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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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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공중화장실은 남성용은 파랑, 여성용은 분홍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또 누군가 어린이의 방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면 방의 주인이 남자 어린이인지, 여자 어린이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자 어린이의 방에는 분홍색이 많고, 남자 어린이의 방에는 파랑색이 많으니까요. 미국의 대형마트에 가면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용품 코너가 나뉘어 있는데 여아 물건은 분홍, 남아 물건은 파란색입니다. 이런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우선 선천적인 것이 아니냐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인종과 무관하게 많은 여자 어린이들이 분홍에 집착하니까요. 여성의 눈이 붉은 계통의 색을 더 잘 구별할 수 있다는 학자의 주장도 있습니다. 수세기 동안 잘 익은 열매나 과실을 채집하는 역할을 해왔고, 아기가 병에 걸린 것을 빨리 알아차리기 위해서 아기의 볼이 붉게 상기된 것을 세심하게 관찰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럴듯하지만 어쩐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지요. 왜냐하면 분홍을 좋아하는 남성, 파랑을 좋아하는 여성도 꽤 많으니까요.

1914년, 미국의 〈선데이 센티널〉 3월 9일자에 부모들에게 권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 시대의 관습을 따르려면 남아에게 분홍을, 여아에게 파랑을 사용하라.’ 놀랍게도 1940년대까지는 남자 아이들에게 분홍색의 옷을, 여자 아이들에게 파랑색의 옷을 입혔습니다. 당시에는 유행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분홍을 결단력이 있는 색으로, 파랑을 우아한 색으로 여겨서 분홍은 남자 아이들에게, 파랑은 여자 아이들에게 더 잘 맞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관습이 바뀐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일부 역사학자들은 나치가 동성애자들을 낙인찍기 위해서 분홍색을 이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남자가 분홍색을 좋아하면 동성애자와 같은 취향이고, 남자답지 못하다는 식의 편견을 퍼트렸다는 것이지요. 결국 남자는 파랑, 여자는 분홍이라는 구분은 성별에 따른 선천적인 선호에 따랐다기보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일방적인 사고에서 출발해 사회적인 관습으로 굳어졌다는 쪽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처럼 색깔은 정체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사회가 특정 집단이나 성별, 계층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습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하는 식으로 색을 성 정체성과 연결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어린이에게는 다양한 색, 다양한 생각,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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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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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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