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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코 브라헤는 망원경 없이 나침반과 사분의를 가지고 천체를 관측했지만, 케플러는 1610년 이후에 망원경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갈릴레오가 자신의 관측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며 망원경을 케플러에게 보낸 것이었다. 망원경은 천문학자들의 세계 ― 우주 ― 를 순식간에 바꿔버린 물건이었다. 망원경으로 인해 이제 행성과 항성의 차이는 분명해졌고, 위성을 가지고 있는 행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으며,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 가능성마저 생겨났다. 은하수는 별들의 모임일 뿐이었고, 우주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천체 관측 용도로 만들어진 최초의 망원경은 영국의 레오나드 디게스가 1550년대에 만든 것이었지만 이 망원경은 레오나드가 죽고 나서 12년 뒤 그의 아들 토마스가 아버지의 연구내용을 출판할 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레오나드가 사망했을 때 토마스는 겨우 열세 살이었고, 이후 그는 수학자이자 철학자, 연금술사이며 엘리자베스 1세의 궁정 점성술사였던 존 디에게 맡겨져 자라게 된다. 존 디의 서재에 있던 수많은 책을 접할 수 있게 된 토마스가 코페르니쿠스의 책을 읽게 된 것은 물론이다.

1576년, 아버지의 책 《불멸의 예언(Prognostication Everlasting)》의 개정판을 출판한 토마스는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 또한 우주가 무한하다는 독자적인 이론도 포함시켜, 먼 거리에 있는 고정된 별이라는 개념을 부정하고 별은 먼 곳에 무한히 많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물론 이 이론에 대한 증거까지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망원경으로 은하수와 우주를 바라보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책은 라틴어가 아닌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영어로 출간되었기 때문에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이 널리 퍼져나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 무렵 가톨릭교회는 이단적인 태양 중심설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동설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적대감은 1600년에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한 지오다노 브루노 때문이기도 했다.

브루노는 태양신을 믿으며 태양을 숭앙하는 고대 이집트의 믿음에 기반을 둔 신비주의 종교운동을 따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태양 중심설을 믿고 있었다. 그런 그가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을 전파하고 다니자 당연히 교회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지지한 것 때문에 처형당했다는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었다.

브루노가 처형당한 이유는 예수가 신이 아니라 신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아리우스주의(Arianism, 예수의 신성(神性)을 부인한다)를 따랐던 것과 더불어 마술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브루노가 태양 중심설을 지지했던 것 때문에 태양 중심설과 디게스의 무한우주설에 대한 교회의 적대감이 커졌던 것은 분명하다. 종교적 신념을 떠나 브루노가 천문학적 관점에서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보아야 한다(물론 천문학적 근거가 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는 별들이 태양과 비슷한 종류일 것이고, 따라서 태양계와 같은 세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인류와 유사한 존재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다고 설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