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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클래스 - 특최고급 어종(★★★★★)

다금바리, 자바리, 붉바리, 참다랑어, 줄가자미

붉바리와 자바리는 고급 일식집에서 한 점당 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럭셔리 횟감의 상징이다. 자바리는 제주에서 흔히 '다금바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두 어종은 현존하는 흰살 생선 횟감 중 가히 최고라 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붉은살 생선 중에서는 '혼마구로'라 불리는 참다랑어가 좋다. 특히 대뱃살과 배꼽살, 가마살 부위는 엄청난 시세를 보이고 있으며 도쿄 긴자의 유명 초밥집에서 팔고 있는 오오마산 참치 대뱃살은 한 점당 가격이 한화 7만 원을 넘기기도 하니 실로 엄청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줄가자미는 가자미과 어종 중 최고급 횟감에 속한다. 제철은 1~2월인데 일반 소비자라면 kg당 최소 13~15만 원 이상은 지불해야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줄가자미는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횟감이다. 불그스레한 빛깔이 드리워진 흰 살점은 특유의 고소함과 꼬들한 식감이 함께해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겨울철 대표 횟감이다.

S클래스 - 최고급 어종(★★★★☆)

돌돔, 강담돔, 능성어, 민어, 긴꼬리 벵에돔, 돌가자미, 활병어, 점가자미, 참복

우리가 수산시장에서 먹을 수 있는 최고급 어종으로는 단연 돌돔과 강담돔을 들 수 있다. 진정한 돌돔을 맛보려고 한다면 최소 2kg 이상은 되어야 하며 강담돔은 돌돔 사촌격으로 그 맛은 난형난제다.

그 외에도 능성어와 여름철 숙성회로 유명한 민어가 있고 가끔씩 올라오는 자연산 돌가자미와 점가자미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맛이다. 자연산 돌가자미는 양식과 달리 크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구할 수만 있다면 미식가들에게 특별한 맛의 추억을 안겨주기에 손색없는 횟감이기도 하다.

여기에 낚시로 갓 잡은 활병어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의 진객. 하지만 일반인들이 맛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참복은 가격이 굉장히 비싸지만 희소성으로 인해 접대용 횟감에 단골로 등장한다.

낚시꾼들이 특히 좋아하는 횟감 중 하나가 바로 긴꼬리 벵에돔이다. 하지만 양식이 전혀 안돼서 일반인들이 맛볼 수 있는 횟감은 아니다. 오로지 꾼들에 의해서만 그 맛이 전해질 뿐이다.

A클래스 - 고급 어종(★★★★)

감성돔, 벵에돔, 참돔, 벤자리, 활꼴뚜기, 붉은쏨뱅이, 괴도라치, 4kg 이상 광어, 50cm 이상 개우럭, 30cm 이상 개볼락, 겨울철 볼락, 참가자미, 문치가자미

감성돔, 참돔, 괴도라치, 4kg 이상 광어는 낚시를 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괴도라치는 '전복치'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잡어 중에선 가장 비싸고 으뜸이라 할 수 있다.

A클래스는 4kg 이상 되는 양식 광어를 제외하곤 모두 자연산에 한해서임을 분명히 말해둔다. 반면 벵에돔, 붉은쏨뱅이, 50cm 이상 개우럭과 30cm 이상 개볼락, 한겨울에 낚아서 먹는 자연산 볼락은 낚시꾼이 아니면 접하기 어렵다. 이들 어종의 공통점은 '양식이 불가능'하다는 것. 우럭과 볼락의 경우 양식은 되지만 크게 키울 수 없다.

B클래스 - 각종 자연산 어종(★★★)

독가시치, 제철 방어와 부시리, 갈치, 병어, 자리돔, 학공치, 어랭이, 쥐노래미, 가을 전어, 겨울 숭어(밀치), 농어, 활고등어

B클래스는 흔히 '참숭어'라 불리는 겨울철 밀치가 유일한 양식산이고 나머지는 자연산 어종에 한해서 포함되었다. 독가시치는 제주에서 따치라 불리는 어종인데 그 맛과 향이 독특해 호불호가 갈리나 회뜨는 솜씨만 좋다면 별미가 따로 없다. 여기에 갈치와 병어, 자리돔, 고등어는 외지인들에겐 독특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학공치는 겨울에 맛이 좋고 쥐노래미는 우리가 흔히 횟집에서 볼 수 있는 '양식 노래미'를 말하는데 자연산 쥐노래미는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이다. 그 밖에 가을 전어, 여름 농어, 여름 부시리, 겨울 방어가 계절별 별미 횟감이 되겠고 어랭이는 용치놀래기, 황놀래기, 어랭놀래기를 모두 통칭하는 말로 제주지방 사투리다(경남에선 술뱅이라고 함). 이들 어종은 꾼들에게 잡어로 천대받곤 하나 이따금 씨알급이 낚이면 회를 쳐서 물회를 만들어보자. 맛이 기가 막히다.

C클래스 - 동네횟집, 포구 등에서 볼 수 있는 양식 어종(★★)

우럭, 광어, 중국산 광도다리, 노래미, 농어, 참돔, 감성돔 등

사실 양식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요새는 양식기술이 발달해 몇몇 어종에서는 자연산을 뛰어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식산 어종들은 회맛을 좌우하는 kg수가 미달이다 보니 대부분 맛도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광어나 도미는 양식 산지에 따라 크기나 등급이 달라지는데, 양식이라 해도 4kg 이상이면 곧장 A클래스에 올려놔도 손색이 없다.

D클래스 - 조건과 환경이 안 맞는 일부 횟감들(★)

중국산 점성어, 서해산 가숭어, 각종 철 잃은 횟감들과 처리 미숙 횟감들

점성어는 겉보기엔 민어와 비슷하게 생겼고 포를 떠 놓으면 참돔과 비슷하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속여서 판매하는 행위가 적발되곤 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아직도 점성어는 중국을 대표하는 양식어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검증이 안된 양식산 어종들은 항생제라던가 말라카이트 그린과 같은 유해성 환경 호르몬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서해권에서 낚시하다 보면 숭어가 곧잘 잡히는데, 동해 ·남해산과 달리 유독 서해산 숭어가 맛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유는 서해권 전반에 걸쳐 있는 개펄 지역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숭어는 개펄 지역에서 먹이를 취하므로 아무래도 개흙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생선회는 제아무리 고급 횟감이라도 제철이 아니거나 취급상 문제가 생기면 무용지물이다. 그만큼 섬세한 선도 관리 및 칼질이 따라줘야 제 맛을 냄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아무리 맛있는 횟감이라도 지방이 빠져 버린 철 잃은 횟감이라면 차라리 양식어종을 먹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 맛을 음미하고 즐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횟감'을 먹는 게 아닌 '어떤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