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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혼자서 궁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하얀 도화지에 그려봤고, 지금도 꾸는 꿈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집’입니다. 어른이 되면 당연히 그런 집에서 살 줄 알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특히 서울에서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은 고사하고 자신의 명의로 된 집 한 칸 마련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 자신의 상상 속에 들어 있던 궁전을 끝내 지은 사람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루트비히 2세처럼 남의 고혈로 짓지 않고, 홀로,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지었습니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오트 리브라는 작은 마을에 살았던 우편배달부 페르디낭 슈발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슈발은 말수가 적은 성격에 딱히 이렇다 할 취미도 없는 데다 하는 일도 단조로웠습니다. 그렇다고 심심하고 따분하게 살았을 것 같진 않습니다. 상상과 공상에 빠지길 좋아했다고 하니까요. 특히 궁전이나 성채, 탑 같은 것을 상상하기 좋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런 것을 상상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어떻게, 얼마나 흐르는지 모르고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 지을까, 어떻게 지을까, 그 안을 어떻게 꾸밀까. 상상 속에서는 자유롭게 짓고 채우고 허물고 다시 세울 수 있지요.
그러나 상상에는 끝이 있습니다. 영혼만 있던 것에 뼈와 살을 붙이고 싶어 안달을 부리는 시점이 언젠가는 오고야 맙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상상은 서서히 사위기 마련이지요. 슈발 역시 더 이상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가난한 탓에 궁전을 보러 떠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상상이 망각이 되는가 싶었던 마흔세 살의 어느 날, 길을 가다 특이하게 생긴 돌멩이 한 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집에 가져와 그 돌멩이를 쳐다보고 있노라니 잊고 있던 꿈이 떠올랐습니다. 궁전, 성채, 탑…… 슈발은 돌을 모아 그것들을 직접 짓기로 결심합니다.
대분분의 사람들에게 허황된 꿈으로 보이는 일입니다. 설령 실행에 옮긴다 해도 사나흘 하다가 말 일이지요. 그러나 슈발은 매일 길에서부터 산자락까지 훑어가며 지천에 널린 돌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엔 호주머니에 넣을 정도로 작은 돌들도 있었지만 손수레에 실어야 할 만큼 큰 돌들도 많았지요. 돌을 가져올 수 있다면 몇 십 킬로미터를 오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왜 돌을 모으냐고 물으면 궁전을 짓기 위해서라고 대답했고, 그렇게 말하는 슈발을 사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습니다. 누구도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거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돌을 모은 지 25년째 되던 해, 슈발은 정말로 혼자서 궁전을 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8년 만인 1912년, 일흔여섯 살 되던 해에 마침내 궁전이 완성됐습니다. 길이 26미터, 폭 14미터, 높이 10미터, 혼자 지었다고 하기엔 누가 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손으로 쌓아올린 탑이며 조형물이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슈발의 상상 속에 존재한 대로 지은 궁전이라서 다른 건축양식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69년, 문화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는 슈발의 궁전을 높이 평가해서 문화재로 지정했고, 오늘날 많은 관광객들이 오트 리브를 찾는 이유가 됐습니다.
슈발은 건축가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며, 하물며 젊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가난하고 늙은 우편배달부였지요. 그러나 오로지 꿈을 향한 정열 하나로 자신의 궁전을 지었습니다. 이런 그가 생전에 남긴 말은 이루어질 수 있는 꿈만 꾸는 우리를 강렬하게 일깨웁니다. “당신의 나이가 몇 살이건, 바라는 것이 무엇이건 간에 담대하고도 지속적인 열정으로 정진한다면 당신은 분명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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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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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혼자서 궁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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