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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감정과 일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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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얼과 꼴을 합친 ‘얼꼴’에서 왔습니다. 얼은 영혼을, 꼴은 생김새를 뜻하니 얼굴은 곧 영혼의 생김새라는 뜻인데요. 얼굴을 보면 영혼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다는 의미일까요?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러비언 박사에 따르면,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8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시각적인 요소이며 55퍼센트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중 20퍼센트는 태도, 나머지 35퍼센트는 표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대화를 나눌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표정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남녀 직장인 8백여 명을 대상으로 첫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앞서 메러비안 박사의 주장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1위가 표정으로 무려 74.5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환하게 웃는 인상과 친절이 몸에 밴 스마일 형이었습니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얼굴, 특히 표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지요. 우리가 이처럼 상대의 표정에 민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의식중에 표정을 통해 얼과 꼴, 즉 영혼의 생김새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표정과 감정은 반드시 일치할까요?

대체로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목구비는 성형수술로 어떻게 바꾼다고 해도 얼굴 근육은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힘들어서 표정을 의도대로 바꾸기는 힘들다고 하니까요. 말 그대로 웃는 표정은 즐겁다, 우는 표정은 슬프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표정과 감정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1986년 1월 28일, 세계의 눈과 귀가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 집중됐습니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이륙을 지켜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챌린저호에는 교사 신분으로 우주인에 선정된 일반인 여성을 포함해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현지에는 우주인의 가족을 포함해 많은 인파가 몰렸고, 숨을 죽인 채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기다렸습니다.

오전 11시 38분, 드디어 챌린저호가 힘차게 하늘로 솟아올랐고,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게도 73초 후 큰 폭발음과 함께 챌린저호가 14,020미터 상공에서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지구인의 우주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이 비극은 다음날 우리나라 일간지 1면에도 대서특필됐는데요. 열 마디 말보다 한 컷의 사진이 사건의 충격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성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사진이 실렸는데, 사진 아래에는 ‘챌린저호가 우주로 비상하는 순간의 기쁨’이라는 제목이 박혀 있었습니다. 이 기쁨이 한 순간에 악몽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였습니다. 여성은 정말로 환희에 가득 차 활짝 웃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는 오보였습니다.

나사 측의 해명으로 며칠 후 정정보도 기사가 나왔습니다. 여성의 환희에 찬 표정은 챌린저호의 이륙을 보고 웃은 것이 아니라 폭발을 보고 놀라서 눈도 커지고 입도 커진 것이었습니다. 매우 놀란 표정이 매우 즐거울 때의 표정과 비슷할 수 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요.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뇌가 복잡한 감정의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잘못 계산해서 전혀 다른 표정을 내보내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화를 내다가 눈물을 쏟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다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는 것이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격해져 경계선이 애매해질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혀가 얼얼해지는 것처럼, 너무 놀라거나 슬프거나 즐거우면 뇌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모양입니다. 그만큼 극한 감정은 뇌에도 커다란 스트레스라는 뜻이겠지요. 따라서 극한 감정 상태에 놓인 사람의 표정은 영혼의 생김새 그대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맨 얼꼴을 보여주지 말아야 할 때가 사실은 더 많습니다. 본인의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표정으로 드러내면 주변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얼굴 근육은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힘들어서 표정을 의도대로 바꾸기 힘들다고 했는데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런던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악이 표정을 제어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한 곡 다 들을 시간이 없다면 딱 15초 동안 행복한 음악을 들어도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 있고, 긍정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회의를 앞뒀을 땐 행복한 음악을 듣고 회의실로 들어가라는 조언을 곁들입니다.

영혼의 생김새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얼굴, 그 영혼의 생김새는 이목구비가 아니라 표정을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에서 우리가 얼굴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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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Hay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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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출처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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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2. 매일 하다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새벽은 어떻게 올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곤충과 동물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세대차이는 인류의 난제일까? 표정은 감정과 일치할까?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화장은 왜 하기 시작했을까? 인간에게 털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죽게 될까?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문자가 없는 사회는 미개할까? 손짓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사면 효과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 물고기도 겨울잠을 잘까?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남자들도 하이힐을 신었을까? 왜 8등신일까?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 있을까?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언제부터 쌀을 먹었을까? 트림과 방귀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을까? 왜 정신이 없을까? 책상을 청소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디지털 치매, 진짜 해로울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중독일까?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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