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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일까? 파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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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가 파동이기도 하다면 실질적으로 입자의 위치를 정의할 수 있을까? 슈뢰딩거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전자가 정해진 궤도를 돈다는 가정 대신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가설을 세운다. 슈뢰딩거 방정식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이론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는 파동으로서의 정보와 수학적 계산에 의해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을 뿐,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방정식을 전자에 적용하면 대략 80~90%의 확률로 전자가 있을 곳을 알아낼 수 있다(10~20%의 확률로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파동함수’를 이용해 알 수 있는 것은 파동-입자가 특정 위치에 존재할 확률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전자보다 더 큰 대상에 대해 생각해보자. 상자 안에 파리가 한 마리 들어있다면 파동함수는 특정 위치에 파리가 있을 확률을 알려준다. 파리가 있을 수 없는 곳의 파동함수 값은 당연히 0이므로 상자의 일부분이 파리가 통과하기에 매우 좁다면 그 부분 근처에서 파동함수의 값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상자에 구멍이 없다면 상자 외부의 파동함수 값도 0이다.) 슈뢰딩거가 이 방정식을 만든 것은 1926년으로 드 브로이가 파동-입자 이중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지 불과 2년 후였다.

파동과 입자
파동-입자 이중성은 노벨 물리학상에서도 그 흔적을 뚜렷하게 찾을 수 있다. 드 브로이(사진)와 함께 노벨상을 받은 조지 톰슨은 전자의 파동성을 확인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그는 1906년 전자가 입자라는 것을 증명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J.J. 톰슨의 아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틀리지 않았고, 그들의 이론은 지금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 브로이

슈뢰딩거에 따르면 전자의 위치는 확률로만 표시되며 그림으로 그린다면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높은 곳은 밀도가 높고, 확률이 낮은 곳은 밀도가 낮은 구름의 형태와 같았다. 전자의 위치를 측정할 때마다 전자는 다른 곳에 있겠지만 여러 번 측정을 한다면 확률이 높은 곳에서는 전자가 여러 번 관측될 것이었다. 전자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보어가 말한 에너지 수준과 일치하는 곳일 것이다. 슈뢰딩거의 모형은 보어의 모형이 갖고 있던 제약을 벗어나 정확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자의 위치라는 확실성을 확률로 바꿔버린 것 때문에 양자 물리학은 혼돈에 빠져들게 된다.

슈뢰딩거가 전자를 파동으로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을 무렵,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수학을 이용해 전자를 표현하려고 했다. 하이젠베르크는 전자가 궤도를 넘나드는 양자비약 현상에 주목하여 전자를 입자로 다루는 것을 더 선호했으며, 자신의 연구결과를 슈뢰딩거와 같은 해인 1926년에 발표하였다. 같은 시기에 영국의 폴 디락은 더욱 이론적이고 수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그의 연구 결과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이 결국 같은 것이며, 디락의 이론을 포함한 세 가지 이론이 동일한 내용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세 사람은 이후 양자역학에 대한 공헌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1929년 시카고에 모인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

왼쪽부터 아서 콤튼,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조지 몽크, 폴 디락, 호르스트 에카르트, 헨리 게일, 로버트 멀리컨, 프리드리히 훈트, 프랭크 호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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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수영을 즐기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왼쪽)

핵물리학자도 놀 때는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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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수수께끼
양자역학은 불확정성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뉴턴 역학으로 원자 모형을 바라보면 왜 전자가 핵에 끌려가서 부딪히지 않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에 의하면 가능하다. 특정 궤도에서 전자의 운동량은 알 수 있지만 궤도 어딘가에 있다는 것까지만 알 수 있을 뿐,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 만약 전자가 핵에 끌려가 부딪힌다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있지만, 이 경우 운동량은 0이 된다. 전자가 핵에 끌려간다면 불확정성의 원리에 어긋나는 상황이 되므로 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실제로 핵에 가장 가까운 전자의 궤도(수소 원자에서 볼 수 있다)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핵에 가장 가까울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원자의 크기와 존재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불확정성의 원리

하이젠베르크가 1927년에 발표한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운동이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는 특정 순간에서 입자의 운동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얻어내는 것이 양자역학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둘 중 하나를 정확하게 알아낼수록 다른 하나의 정확도는 떨어지게 된다. 입자의 위치를 관측한다는 행위 자체가 속도 측정의 정확도를 낮추는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측정 또는 관측 행위를 함에 있어 불확정성의 원리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의 원리를 떠올린 것은 사고 실험의 결과였다. 예를 들어, 움직이는 입자의 위치를 알아내고자 한다면 입자에 빛을 쏘아 반사된 빛을 보아야 하는데, 이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전자가 광자를 흡수하여 전자의 에너지 수준이 높아져 다른 궤도로 이동해버리는 경우인데, 이 경우 전자의 위치가 측정 때문에 바뀌었으므로 측정은 실패한 것이다. 두 번째는 광자가 전자에 흡수되지 않고 통과해버린 경우인데, 이렇게 되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없으므로 역시 실험은 실패이다.

관측 대상인 입자와 광자를 파동-입자로 간주하면 불확정성의 원리로 인해 더 복잡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측정시점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치 정보가 확률의 연속이므로 입자의 궤적을 밝혀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궤적이란 것은 입자가 관측되어야만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하이젠베르크의 말이 이것을 잘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궤적 역시 예측할 수 없다.

