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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어굴해 씨는 화물 트럭 운전기사. 그가 어느 날 강릉에서 짐을 싣고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서울로 오다가 일어난 교통사고 이야기다. 구불구불 대관령을 내려와 일직선 상의 도로에 들어서자 그도 어느새 약간의 과속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방 약 150미터 지점 역시 화물 트럭이 짐을 가득 싣고 거북이걸음으로 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트럭 뒤에서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곳은 쌍방 추월 허용 지점이었다. 어 씨는 달려오는 승용차를 향해 전조등 불빛으로 경고 신호를 보내는 한편 감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워낙 승용차가 쏜살같이 달려오는 바람에 정면충돌을 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사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어 씨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승용차 운전사의 유족들은 어 씨에게 "과속한 잘못과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추월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어굴해 씨에게 형사 책임이 있는가?
예문
① 없다.
② 있다. 과속한 잘못이 있다.
③ 있다. 추월 허용 지점에서는 반대 방향으로부터 추월하는 차량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충돌 사고를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정답
①
해설
자동차를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감하는 일인데, 사고는 자기만 조심해서는 소용없고 남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에 대해 형법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형법은 이럴 때 '신뢰의 원칙'으로 해결한다.
신뢰의 원칙이란 '행위자가 어떤 행위를 함에 있어서 피해자 또는 제3자가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믿었던 경우에는 설사 그 피해자나 제3자가 부적절한 행동을 해옴에 따라 범죄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행위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예를 들면 육교나 지하도가 설치된 지점에서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들이 육교나 지하도로 통행하리라고 믿게 되는데, 이때 피해자가 예상 밖으로 차도를 횡단하여 불가피하게 충돌 사고를 낸 경우에는 형사 책임이 없다. 이는 교통사고에 대하여 판례가 발전시켜온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는 교통사고에 국한하지 않고 의료 행위, 공장의 작업 과정 등 사회에서 분업적 공동 작업이 필요한 분야에까지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판례를 보면, 고속 도로 상에서의 보행자 출현에 따른 충돌 사고, 서울의 잠수교 상에서의 자전차와 충돌 사고, 교차로에서 큰길을 따라 주행하던 운전자가 좁은 길에서 빠른 속도로 교차로에 진입하던 운전자와 충돌한 사고에 대해서 운전자에게 예상 의무, 주의 의무가 없다고 하여 모두 과실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결론
고속 도로에서 차선을 따라 주행하는 운전자는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의 운전자가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운행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이 이러한 신뢰를 해치는 중앙선 침범 행위를 함으로써 부득이 충돌한 경우에 그 사고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1984. 4. 11. 대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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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 ・ 본문의 표기는 현행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랐으나, 법률의 명칭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의 표기를 따랐음.
- ・ 법률의 재 ・ 개정이나 판결 일자가 괄호 안에 부가적인 설명으로 들어갈 때는 '○○○○. ○○. ○○'로 표기하였음.
- ・ 법률 조항의 경우, 해당 권에 관한 법인 경우 법률명을 밝히지 않고 조항만 표시했음.
- ・ 본 콘텐츠는 2016년 7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법개정시 정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 위 사례는 일반인들의 법률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실제 사건을 토대로 각색되었습니다.
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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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신뢰의 원칙 – 재미있는 법률여행 3-형법(개정판), 한기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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