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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8등신이 미의 기준이 되었나

왜 8등신이 미의 기준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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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외모에 관한 미(美)의 기준은 지루하다 싶을 만큼 일방적입니다. 일반인은 ‘연예인’을 기준으로 삼고, 연예인은 ‘마네킹’을 기준으로 삼는 식이지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준이 생기는 데는 각종 매스컴을 비롯한 시각언어가 크게 한몫했습니다. 이런 오늘날의 한국을 예견이라도 한 듯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노력을 요하는 창조적 작업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모든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습득된 습관에 의해서 왜곡된다. 현대와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렇게 되기 쉽다. 영화, 광고, 잡지 등은 우리를 매일 기성의 이미지들의 홍수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지성에 있어서의 편견과 같이, 우리의 시각을 왜곡시킨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아름답고 멋지다고 여기는 것이 사실은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보는 습관이 잘못돼서 기성의 이미지에 길들여진 편견이거나 왜곡된 시각일 수 있습니다.

20대 한국 여성의 평균 신체 치수는 키 160센티미터, 가슴둘레 82.2센티미터, 허리둘레 67.3센티미터, 엉덩이둘레 90.8센티미터. 알아듣기 쉽게 인치(inch)로 변환하면 32-26-36입니다. 살이 붙기 시작하는 중년 여성의 입장에서는 사실 이 정도 사이즈만 유지할 수 있어도 축복입니다.

그러나 국내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 서 있는 마네킹의 신체 치수는 키 178센티미터, 가슴둘레 81.3센티미터, 허리둘레 58센티미터, 엉덩이둘레 83.8센티미터. 인치로 변환하면 32-23-33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축복받은 몸매’라는 말을 들으려면 키는 18센티미터 더 커야 하고, 허리와 엉덩이는 각각 3인치 이상 줄여야 합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아예 비현실로 치부했던 몸매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비현실적인 몸매’가 현실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문제는 일반인에게 상대적 추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모 지상주의가 오늘날 우리의 일만은 아닙니다.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내린 데는 그의 못생긴 외모도 한몫했고 무엇보다 서양에서 오랫동안 미의 기준이 된 그리스 조각이나 르네상스 작품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훤칠합니다. 선(善)을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움이 곧 선’이라는 편견의 뿌리를 내리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특히 신체 비례에 대해서 기준이 엄격했는데 바로 ‘8등신’입니다.

8등신이라는 말이 현대에 등장한 것 같지만 〈밀로의 비너스〉를 보면 이미 3천 년 전에 있었습니다.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완벽하게 아름다운 몸매로 찬사받는 이 여성 조각상이 제작된 시기가 B.C. 130~120년경으로 추정되니까요. 그러다 B.C. 1세기,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신전을 건축할 때는 인체의 비례에 적용하는 규칙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면서 ‘인체는 비례의 모범형이다. 왜냐하면 팔과 다리를 뻗음으로써 완벽한 기하형태인 정방형과 원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라는 기록을 남겼는데요. 이 기록이 르네상스 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도〉를 완성하면서 인체의 아름다움은 키가 작거나 크거나, 뚱뚱하거나 마르거나와 관계없고 비례가 맞아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수치도 남겼습니다. 그중 ‘턱 밑부터 정수리까지는 사람 키의 8분의 1’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인체의 황금비율이라는 말이 생겼는데요. 오늘날에도 많은 공학자와 의학자들이 사람은 본능적으로 황금비율에 끌린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이를 반영해 성형수술을 하고, 건축을 설계하며, 각종 상품을 디자인하지요.

일리 있지만 옳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례적으로 어딘가 이상하다 싶은 것이 의외의 매력을 선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건축을 예로 들면 일부러 비대칭으로 건축물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대칭으로부터 오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아름답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서양에서 미의 기준으로 삼는 완벽한 대칭과 황금비율은 첫눈에 봤을 때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오래 두고 보았을 때 지루하고 갑갑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8등신이든 아니든, 비대칭이든 대칭이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대부분의 사람이 아름답게 생긴 것을 좋아하고 또 추구합니다. 단지 그 미의 기준이 다를 뿐이고 또 다른 것이 바람직하지요. 이처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성향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고 추측하지만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원래 까맸던 펭귄의 배가 하얗게 변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과 비슷한 차원의 문제일지 모릅니다.

