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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째 이야기
파가니니가 영향을 끼친 19세기 예술가들
예술사를 훑다 보면, 어느 특정한 시대에 문화예술계의 천재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19세기 초 유럽이 그러했습니다. 프란츠 리스트와 프레데리크 쇼팽은 1년 차이로 헝가리와 폴란드에서 태어났는데요. 열 살 때 빈으로 떠나 집중적으로 음악교육을 받으며 무대에 선 리스트와 달리 쇼팽은 스무 살에야 빈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천재 피아니스트에게 큰 영향을 끼친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습니다. 니콜라 파가니니입니다.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은 후에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든지, 아니면 미치광이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하고, 쇼팽은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열 번이나 연달아 관람하면서 음악에 대해 커다란 발상의 전환을 했다고 합니다.
연주 실력이 신기에 가까워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린 파가니니의 기량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는 후계자를 키우지 않은 탓에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시대의 기록으로 짐작해볼 뿐인데요. 파가니니가 빈 공연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3번 E장조를 연주한 후에 현지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의 연주를 들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아무리 열심히 설명을 한들, 무감감한 철자와 죽은 단어의 나열, 그저 해독 불능의 상형문자에 불과할 것이다.’ 파가니니의 연주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했던지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음악을 피아노 건반으로 옮겼을 뿐 아니라 젊은 날의 다짐대로 피아노계의 파가니니가 되는 데 성공하지요. 또, 쇼팽은 낯설고 부담스러운 연주기법이라도 예술적으로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각각 다른 장소에서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음악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던 두 젊은이들은 파리에서 첫 만남을 가진 후에 우정을 이어갔는데요. 이처럼 파가니니를 흠모했던 예술가가 리스트와 쇼팽, 슈만 같은 음악가들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최고의 미술가일 뿐 아니라 프랑스 화단의 교주와도 같은 존재였던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그리고 앵그르의 고전주의적 화법에 저항했던 탓에 프랑스 화단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외젠 들라크루아도 파가니니에게 흠뻑 빠졌고, 그래서 둘 다 파가니니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는데요. 앵그르가 그린 〈니콜로 파가니니〉를 보면 인간 파가니니의 생김새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들라크루아가 그린 〈니콜로 파가니니〉는 오싹함이 느껴질 정도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그 자체입니다. 파가니니가 연주회를 열면 집단 히스테리 현상이 일어나고는 했다는데, 이 그림을 보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앵그르가 파가니니의 외모를 충실하게 표현했다면, 들라크루아는 파가니니의 신기를 담은 것이지요.
리스트와 쇼팽, 앵그르와 들라크루아…… 외모도, 성격도, 작품세계도 완전히 대조적이었고,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그들이 공통적으로 사랑했던 하나의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한데요. 그렇지만 리스트와 쇼팽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동료이자 친구였던 반면, 앵그르와 들라크루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앵그르는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산만하고 정신없다면서 경멸할 정도였다고 하지요. 두 사람이 파가니니를 그린 초상화만 봐도 서로 얼마나 다른 취향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파가니니를 좋아했던 것을 보면, 파가니니가 인간의 영혼을 뒤흔드는 마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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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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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파가니니가 영향을 끼친 19세기 예술가들 –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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