뉴턴 역학은 물체의 운동을 원인과 결과에 기반해 정확한 해답을 제시하므로 미래의 움직임도 필요한 정보만 주어진다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전혀 다르다. 최소한 원자 수준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그래서인지 일부의 사람들은 양자역학을 절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수학적 해석을 부정하지 못하면서도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분명한 사실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물리학의 발전은 연구실에서 행해진 실험보다 종이와 연필만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분명해졌다는 것이었고, 수학에 근거한 사고 실험이 주류 물리학계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었다.

양자역학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닐스 보어

코펜하겐 해석

슈뢰딩거가 파동-입자 이중성의 파동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하이젠베르크의 연구는 입자적인 면에 더 가까웠으며, 슈뢰딩거가 확률을 이용한 반면 하이젠베르크는 행렬을 주로 이용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각각 물리학의 양 진영을 만들어냈고, 각각의 진영은 상대방의 접근이 틀리다고 생각했다.

1927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과 함께 양자역학의 모순적 측면을 극복하는 이론인 ‘코펜하겐 해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입자나 광자가 파동이 될지 입자가 될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동전의 양면처럼 두 면을 모두 가지고 있고 관측 시점에 둘 중의 한 면이 나타나는 것뿐이다. 즉 입자성과 파동성 중 어떤 면이 관측되는지는, 무엇을 관측하려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관측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이지만, 관측 방법에 따라 둘 중 한 특성만 보여주는 것이다. 관측이 행해지는 순간 입자성과 파동성 중 어떤 면이 드러날지가 결정되고, 파동함수는 0이 된다. 이는 측정의 결과에 드러날 측면이 무엇이냐에 따라 파동함수가 순간적으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보어는 불확정성 원리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지만 하이젠베르크보다 한발 더 나아가, 측정 행위가 단지 측정 대상의 움직임을 변화시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측정 대상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그동안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여져 온 과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개념이었다. 이제 사물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관측하는 ‘객관적인 존재’라는 것은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에르빈 슈뢰딩거

ⓒ Berlin Robertson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보어의 주장은 당연히 많은 사람의 반감을 샀고, 슈뢰딩거는 사고 실험을 통해 코펜하겐 해석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슈뢰딩거가 제시한 사고 실험은 이렇다.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와 방사성 물질, 가이거 계수기, 청산가리가 담겨있는 작은 그릇과 망치가 들어있다. 방사성 물질에서 알파입자가 방출되어 가이거 계수기가 이것을 감지하면 망치가 청산가리 그릇을 부수고 고양이는 죽게 된다. 방사성 물질에서 알파 입자가 방출될 확률은 2분의 1이고, 고양이는 여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한 시간 뒤, 고양이가 살아있을 확률은 2분의 1이다. 코펜하겐 해석에서 보어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고양이의 상태(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결정되지 않는다. 슈뢰딩거는 이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살아있기도 하고 죽어있기도 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독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상자 속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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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우주

모든 것이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률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이 어색한 주장에 대한 반응 중에는 미국의 물리학자 휴 에버렛이 제안한 ‘다중 세계(multi world)’ 이론이 있다. 에버렛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세계가 존재하며, 관측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분리되어 탄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어도 관측은 우리가 무한히 많은 세계와 씨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실지 차를 마실지 고민하는 순간에도, 낙엽이 지붕이나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에도, 공원의 비둘기 한 마리가 무심히 날아오르는 순간에도 그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연결된 양자: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역설

아인슈타인도 코펜하겐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1935년, 아인슈타인과 미국의 물리학자 보리스 포돌스키, 내이선 로젠은 함께 ‘EPR각주1) 역설’을 만든다. 이 역설에 따르면 정지해있는 입자가 분열해 두 개의 입자를 만든다. 이 얽혀있는 두 입자들(entangled particles)은 각각의 운동량의 크기가 같아야 하고 방향은 반대이며(각 운동량의 보존법칙에 의해), 여타 다른 양자적 특성도 유사한 형태로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 입자들 사이의 이런 관계는 입자가 방출되거나 떨어져나가도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특정 입자의 특성을 측정한다면 동일한 특성을 가진 다른 입자의 파동함수를 0으로 만들게 되므로 관측의 대상이 아닌 다른 입자의 특성에 그 즉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인슈타인도 코펜하겐 해석을 반박하려는 의도로 주의 깊게 반론을 만들어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코펜하겐 해석의 타당성을 높여주고 만다. EPR 역설에서 가정했던, 서로 연관된 상태의 입자들이 몇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으며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컴퓨터 구조 ― 큐비트(qubit) 또는 양자 비트(quantum bit)를 이용하는 ― 와 초고속 순간 통신, 암호화와 같은 방법들이 고안된다. 이론적으로, 연관된(entangled) 양자를 이용하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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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루니 집필자 소개

196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중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중세 영어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펼쳐보기

출처

물리학 오디세이
물리학 오디세이 | 저자앤 루니 | cp명돋을새김 도서 소개

원자론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그 후 아랍의 과학을 거쳐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그리고 마침내 우주 물질의 기원을 밝힌 현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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