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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기1917년 영국 탐사대를 이끌고 일식을 관측해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한 아서 에딩턴은 처음으로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정보를 모은 사람이었다. 헤르츠스프룽-러셀 다이어그램을 질량이 알려진 별에 적용하자 가장 무거운 별이 제일 밝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는 전혀 놀랍지 않은 결과였다. 큰 별이 자체의 중력 때문에 스스로 중심부로 끌려들어 가지 않으려면 크기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방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커지고 이에 저항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도 커진다. 에딩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별의 크기와 표면 온도에 관계없이 주계열성(主系列星, main sequence star) 내부의 온도는 거의 같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리고 별의 에너지원이 핵반응이라는 사실 또한 발견했는데, 사실 별이 수십억 년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할 방법은 이것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다. 이 에너지원은 거의 모든 물질에 존재하는 원자의 반응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인류가 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에너지는 아무리 써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태양은 그런 식으로 150억 년이나 열기를 내뿜고 있다.
- 아서 에딩턴, 1920
태양에서 가능한 핵반응으로 처음으로 제시된 것은 라듐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러기에는 라듐의 반감기가 너무 짧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내놓았다.
1920년 영국의 물리학자 프랜시스 애스턴은 질량 분석기를 이용해 수소와 헬륨의 질량을 측정하고 있었다. 수소 원자핵에는 한 개의 양성자가 들어있고 헬륨 원자핵에는 두 개의 양성자가 들어있는데, 애스턴은 수소 원자핵 네 개의 질량이 헬륨 원자핵 두 개보다 약간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태양의 성분이 거의 대부분 수소와 헬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에딩턴은 애스턴의 발견을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E=mc2에 적용하여 태양은 내부에서 수소가 결합하여 헬륨이 되는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핵폭발이 무거운 원소의 원자핵이 분열되면서 가벼운 원소로 변환되는 과정이라면 핵융합은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이 뭉쳐지면서 무거운 원소가 되는 현상이다. 태양에 가득 찬 가스의 존재는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이 수십억 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이후 수소, 헬륨, 약간의 리튬을 제외한 모든 원소는 별 내부에서 일어난 핵융합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우주에서 들려오는 소리
지금까지 다루었던 별의 개수나 거리와 같은 수치는 고대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우주에는 여전히 아무리 좋은 망원경을 이용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천체가 존재한다. 전파와 같이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전파를 이용하면, 우주에 대해 또 다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전파 천문학의 시초는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토머스 에디슨이다. 에디슨은 1980년 태양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하는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장비를 진짜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실제로 태양의 전파를 수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1856~1943)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지금은 크로아티아에 속하는 지역)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두 번 중퇴하고, 가족과 친구와의 인연을 모두 끊은 뒤 1884년 미국으로 이주했다(친구들은 그가 무라 강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온 뒤로는 에디슨의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급여 문제로 다투고 그만둔 뒤 무선통신, x-선, 전기, 에너지 분야에서 일했다. 이후 자신의 연구소를 설립한 테슬라는 매우 왕성한 발명가가 되었으나 괴팍한 성격과 태도, 몇몇 이상한 발명품으로 인해 항상 괴짜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화성과 금성에 사는 외계인의 전파를 수신했다는 주장이 좋은 예이다.
1904년, 미국 특허청은 라디오에 대한 테슬라의 특허권을 취소한 뒤 이를 마르코니에게 부여하고, 마르코니는 라디오를 발명한 공로로 190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마르코니와 에딩턴을 상대로 한 싸움과 그가 롱아일랜드에 건설했던 텔레푼켄 무선국이 1차 대전 당시 스파이가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해군이 파괴한 일로 인해 테슬라는 심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이후 테슬라는 3이라는 숫자와 비둘기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가 ‘전파를 집중해서 쏘아 200마일 떨어진 적기 1만 대를 격추하고 적군을 전투도 하기 전에 길 위에서 죽일 수 있다’는 소위 ‘죽음의 선(線)’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다니자 그의 평판은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다. 테슬라는 말년의 10년 동안 뉴요커 호텔에서 살았는데, 그가 죽자 미국 정부는 트럭 두 대분에 달하는 그의 연구노트를 보안을 이유로 압수해버렸다.
영국의 물리학자 올리버 롯지 경은 실제로 전파 수신기를 만들어 1897년부터 1900년까지 태양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최초의 학자는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빌싱과 율리우스 슈나이더였다. 하지만 이들은 우주에서 오는 전파는 대기 중의 수증기에 흡수되기 때문에 전파 천문학은 실용화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대학원생이던 샤를 노르망은 ‘대기가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가로막는다면 차라리 안테나를 대기권을 뚫을 정도로 높이 세우고 말겠다’고 이들의 의견을 비판했으며, 실제로 안테나를 유럽에서 가장 높은 몽블랑 산 정상까지 가져갔다. 하지만 노르망도 태양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가 실패한 원인은 순전히 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만든 장비의 성능은 11년의 주기를 갖는 태양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해였다면 태양에서 온 전파를 수신할 수 있을 수준이었으나, 안타깝게도 1900년은 태양의 활동이 가장 약했던 해였기 때문에 전파는 수신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스 플랑크의 흑체복사와 광양자 연구에 의해 또 다른 문제가 지적되었다.
