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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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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는 것이라기보다 매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키스입니다. 사랑하는 남녀가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입 안에 나의 노래를 불러 넣는 것 같습니다.

두 개의 목이
두 개의 기둥처럼 집과 공장을 만들 때
창문이 열리고
불꽃처럼 손이 화라락 날아오를 때
두 사람은 나무처럼 서 있고
나무는 사람들처럼 걷고, 빨리 걸을 때
두 개의 목이 기울어질 때
키스는 가볍고
가볍게 나뭇잎을 떠나는 물방울, 더 큰 물방울들이
숲의 냄새를 터뜨릴 때
두 개의 목이 서로의 얼굴을 바꿔 얹을 때
내 얼굴이 너의 목에서 돋아나왔을 때
- 김행숙, 〈숲 속의 키스〉

이처럼 짜릿한 키스! 입맞춤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누군가는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입에서 입으로 먹이를 주는 모습이, 또 누군가는 엄마가 음식을 잘게 씹어 갓난아기에게 먹여주는 모습이 원형이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최초의 입맞춤은 몸에 생명을 넣어주는 꼭 필요한 행위였다는 뜻이지요. 이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키스에 대해서 들은 것은 좋은 말들이었습니다. 심지어 키스를 즐기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평균 5년 정도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지요. 그런데 키스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요?

황당한 질문 같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더 황당합니다. ‘그렇다’이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뉴질랜드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여성이 왼쪽 팔이 갑자기 마비돼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습니다. 의사가 환자의 몸을 아무리 살펴도 상처라고는 목 오른쪽 동맥 부근에 난 키스 자국뿐이었습니다. 남편이 설명했습니다.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내의 목에 열렬하게 키스했는데, 갑자기 아내의 왼쪽 팔이 마비되고 말았다고. 놀랍기는 의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의학 논문을 봤지만 키스하다 죽을 뻔한 사례는 없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검사결과, 열렬한 키스를 나누면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자 동맥에서 혈전이 만들어졌고, 이 혈전이 심장으로 가서 가벼운 뇌졸중으로 이어졌으며, 급기야 왼쪽 팔에 마비증상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편이 빨리 응급실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아내는 점점 더 마비가 심해져서 최악의 경우 죽음의 문턱을 넘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키스할 때 조심할 일입니다. 심장이 멎을 만큼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도록 말이지요. 아니, 키스가 나의 숨결을 모두 앗아갈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슬아슬하게 오히려 더 짜릿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마 포기하기 힘들겠지요. 이런 키스를요.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인 지구
지구 위의
파리
파리의 몽수리 공원에서
겨울 햇살 비추는 어느 아침
너 나에게 입 맞추고
나 너에게 입 맞춘
이 짧은 영원의 순간을
천 년 만 년이 걸려도
다 말하지 못하리
- 자크 프레베르, 〈공원〉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아티스트 : Cesaria Ev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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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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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전체목차
Chapter 01. 그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생텍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은 누구일까?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킨 미인은 누구일까? 아메리칸 이브는 누구일까? 댄디즘의 시조는 누구일까? 뱀파이어는 누구일까? 프랑켄슈타인은 누구일까? 〈미녀와 야수〉의 야수는 누구일까? 누가 디즈니 성을 지었을까? 혼자서 궁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세계 최초의 건축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일까? 멘토는 누구일까? 〈아테네 학당〉에 여성이 있을까, 없을까? 고대에 광선총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발을 유행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옴브라 마이 푸〉를 부른 세르세는 누구일까? 우산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화투의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바다의 무법자, 해적왕은 누구일까? 보물선을 발견하면 주인은 누구일까? 클레멘타인의 아버지는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 백만 송이 장미를 받은 여인은 누구일까? 누가 살리에리를 모차르트를 시기한 자로 만들었을까? 신사의 결투로 죽음을 맞이한 시인은 누구일까? 세계 3대 악처는 누구일까? 누가 온달을 바보로 만들었을까? 지리산의 산신은 누구일까? 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돌하르방은 누구일까? 도깨비는 누구일까? 갑은 누구일까? 교활, 낭패, 유예는 누구일까? 최초의 실루엣 그림 속 인물은 누구일까?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는 누구일까?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1등보다 유명한 2등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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