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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지금도 어르신들은 들이나 산에서 밥을 먹을 때, 먼저 음식을 조금 떼어 자리 밖으로 던지며 “고시례~ 고시례~” 하십니다. 지방에 따라 고시례, 고시네, 고씨네 등 말이 조금씩 다른데 표준어는 고수레입니다. 이 말은 단군이 태어나기 전,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세상을 다스릴 때 생겼습니다.
환웅이 환인의 명을 받아 세상에 내려와 보니, 사람들이 아직 곡식을 심고 농사를 짓는 방법을 몰라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참 딱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고시씨(氏)에게 곡식을 주관해서 사람들을 먹여 살리도록 명했습니다. 고시씨는 사람들에게 곡식을 가꾸어 농사짓는 법과 짐승들을 모아 가축을 기르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그 덕에 먹고 사는 일이 수월해진 사람들이 고시씨의 은혜를 기억하고자 집 밖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음식을 조금씩 떼어 “고시례~”라고 했는데, 고시씨에 대한 예의라는 뜻입니다.
고시씨가 인류에 농사짓는 법과 가축 기르는 법을 가르쳐준 다음에 가만 지켜보니 걱정스러운 점이 또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음식을 날것으로 먹더라는 거지요. 모든 음식을 날로 먹다가는 배탈이 날 수도 있고 기생충에 감염이 돼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위험천만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고시씨도 어떻게 하면 불을 만들 수 있는지 알지 못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고시씨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손쉽게 불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숲 속을 거닐고 있었는데,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면서 달려들더랍니다. 고시씨가 호랑이를 큰소리로 꾸짖으면서 돌을 내던졌는데 돌팔매질 실력이 영 신통찮았던지 돌이 호랑이한테 맞지 않고 엉뚱하게도 바위 모서리에 맞으면서 ‘번쩍!’ 불꽃이 튀었습니다. 이것이 불의 발견입니다. 고시씨가 이를 보고 돌아와 사람들에게 돌과 돌을 서로 부딪치는 방법으로 불을 가르쳐 주었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돌과 돌을 부딪쳐서 불을 얻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지요. 세월이 흘러 단군 왕검 시절 부소씨가 마른 쑥을 재료로 쇠와 돌을 부딪쳐 좀 더 쉽게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부싯돌의 어원입니다. 불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개발한 부소씨에 대한 감사함을 담고 그의 공을 기린 말이지요. ‘고수레’와 ‘부싯돌’, 우리 고유의 신화에서 탄생해서 4천3백 년 넘게 내려온 말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오래된 말 속에는 대부분 어김없이 신화나 역사가 숨어 있기 마련인데요. 듣는 사람에 따라서 믿거나 말거나 할 수도 있지만 담긴 이야기가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 아티스트 :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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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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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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