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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있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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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행처럼 번진 말, ‘아침형 인간’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다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성공의 지름길로 여긴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옛날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왜 그렇게 강조했을까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건강하고 부유하고 현명해진다는 인식을 널리 퍼트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프랭클린은 1784년, 한 잡지에 사람들을 일찍 일어나게 만들자는 제안을 실었는데, 이유는 사람을 건강하고 부유하고 현명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파리 시민이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도 연간 2만9천여 톤 이상의 양초를 절약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을 깨울 수 있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햇빛을 차단하는 창문에 세금 부과하기, 햇빛을 차단하면 일찍 일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동이 틀 때 모든 교회에서 종을 치기, 그 많은 교회에서 일시에 종을 쳐대면 시끄러워서라도 깨지 않을 수 없겠지요. 심지어 거리마다 대포를 발사해서라도 게으름뱅이들을 일찍 깨워 각자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지요. 그래서인지 프랭클린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동양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기를 권장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농경사회에서는 해가 지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지요. 논밭에 물을 주고 가축에 여물을 주는 일은 새벽에 해야 하고, 씨앗을 뿌리거나 열매를 거두는 등의 일도 해가 떠 있는 동안 가능합니다. 해 떨어진 후에 잠 안 자고 뭘 한다고 해봐야 귀한 기름이나 값비싼 양초만 낭비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되지요. 그러니 이래저래 아침 일찍 일어나고 저녁 일찍 자는 것이 알뜰하게 살 수 있는 생활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였습니다. 선천적으로 적게 자는 사람을 쇼트 슬리퍼라고 하는데, 이들의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2~5시간 정도로, 자정이 훌쩍 넘어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만 낮잠이나 카페인 없이도 하루 종일 쌩쌩합니다. 정말로 그렇다면, 하루에 7~8시간 자는 사람들보다 적게는 두 배, 길게는 세 배나 되는 인생을 사는 셈이지요. 게다가 쇼트 슬리퍼는 공통적으로 에너지 넘치고 활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오랫동안 일하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수면 부족에서 오는 부작용이 전혀 없다니 잠 많은 사람들로서는 부러울 따름인데요.

벤자민 프랭클린, 토마스 제퍼슨,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대표적인 쇼트 슬리퍼였습니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과 윈스턴 처칠, 토마스 에디슨도 쇼트 슬리퍼에 가깝긴 하지만, 낮잠을 즐겨 잤기 때문에 명단에서 제외됩니다. 이런 프랭클린이었으니 늦게까지 자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누구라도 의지가 있으면 일찍 일어날 수 있고, 설령 그럴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도 깨우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학의 인간유전학자 푸 잉 후이 박사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쇼트 슬리퍼는 선천적입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드는 어머니와 딸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모녀 모두에게 유전자 변이체가 발견됐습니다. 이 유전자 변이체를 복제해서 실험쥐에게 적용했더니 일반적인 쥐들보다 적은 시간 수면을 취했다고 합니다. 생체리듬과 신진대사도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비만해지기 마련인데 쇼트 슬리퍼들은 평균보다 말랐습니다. 결론적으로 스스로 노력해서 쇼트 슬리퍼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이야기지요.

쇼트 슬리퍼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 수면은 하루 평균 7~8시간이 적당하며, 4시간 이하나 10시간 이상의 수면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면을 아침 늦게까지 취하는 것이 좋은지, 밤에 취하는 것이 좋은지는 사람마다, 호르몬 상태에 따라 제각각 다릅니다. 더구나 국민 대다수가 농부였던 시대와 달리 직업도 다양해져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아먹는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부지런하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게으르다는 일괄적인 잣대는 더 이상 맞지 않지요.

국어사전에서는 ‘부지런하다’를 ‘어떤 일을 꾸물거리거나 미루지 않고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태도가 있다’고 풀이합니다. 부지런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주의할 점은 있습니다. 본인이 아직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위치라면 눈치껏 알아서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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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Aaron Cop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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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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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전체목차
Chapter 01. 그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은 누구일까?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킨 미인은 누구일까? 아메리칸 이브는 누구일까? 댄디즘의 시조는 누구일까? 뱀파이어는 누구일까? 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일까?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누구일까? 누가 디즈니 성을 지었을까? 혼자서 궁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세계 최초의 건축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일까? 멘토는 누구일까? 〈아테네 학당〉에 여성이 있을까, 없을까? 고대에 광선총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발을 유행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옴브라 마이 푸〉를 부른 세르세는 누구일까? 우산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화투의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바다의 무법자, 해적왕은 누구일까? 보물선을 발견하면 주인은 누구일까? 클레멘타인의 아버지는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 백만 송이 장미를 받은 여인은 누구일까? 누가 살리에리를 모차르트를 시기한 자로 만들었을까? 신사의 결투로 죽음을 맞이한 시인은 누구일까? 세계 3대 악처는 누구일까? 누가 온달을 바보로 만들었을까? 지리산의 산신은 누구일까? 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돌하르방은 누구일까? 도깨비는 누구일까? 갑은 누구일까? 교활, 낭패, 유예는 누구일까? 최초의 실루엣 그림 속 인물은 누구일까?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는 누구일까?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1등보다 유명한 2등은 누구일까?
Chapter 02. 매일 하다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새벽은 어떻게 올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곤충과 동물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세대차이는 인류의 난제일까? 표정은 감정과 일치할까?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화장은 왜 하기 시작했을까? 인간에게 털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죽게 될까?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문자가 없는 사회는 미개할까? 손짓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사면 효과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 물고기도 겨울잠을 잘까?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남자들도 하이힐을 신었을까? 왜 8등신일까?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 있을까?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언제부터 쌀을 먹었을까? 트림과 방귀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을까? 왜 정신이 없을까? 책상을 청소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디지털 치매, 진짜 해로울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중독일까?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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