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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물리학은 무시되고 버려졌던 아이디어들을 다시 끄집어낸 것과 마찬가지였다. 공간과 시간을 시공간으로 결합하고, 확실성과 불확실성을 확률이라는 이름으로 합쳤으며, 입자와 파동을 파동-입자 이중성으로 모았다. 이 밖에도 여러 아이디어가(괴상하게 들릴지라도) 등장했으며 그 어느 것도 쉽게 무시할 것은 아니었다.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등장해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생각들을 많이 뒤엎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본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발견된 이론과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모두 아우르는, 보다 크고 조화로운 그 무엇인가는 여전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게 다일까?
현대 물리학에서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는 우주의 96%에 달하는 질량(결국 에너지이다)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보이는 우주는 전체 우주의 4% 정도에 그치는, 빛을 내거나 반사하는 부분뿐이다. 그래서 분명히 어딘가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물질을 지칭하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이 개념은 불가리아계 스위스인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가 1933년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츠비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하여 머리털자리 산개성단(散開星團, Coma Berenice Star Cluster)에서 관측되는 중력의 상호작용을 계산한 결과, 성단의 질량이 성단의 밝기에서 추산되는 것보다 수백 배 더 커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는데, 빛을 내지 않는 암흑물질이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말고는 이것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미지의 이 물질은 무엇일까? 현재로써는 암흑물질이 중입자(重粒子) 물질(baryonic matter)과 그렇지 않은 물질이 섞여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입자 물질은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일반적인 물질로 구성된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이 눈에 보이려면 빛을 내던지 반사하던지 둘 중의 하나여야 하는데 여기에는 사실 매우 중요한 점이 내포되어 있다. (빛을 내지 않는) 행성이 (빛을 내는) 항성 주위를 돌지 않고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다던가, 항성이 수명이 다해 빛을 내지 않고 있다면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만약 암흑물질이 중입자 물질이라면 이런 행성이나 항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 구름과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종류의 천체를 ‘작고 무거운 둥근 천체’라는 의미로 마초(MACHO, MAssive Compact Halo Object)라고 부른다. 마초의 존재는 2000년, 우리 은하에서 중력장이 눈에 보이는 천체에 의한 것보다 더 휘는 것이 관측됨으로써 확인되었다.
하지만 암흑물질의 존재를 완벽히 설명하기에는 우주에 존재하는 마초의 양이 너무 부족하다. 오히려 대부분의 암흑물질은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를 의미하는 윔프(WIMP, Weaky Interactive Massive Particles)라고 생각된다. 이 입자는 이름 그대로 다른 물질과의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발견하기 어렵다. 암흑물질의 일부는 중성미자(우리가 알던 원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항목 참조)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래도 아직 암흑물질을 완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어쩌면 새로운 소립자인 액시온(axion)이나 아직 존재조차 모르는 입자들이 암흑물질의 일부일 수도 있다.
인공 유성
프리츠 츠비키는 소설을 쓴다거나, 천문학에 대한 자유분방한 접근 자세 등으로 암흑물질을 비롯해 그의 많은 이론들이 동료들로부터 하찮은 취급을 당했다.
1957년 10월, 츠비키가 에어로비(Aerobee) 로켓(고고도 대기 관측용 로켓)에서 금속판을 떨어뜨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유성은 팔로마 산 천문대에서 관측할 수 있었다. 금속판 중의 하나는 지구의 중력장을 벗어나 태양 궤도에 진입해 최초의 인공 행성(태양의 주위를 도는)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암흑에너지
암흑물질의 존재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면, 1999년 발표된 ‘초신성 우주론 연구 프로젝트(Supernova Cosmology Project)’는 더욱 놀랍게 들릴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질량과 밝기가 알려져 있어 적색이동(새로운 우주 개념 항목 참조)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1a 유형(Type 1a)의 초신성들을 관측한 결과,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차 줄어들거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는 이전의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주의 팽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MBR)를 비롯한 여러 연구의 결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미지의 에너지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불리게 된다.
마초(MACHO)와 윔프(WIMP)를 모두 합해도 우주에 필요한 질량-에너지를 설명하기에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로써는 우주의 질량-에너지의 74% 정도가 암흑에너지이고 나머지가 암흑물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강한 음(陰, negative)의 압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보이며, 우주 전체에 거의 균일하게 분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력에도 불구하고 우주가 축소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한때 아인슈타인이 생각했던 ‘우주상수’는 어쩌면 암흑에너지를 설명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도중에 포기했던 아이디어인 우주상수는 새로운 우주를 맞이해 다시 빛을 보는 중이다.
우주상수가 반중력(反重力, anti-gravity)으로 작용해 우주가 중력 때문에 오그라드는 것을 막는다고 볼 수도 있다. 우주상수에 의한 힘이 중력보다 약간 더 큰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우주상수가 항상 같은 값인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우주론자가 우주상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일부에서는 ‘끈 이론(string theory)’ (끈 이론과 M 이론 항목 참조)과 같이 새롭고 특이한 이론을 연구하기도 한다. 결국 모두가 이해할 만한 이론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인 셈이다.
우주의 대부분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 사울 펄머터(초신성 우주론 연구 프로젝트 팀장),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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