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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넣을 것 없어- 윤동주, 〈호주머니〉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호주머니에 무엇 하나 넣어둘 것 없는 가난한 일상을 운치 있게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시인이 살았던 시대에 사람들은 호주머니보다 ‘뽀께트’라는 말을 더 많이 썼을 것입니다. 뽀께트는 포켓(pocket)의 일본식 영어발음입니다.
개화기에 양복이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 옷에는 호주머니가 없었습니다. 주머니가 있기는 했어도 옷에 달리지 않고 오늘날의 작은 손가방에 비길 수 있는 염낭이나 귀주머니를 들고 다녔습니다. 간혹,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는데 주로 장돌뱅이나 장사치들이었습니다. 특히 만주 이북에 사는 호족들이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옷을 입었습니다. 전쟁이나 수렵을 하려면 많은 소도구들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호족들의 주머니, 여기에서 나온 말이 바로 호주머니입니다.
간혹 여성들은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한복 속치마에 바느질로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용돈 주실 때면 주섬주섬 치마를 걷어 올려 속치마에 달려 있던 작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시던 손동작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을 것입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벨트나 허리에 일종의 주머니 형태인 포카(pocca)를 달고 그 안에 귀중품을 보관했습니다. 그러다 핸드백이 등장한 것은 패션의 유행과 관련이 깊습니다.
18세기 후반, 몸에 꼭 맞는 스타일이 유행하자 더 이상 옷 안에 주머니를 만들어 넣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남성의 의상에는 오른쪽과 왼쪽 겉면 솔기에 자그마한 자루를 박아 넣었는데 이를 포켓이라고 했습니다. 이전의 형태인 포카에서 온 말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드레스에는 포켓을 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소지품을 동행한 남성이 지니고 다녔는데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겠지요. 그래서 손에 따로 주머니를 들고 다닌 것이 오늘날 핸드백의 유래입니다.
이처럼 핸드백의 등장은 자신의 소지품을 동행한 남성이 아니라 스스로 가지고 다니겠다는 다짐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핸드백의 등장과 함께 남성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매너가 생겼습니다. 몸에 꼭 붙기는 하지만 여전히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은 데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손에는 핸드백에 양산까지 들었으니 여성 혼자 힘으로 마차문이나 자동차문, 현관문 등을 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남성이 문을 열어주었는데 이것이 여성과 동행할 때 남성이 문을 열어주는 매너로 굳어졌습니다. 물론 21세기에는 더 이상 필요치 않습니다. 오늘날에는 남성이 여성에게가 아니라 젊은이가 노약자에게 해야 하는 매너지요.
핸드백이 패션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고, 여성이 자신의 소지품을 스스로 가지고 다니기 위해서 발명됐으며, 또 백과 양산 등 소지품이 많다 보니 문을 열기 힘들어서 남성이 문을 열어주는 매너가 나왔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하지만 당시에 그런 매너가 등장했을 때 못마땅하게 여기는 어르신들이 있지 않았을까요. “핸드백 때문에 문도 못 연단 말이야? 요즘 젊은 애들은 참 이해할 수가 없어”하고 말이지요. 그 말이 요즘 데이트하는 여성의 백을 대신 들고 다니는 남성을 볼 때 어르신들이 하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재밌습니다.
• 아티스트 : Vladimir Cos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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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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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호주머니와 핸드백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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