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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득, 묻다
: 두 번
째 이야기

교활 낭패 유예는 누구일까

교활 ∙ 낭패 ∙ 유예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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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대해 ‘교활하다’고 하면 간사하고 꾀가 많다는 뜻입니다. 어떤 일에서 ‘낭패를 보았다’고 한다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또 ‘유예한다’는 말은 미룬다는 뜻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교활, 낭패, 유예. 이들은 누구일까요?

먼저 교활은 교(狡)와 활(猾)을 합친 단어입니다. 교는 개처럼 생긴 몸뚱이에 표범 무늬가 나 있고 머리에 쇠뿔이 났으며 개 짓는 소리를 냅니다. 교가 나타나면 그해에 대풍이 든다고 하는데 어찌나 간사한지 나올 듯 말 듯 애만 태우다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활은 교의 친구입니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온몸에 돼지털이 나 있는데 뼈가 없습니다. 이 뼈 없는 동물, 활이 얼마나 간사한지는 호랑이를 만날 때 본색을 드러냅니다.

호랑이가 활을 발견하면 백발백중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마음에 ‘옳다구나!’ 하고 달려드는데 활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고 자기 몸을 공처럼 동그랗게 말아 제 발로 호랑이 입속으로 굴러 들어갑니다. 뼈가 없으니 씹을 필요도 없이 호랑이가 활을 꿀꺽 넘깁니다. 그렇게 호랑이 뱃속에 들어간 활은 야금야금 안에서부터 호랑이를 파먹어 들어갑니다. 호랑이가 활을 먹은 것 같지만 활이 호랑이를 먹은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호랑이가 죽으면 유유히 안에서 걸어 나와 미소를 짓는데 여기에서 나온 말이 ‘교활한 미소’입니다.

낭패 역시 낭(狼)이라는 동물과 패(狽)라는 동물을 합친 단어입니다. 이리 낭(狼), 이리 패(狽)를 쓰니 둘의 생김새는 개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낭은 뒷다리 두 개가 아예 없거나 아주 짧고, 반대로 패는 앞다리 두 개가 아예 없거나 아주 짧습니다. 그래서 낭과 패는 늘 함께해야 어디라도 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낭은 꾀는 부족하지만 용맹하고, 패는 꾀는 많아도 겁쟁이니 일을 도모할 때 함께 해야 성사시킬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둘이 다투거나 호흡이 맞지 않을 때입니다. 그래서 서로 떨어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지요. 그야말로 ‘낭패를 보는 것’입니다.

유예도 유(猶)와 예(豫)를 합친 단어입니다. 유(猶)는 원숭이처럼 생겼고, 예(豫)는 코끼리처럼 생겼는데 둘 다 어찌나 의심도 많고 겁도 많은지 유는 작은 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고, 소리가 나지 않아도 차마 내려오지 못하고 매달려 있거나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합니다. 예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지요. 이런 유와 예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본다면 성질 급한 사람은 그야말로 속 터질 노릇이겠습니다.

교와 활, 낭과 패, 유와 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싶으신가요.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모두 B.C. 4세기에 쓰인 책 《산해경》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각각 함께 한 모습인 교활, 낭패, 유예는 우리가 사는 동안 흔히 보는 누군가의 모습이거나 스스로의 모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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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Anton Ka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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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집필자 소개

1970년 전북 부안 출생, 1993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2011년부터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문득 묻다], [그가 말했다] 등의 글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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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문득, 묻다 : 두 번째 이야기 | 저자유선경 | cp명지식너머 도서 소개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매일 우리가 무심코 보고 생각하고 자고 행동하는 일상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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