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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디지털 치매는 진짜 해로울까
자주 통화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덧셈 뺄셈도 잘 하지 못합니다. 가사 자막이 없으면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없고, 몇 번이나 직접 운전하고 찾아간 길인데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내비게이션의 혜택을 너무 받은 나머지 우리가 잃어버리고 만 기억력과 암산능력, 바로 ‘디지털 치매’입니다.
최근 디지털 치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러다 정말 치매가 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일단 안심해도 좋습니다. 디지털 치매가 노인성 치매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하니까요. 노인성 치매가 뇌 신경세포 뉴런이 파괴되면서 발병한다면, 디지털 치매는 기억력의 문제라기보다 집중력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하나의 원칙을 따르는데 ‘생존에 꼭 필요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기억한다’입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기에 담을 수 있는 정보는 기억할 필요가 적은 정보로 인식해서 집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디지털 기기에 많은 정보를 담아두고, 버튼만 누르면 기억력과 사고 능력을 대신해주니까 뇌가 굳이 노력해서 기억하고 계산하고 사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지요. 그 결과 점점 기억하지 못하고, 계산하지 못하고,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갑니다. 그래서 참 큰일이다 싶은데 이에 대해 획기적인 주장을 한 학자가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입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디지털 치매가 진화의 과정이기 때문에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디지털 치매로 기억력이나 계산력 등이 떨어진 대신, 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하며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디지털 치매에 대한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다 싶지요. 다행히 같은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많아서 차라리 소소한 암기는 디지털 기기에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연구하고 발명하는 일에 머리를 쓰면 된다고 충고합니다. 그 역시 두뇌를 활용하는 일이라 뇌세포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러나 이런 고민도 2백 년 후에는 아예 하지 않게 될지 모릅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기억을 담당하는 두뇌 칩을 동물의 뇌에 이식하는 기술을 테스트 중입니다. 2200년 이후가 되면 인간의 뇌에도 이식 가능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뉴스를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랍기는 한데 반갑다기보다 두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기억이란 단순히 두뇌에 입력하고 출력하는 기능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무의식, 나아가 정체성과 연관돼 있으니까요.
글쎄요. 지금 생각으로는 아무리 똑똑해질 수 있다고 해도 기억을 두뇌 칩에 맡기고 싶지 않지만 아마 누군가는 똑똑해지고 싶어서 기꺼이 두뇌 칩을 삽입하고 싶어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맥락으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지금 나의 두뇌 칩을 휴대전화나 내비게이션에 맡겨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정신이 번쩍 듭니다.
• 아티스트 : Moz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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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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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디지털 치매는 진짜 해로울까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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