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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이란이 마라톤 경기를 금지하는 이유
42.195킬로미터, 인간의 한계, 자기 자신과의 싸움, 신기록은 없고 최고 기록만 있는 경기, 올림픽의 꽃……, 마라톤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지한 나라가 있습니다. 이란입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세계대회에서 마라톤 종목에 출전했던 이란 선수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고, 1974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예 마라톤 종목이 제외됐습니다. 이란이 이렇게까지 마라톤을 미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라톤은 아크로폴리스에서 약 42킬로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평원의 이름입니다. B.C. 490년, 페르시아의 다리우스가 전함 6백여 척에 10만여 명의 정예 군사를 이끌고 아테네를 향해 진격했고 마침내 마라톤 평원에 이르렀습니다. 아테네의 병력으로 세계 최강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기란 누가 봐도 불가능했지만, 아테네군은 지략과 기적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페이디피데스가 이 기쁜 승전보를 알릴 전령으로 급파됐고 그는 아크로폴리스까지의 거리 42킬로미터를 쉼 없이 달려 자신의 임무를 완성한 후에 장렬하게 숨을 거뒀습니다. 마라톤은 페이디피데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마라톤 전투가 끝난 후에도 A.D. 393년까지 4년마다 개최된 고대올림픽에 마라톤이라는 경기는 없었습니다.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 때입니다. 그리스가 올림픽의 발상지이자 아테네가 1회 근대올림픽의 개최지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국의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린 페이디피데스의 정신이 과연 만국 공통의 스포츠 정신으로 계승할만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아테네가 패전하고 페르시아가 승전했다면 없었을 경기종목이고, 과장하면 B.C. 490년에 아테네가 페르시아 군대를 무찌른 역사를 세계가 마라톤으로 기념하는 셈인데요. 당연히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으로서는 언짢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리우스가 이끄는 최강의 무적 부대가 스파르타의 지원도 없던 아테네에게 완패한 전쟁을 구태여 마라톤으로 되씹을 이유는 더구나 없겠지요. 문제는 이런 서구 중심의 시각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것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300〉은 다리우스의 아들 크세르크세스가 마라톤 전투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그리스를 침략한 것이 배경입니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보기에 적잖이 불편했습니다. 백인 우월적인 시선으로 페르시아를 너무 미개하게 묘사했기 때문인데요. 한때 훌륭한 문명을 누렸던 대제국을 그렇게 묘사한 것이 아시아에 대한 편견으로 보여 언짢았습니다. 흔히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시 쓰이기도, 과장해서 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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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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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이란이 마라톤 경기를 금지하는 이유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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