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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우리 문학작품들 중에 귀하게도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있습니다. 이문열이 1979년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집 《사람의 아들》에 실린 중편소설 〈들소〉입니다. 들소는 현존하는 인류 최초의 그림인 알타미라 동굴에도, 라스코 동굴에도 등장합니다.
동굴에서 벽화가 발견됐을 때 색채는 물론, 정교함과 입체감이 뛰어나 전문가들조차 지금으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시대에 그려졌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첨단장비를 동원한 정밀검사 결과 약 1만5천 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밝혀졌고 이 놀라운 사실은 원시인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단번에 바꿔버렸습니다.
이문열의 〈들소〉는 바로 그 들소를 그린 원시인의 이야기입니다. 평화롭던 부족 내부에서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투쟁이 벌어지고, 이름이 ‘들소에게 밟힌 자’일 만큼 힘이 없는 주인공은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동굴에 들소 그림을 그리고 떠납니다. 자기만의 들소를 찾아서 말이지요. 그런데 들소에게 밟힌 자를 생물학적으로 분류하면 어떻게 될까요? 참고로 현생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입니다.
들소에게 밟힌 자와 그의 친구들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생물학의 삼명법에서 가장 처음에 오는 단어는 유사한 종을 모은 ‘속’을 가리킵니다. 속 다음에 오는 단어는 ‘종’으로 구조적으로 조상이 같으며 수대를 내려오면서도 특성이 유지된 최소의 단위를 가리킵니다. ‘종’ 다음에 오는 단어는 ‘아종’이나 ‘변종’입니다.
이에 따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이라는 것을 알려 주지요. 제 학창시절에만 해도 없었던 학명입니다. 더불어 그 시절에 잘못 배운 사실이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 즉 크로마뇽인의 선조가 네안데르탈인이라는 것입니다. 1980년대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이와 관련한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그렇게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크로마뇽인은 동굴에 벽화를 그릴 만큼 예술적이었으며 또한 철학적이었지만, 권력을 둘러싸고 잔인한 투쟁을 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외모를 봤을 때 크로마뇽인은 지금의 인류와 모습이 거의 흡사합니다. 이에 비해 네안데르탈인은 유인원에 가깝지요.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서 크로마뇽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은 그로부터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DNA 분석결과 둘은 완전히 다른 유전자를 가진 다른 종으로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지금의 유럽대륙에서 수만 년 동안 공존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지요. 그러다가 약 3만 년 전쯤 네안데르탈인이 지구에서 사라져버립니다. 마치 공룡이 사라진 것처럼 갑작스럽게 멸종해버렸습니다. 그 후 지구는 구석기 시대의 최대 미스터리로 불리는 ‘창조적 폭발’로 이어지는데요. 크로마뇽인들의 손에서 세계적으로 아름답고 세련된 예술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 같은 먹잇감을 놓고 경쟁하는 적대 관계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뛰어난 체격과 힘을 가진 네안데르탈인과 뛰어난 지능을 가진 크로마뇽인의 잔인한 생존경쟁에서 최종 승자는 크로마뇽인이었지요. 그 덕에 현생 인류의 조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떤 학자는 네안데트탈인을 멸종시킬 만큼 잔인했던 크로마뇽인의 공격성이 집단무의식으로 남아서 타민족과의 전쟁을 벌일 때 더욱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행태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데요. 아무리 유전자의 힘이 강력하다고는 하나 1만5천 년 동안 복제됐으면 이제 희미해지거나 소멸할 만도 하지 않을까요. 흥미롭게도 그런 타민족에 대한 지독한 배타성이 이명법의 창시자인 스웨덴의 생물학자 카를 폰 린네의 생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그가 명명한 것으로 호모는 흙이 어원이고, 사피엔스는 슬기롭다는 뜻입니다. 신이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기독교의 창조론이 투영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인종을 분류할 때 흰 유럽인, 노란 아시아인, 검은 아프리카인, 붉은 아메리카인, 괴물인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하면서 이들의 특징을 이처럼 정의했습니다. “검은 아프리카인은 게으르고 교활하다. 노란 아시아인은 탐욕스럽고 산만하다. 붉은 아메리카인은 고집스럽고 화를 잘 낸다. 흰 유럽인은 창의적이고 겸손하며 법에 따라 행동한다.” 이 중 명칭조차 괴상한 괴물인은 흰 유럽인이 아니면서 유럽에 사는 사람들을 통칭한 것이었습니다.
식물학에 있어서는 높은 업적을 세웠지만 유럽인의 인종편견과 제국주의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었는지 추정할 수 있는 씁쓸한 대목이지요.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킨 것처럼 나치(흰 유럽인)는 괴물인(유대인)을 멸종시키려 했던 모양입니다. 혹자는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킨 방법으로 식인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잔인하게 다 먹어치움으로써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 뿐 아니라 식량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류의 역사는 슬기로움과는 거리가 먼, 잔인함에 뿌리를 두고 서막을 연 셈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들의 사회에는 집단과 계급도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무덤에서 구슬 장식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구슬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시간의 노동이 필요하지요. 이 사실은 누구는 명을 내리고, 누구는 명을 받아 노동을 하는 계급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미 3만 년 전에 말입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현생 인류의 조상과 관련해 가장 큰 미스터리는 이것입니다. 단계적으로 진화를 밟은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크로마뇽인은 진화의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디로부터 왔을까요? 까마득한 원시시대에 이토록 관심이 가는 이유, 인간이란 과연 본디 어떤 존재일까에 대한 호기심 때문입니다.
• 아티스트 : Arvo Pä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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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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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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