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중독일까?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일반상식

일반상식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Daum백과] 이란이 마라톤 경기를 금지하는 이유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