펭귄의 배가 하얗게 된 것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천적인 바다표범이 까만 배를 가진 펭귄을 금방 알아보고 잡아먹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하얀 배를 가진 돌연변이 펭귄은 잘 보지 못해 살아남았고, 그 결과 오늘날 하얀 배를 가진 펭귄이 됐다고 하는데요. 진화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아름다움이란, 이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을 위한 진화라는 거지요. 게다가 사람이 외모의 아름다움을 애인이나 배우자의 첫 번째 조건으로 여기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스위스 베른대학의 클라우스 베데킨트 교수가 실시한 일명 ‘티셔츠 실험’입니다.

연구팀이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입었던 티셔츠 여러 장을 주고 체취를 맡게 한 다음 가장 끌리는 티셔츠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자신과 다른 면역체계를 가진 남성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남성적인 남자를 고른 것이지요.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건강한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유전자로 짝을 지어주는 회사까지 등장했는데요. 남녀의 유전자를 분석해 얼마나 다른지 알려주고, 서로 일치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사람을 소개해주는 회사였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마음이란 어디까지나 바라볼 때의 이야기이고, 실제로 겪어봐서 좋은 것은 생긴 것과 많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하다못해 물건 하나를 사서 써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를 살면서 많은 사람이 속는 모토 중에 하나가 ‘외모가 아름다울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입니다. 이 말에서 우리가 파악해야 하는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니라 그 아름다움의 기준이 철저히 자본주의적 속성을 따르고 있으며 우리의 지갑이 끊임없이 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정으로 무엇이 아름다운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보는 습관부터 재점검하고 왜곡된 편견과 시각을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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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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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전체목차
Chapter 01. 그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은 누구일까?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킨 미인은 누구일까? 아메리칸 이브는 누구일까? 댄디즘의 시조는 누구일까? 뱀파이어는 누구일까? 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일까?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누구일까? 누가 디즈니 성을 지었을까? 혼자서 궁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세계 최초의 건축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일까? 멘토는 누구일까? 〈아테네 학당〉에 여성이 있을까, 없을까? 고대에 광선총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발을 유행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옴브라 마이 푸〉를 부른 세르세는 누구일까? 우산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화투의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바다의 무법자, 해적왕은 누구일까? 보물선을 발견하면 주인은 누구일까? 클레멘타인의 아버지는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 백만 송이 장미를 받은 여인은 누구일까? 누가 살리에리를 모차르트를 시기한 자로 만들었을까? 신사의 결투로 죽음을 맞이한 시인은 누구일까? 세계 3대 악처는 누구일까? 누가 온달을 바보로 만들었을까? 지리산의 산신은 누구일까? 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돌하르방은 누구일까? 도깨비는 누구일까? 갑은 누구일까? 교활, 낭패, 유예는 누구일까? 최초의 실루엣 그림 속 인물은 누구일까?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는 누구일까?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1등보다 유명한 2등은 누구일까?
Chapter 02. 매일 하다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까? 새벽은 어떻게 올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개미와 꿀벌은 정말 부지런할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곤충과 동물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세대차이는 인류의 난제일까? 표정은 감정과 일치할까? 행복할 때 짓는 미소는 어떤 미소일까? 화장은 왜 하기 시작했을까? 인간에게 털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죽게 될까?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문자가 없는 사회는 미개할까? 손짓은 무엇을 의미할까?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18세기 유럽에서는 연주회의 시작시간을 어떻게 정했을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스로 원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사면 효과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곰은 왜 겨울잠을 잘까, 물고기도 겨울잠을 잘까? 인간은 언제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을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남자들도 하이힐을 신었을까? 왜 8등신일까?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 있을까?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언제부터 쌀을 먹었을까? 트림과 방귀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을까? 왜 정신이 없을까? 책상을 청소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 디지털 치매, 진짜 해로울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중독일까? 영혼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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