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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오늘날 음악회를 시작하는 시각은 평일의 경우 대부분 저녁 7시 30분이거나 8시입니다.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인의 퇴근시간과 이동시간을 반영했는데요. 그렇다면 시계가 발명되긴 했어도 널리 실용화되지 않았던 시절, 17~18세기 유럽에서 연주회는 언제 시작했을까요?
1778년 3월 26일, 루트비히 반 베토벤이 생애 첫 번째 연주회를 열었던 연도와 날짜입니다. 아들을 모차르트 같은 신동으로 자랑하고 싶었던 아버지는 여섯 살로 속여 광고했지만, 그때 베토벤은 여덟 살이었지요. 광고에는 연주회를 시작하는 시각도 적혀 있었습니다. 오후 5시입니다. 당시 유럽에서 공개 연주회는 이처럼 오후 5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날 저녁 7시가 하루 일과를 나누는 기준인 것처럼 당시에는 오후 5시가 그런 시각이기도 했지만, 해가 지고 나서 연주회를 열면 연주자에게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공연장의 불을 밝혀줄 양초 값을 연주자가 모두 부담해야 했으니까요.
양초 값이 얼마나 비쌌던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많이 잡아먹는다’는 서양 속담도 알고 보면, 늦게 자느라 괜히 아까운 양초를 허비하지 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하지요. 그렇다고 모든 연주회를 오후 5시에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보다 음악회를 시작하는 시간이 훨씬 다양했는데, 사회계층이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야 하는 시민은 이른 저녁 시간을 선호했지만, 그다지 할 일이 없는 귀족들은 늦은 시간을 선호해서 심지어 9시에 시작해서 밤새도록 공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연주회의 시작시각 자체는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시계가 발명되긴 했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고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해시계였습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연주회에 입장하는 시간은 오늘날처럼 엄격하지 않고 자유로웠습니다. 이에따라 첫 곡은 대부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연주됐고, 전체 연주 시간도 3~4시간으로 오늘날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연주회 1회 공연 시간이 서너 시간이라니, 관객이 힘들고 지루해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침소리도 참아야 할 만큼 일체의 소리를 삼가고 무대만 쳐다봐야 하는 오늘날과 달리 당시에는 음악감상에만 집중하지 않고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심지어 카드놀이를 하거나 술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분방한 연주회 모습은 오페라에서도 마찬가지라서 관객은 보고 싶은 장면만 골라서 보고 다른 시간에는 사교를 나누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일화는 오늘날 우리가 위대하다고 평가하는 작곡가와 음악가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관객의 산만한 관심을 집중시켰을 정도라면, 얼마나 아름답고 뛰어난 음악이었던가 싶기도 하지요. 참고로 17~18세기에 활동한 대표적인 음악가로 바흐와 헨델, 하이든, 베버, 비발디,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있습니다.
• 아티스트 : L. V. Beetho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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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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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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