플랑크의 방정식에 따르면 태양에서 전파(파장이 10cm에서 1m 사이인)가 방출된다고 해도 전파의 강도가 당시의 기술로는 수신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1902년에는 전기 기술자이던 올리버 히비사이드와 에드윈 커널리가 대기권 상층부에 전자가 분리된 이온화된 입자로 이루어진 전리층(電離層, ionosphere)의 존재를 예견했다. 그로 인해 외부에서 온 전파가 반사되어 지구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전리층이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반사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단파(短波, short wave)처럼 전리층에 의해 반사되는 전파를 장거리 통신에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면서 태양으로부터 전파를 수신하려는 노력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잠잠했다.
그러나 1932년에 미국의 전파 기술자 칼 잰스키가 돌파구를 찾아냈다. 뉴저지의 벨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그는 대서양 횡단 전화에 미치는 전파 간섭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매우 크고 방향성이 높은 안테나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잰스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전파가 24시간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태양에서 오는 전파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자세히 살펴본 결과 전파의 주기가 23시간 56분( 태양을 기준으로 한 하루 24시간보다 짧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 잰스키의 친구인 천체물리학자 앨버트 스켈레트는 전파가 별에서 오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각주1) 성좌도를 살펴본 두 사람은 전파가 우리 은하 중심부의 화살자리 근처에서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잰스키는 전파가 은하 중심부 우주 공간의 먼지나 가스 구름에서 생성되는 것이라고 짐작하고 관측을 계속하고 싶어 했지만, 다른 업무를 맡게 되어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잰스키가 천문학에 남긴 발자취는 이것이 전부였지만 그 영향은 매우 컸다.
잰스키의 발견에 자극받은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가 그로트 레버는 1937년 집 마당에 포물선 형태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고 최초의 우주 전파 관측을 시작했다.
오늘날 전파 천문학은 여러 곳의 전파 망원경이 연계되어 동시에 한 곳을 관측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각각의 전파 망원경도 전파를 보다 잘 수신하기 위해 여러 개의 접시 형태의 망원경을 이용해 한 곳으로 전파를 모으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라일과 휴이쉬가 개발한 간섭측정법(干涉測定法, interferometry)을 이용해 각각의 안테나가 수신한 전파를 모아(간섭해서) 최종적인 측정 결과를 얻어낸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신호성분은 증폭되고 잡음성분은 상쇄되어 보다 뚜렷한 신호를 얻어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마치 하나의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서 신호를 수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각주2)
전리층과 대기 중의 수증기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파망원경은 보통 기후가 건조하고 고도가 높은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
작고 푸른 사나이
최초로 발견된 펄사각주1) 에 LGM(Little Green Men), 즉 작고 푸른 사나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여기서 나오는 전파가 마치 외계인이 의도적으로 보내는 것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국에서는 이 사실을 비밀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천체물리학자 조셀린 벨이 또 다른 펄사를 발견하면서 이것이 평범한 자연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멀고도 강력한 퀘이사
퀘이사(quasar)는 ‘별 같은 천체(quasistellar object)’라는 뜻이다. 퀘이사는 별이 아니면서 매우 큰 에너지를 방출하고 매우 큰 적색이동(赤色移動, red shift)을 한다.(새로운 우주 개념 항목 참조) 적색이동이 크다는 것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고 지금까지 알려진 20만 개 정도의 퀘이사들까지의 거리는 7억 8천만 광년에서 280억 광년 사이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멀리 떨어진 존재이다.
최초의 퀘이사는 1950년대에 발견되었고, 덴마크의 천문학자 마르텐 슈미트가 1962년에 퀘이사의 정체를 밝혀냈다. 퀘이사에서 방출되는 엄청난 전파는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흡수되는 물질의 질량의 10% 정도가 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우주와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지평선(事件地平線, event horizon)을 지나기 전에 방출되는 것이다(우리가 알던 원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항목 참조). 핵융합으로도 퀘이사가 방출하는 엄청난 전자기파(가시광선을 포함해서)의 양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초신성의 폭발도 몇 주 정도 지속하는 강한 빛을 만들어내지만, 퀘이사는 그보다 훨씬 더하다. 관측되는 가장 멀리 떨어진 퀘이사 중에는 태양보다 2조 배 밝은 것도 있을 정도이다. 어쩌면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퀘이사는 우주 탄생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펄사
펄사(Pulsars)는 엄청나게 큰 자성을 띤, 회전하는 천체이다. 거대한 별의 에너지가 감소되면서 자체의 질량에 의한 중력으로 중심부로 압축된 별을 중성자별(中性子별, neutron star)이라고 한다. 펄사라는 이름은 이 별이 발생하는 매우 지향성이 강한 전파가 별의 자전에 의해 지구 방향으로 향할 때 마치 등대의 회전하는 불빛처럼 주기적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펄사의 주기는 1.4ms각주3) 에서 8.5초 사이이며, 천만 년에서 1억 년 정도에 이르는 수명이 다해감에 따라 점차 길어지므로 우주에 존재하는 펄사의 99%는 더 이상 펄사라고 부르기 어렵다(주기적으로 전파를 내보내지 않는다).
최초의 펄사는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던 24세의 조셀린 벨(현재 조셀린 벨 버넬 경)에 의해 1967년에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 업적으로 1974년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벨이 아닌 그녀의 지도교수 안토니 휴이쉬였던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1974년에 펄사와 중성자별의 쌍성(雙星, binary system)이 발견되며 중력파의 존재 가능성이 처음으로 확인되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더욱 확고해지게 된다.
새로운 세계
20세기를 지나면서 우주와 물리학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공간과 시간이 함께 다루어지게 된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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