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 Andrey Yurlov/Shutterstock.com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음악회를 시작하는 시각은 평일의 경우 대부분 저녁 7시 30분이거나 8시입니다.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인의 퇴근시간과 이동시간을 반영했는데요. 그렇다면 시계가 발명되긴 했어도 널리 실용화되지 않았던 시절, 17~18세기 유럽에서 연주회는 언제 시작했을까요?

1778년 3월 26일, 루트비히 반 베토벤이 생애 첫 번째 연주회를 열었던 연도와 날짜입니다. 아들을 모차르트 같은 신동으로 자랑하고 싶었던 아버지는 여섯 살로 속여 광고했지만, 그때 베토벤은 여덟 살이었지요. 광고에는 연주회를 시작하는 시각도 적혀 있었습니다. 오후 5시입니다. 당시 유럽에서 공개 연주회는 이처럼 오후 5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날 저녁 7시가 하루 일과를 나누는 기준인 것처럼 당시에는 오후 5시가 그런 시각이기도 했지만, 해가 지고 나서 연주회를 열면 연주자에게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공연장의 불을 밝혀줄 양초 값을 연주자가 모두 부담해야 했으니까요.

양초 값이 얼마나 비쌌던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많이 잡아먹는다’는 서양 속담도 알고 보면, 늦게 자느라 괜히 아까운 양초를 허비하지 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하지요. 그렇다고 모든 연주회를 오후 5시에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보다 음악회를 시작하는 시간이 훨씬 다양했는데, 사회계층이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야 하는 시민은 이른 저녁 시간을 선호했지만, 그다지 할 일이 없는 귀족들은 늦은 시간을 선호해서 심지어 9시에 시작해서 밤새도록 공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연주회의 시작시각 자체는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시계가 발명되긴 했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고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해시계였습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연주회에 입장하는 시간은 오늘날처럼 엄격하지 않고 자유로웠습니다. 이에따라 첫 곡은 대부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연주됐고, 전체 연주 시간도 3~4시간으로 오늘날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연주회 1회 공연 시간이 서너 시간이라니, 관객이 힘들고 지루해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침소리도 참아야 할 만큼 일체의 소리를 삼가고 무대만 쳐다봐야 하는 오늘날과 달리 당시에는 음악감상에만 집중하지 않고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심지어 카드놀이를 하거나 술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분방한 연주회 모습은 오페라에서도 마찬가지라서 관객은 보고 싶은 장면만 골라서 보고 다른 시간에는 사교를 나누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일화는 오늘날 우리가 위대하다고 평가하는 작곡가와 음악가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관객의 산만한 관심을 집중시켰을 정도라면, 얼마나 아름답고 뛰어난 음악이었던가 싶기도 하지요. 참고로 17~18세기에 활동한 대표적인 음악가로 바흐와 헨델, 하이든, 베버, 비발디,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있습니다.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아티스트 : L. V. Beethoven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출처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전체목차
Chapter 01. 그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은 누구일까?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킨 미인은 누구일까? 아메리칸 이브는 누구일까? 댄디즘의 시조는 누구일까? 뱀파이어는 누구일까? 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일까?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누구일까? 누가 디즈니 성을 지었을까? 혼자서 궁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세계 최초의 건축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일까? 멘토는 누구일까? 〈아테네 학당〉에 여성이 있을까, 없을까? 고대에 광선총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발을 유행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옴브라 마이 푸〉를 부른 세르세는 누구일까? 우산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화투의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바다의 무법자, 해적왕은 누구일까? 보물선을 발견하면 주인은 누구일까? 클레멘타인의 아버지는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 백만 송이 장미를 받은 여인은 누구일까? 누가 살리에리를 모차르트를 시기한 자로 만들었을까? 신사의 결투로 죽음을 맞이한 시인은 누구일까? 세계 3대 악처는 누구일까? 누가 온달을 바보로 만들었을까? 지리산의 산신은 누구일까? 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돌하르방은 누구일까? 도깨비는 누구일까? 갑은 누구일까? 교활, 낭패, 유예는 누구일까? 최초의 실루엣 그림 속 인물은 누구일까?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는 누구일까?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1등보다 유명한 2등은 누구일까?
Chapter 02. 매일 하다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새벽은 어떻게 올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곤충과 동물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세대차이는 인류의 난제일까? 표정은 감정과 일치할까?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화장은 왜 하기 시작했을까? 인간에게 털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죽게 될까?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문자가 없는 사회는 미개할까? 손짓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사면 효과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 물고기도 겨울잠을 잘까?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남자들도 하이힐을 신었을까? 왜 8등신일까?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 있을까?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언제부터 쌀을 먹었을까? 트림과 방귀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을까? 왜 정신이 없을까? 책상을 청소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디지털 치매, 진짜 해로울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중독일까?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일반상식

일반상식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Daum백과]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