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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우주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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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나 행성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는 당연히 왜 하늘에 그런 천체가 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따라서 아주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문명은 종교의 힘으로 우주를 설명하려 했다.

대주교였던 제임스 어셔는 성경에 나타난 가계(家系)를 근거로 천지 창조의 날짜가 기원전 4004년 10월 22일이라고 계산했다(덕분에 우주의 나이가 매우 젊어졌다). 이 밖에도 다양한 문명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상이 시작된 날짜를 찾아내려 했는데, 마야인들의 계산에 따르면 기원전 3114년 3월 29일이고, 유대교에서는 기원전 3760년 3월 29일 또는 9월 22일이라고 한다. 힌두교 성전인 푸라나에서 제시하는 날짜는 차원이 달라서, 우주는 158조 7천억 년 전에 탄생하였다고 한다.

우주가 어느 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냥 존재했었다는 이론도 물론 있다.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가 크기는 유한하지만 영원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혼돈에서 탄생한 우주

기원전 5세기에 아낙사고라스는 우주가 한 덩어리의 잠잠한 물질에서 시작되었고, 무한히 긴 세월 동안 아무 일도 없었지만 어느 순간, 정신(Mind, 아낙사고라스가 생각한 우주의 법칙)이 작용하기 시작해서 물질이 회전하기 시작하고, 그 결과 무거운 물질은 안쪽에 몰리고 가벼운 물질은 바깥쪽으로 밀려나가면서 분리된다고 설명했다.

[우주를 다스리는 정신이] 태양과 달, 별을 움직이고 공기와 다른 것들을 분리시킨다.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뜨거운 것과 찬 것, 밝음과 어둠, 건조한 것과 습한 것 또한 섞여 있다가 이것에 의해 나누어지는 것이다.
- 아낙사고라스의 미완성 저술 B12 중

사실, 이런 생각은 현대의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태양계의 생성 방법(먼지 구름이 회전하면서 원판형태가 되고, 물질들이 중력과 구심력에 의해서 곳곳에 모여서 태양계가 만들어졌다는)과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아낙사고라스는 오로지 이성에 의한 사고와 상상력에만 의존해 이런 이론을 생각해 냈던 것이다.

역시 기원전 5세기의 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와 레오키푸스도 회전에 의해 원자가 뭉친 결과 물질이 만들어져 우주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생각에 따르면 우주는 영원하고 무한히 큰 곳이다. (논리적으로) 우주에는 무한히 많은 원자가 있으므로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우주 어딘가에 있게 마련이므로 인간과 인간이 사는 세상이 존재하는 것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결과였다.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지금의 우주는 결국 해체되고, 불변의 존재인 원소는 새로운 우주의 재료가 될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긴 시간을 가정하지 않아도, 별은 죽어도 원소는 재활용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르네 데카르트는 우주가 소용돌이이며, 우주에 퍼져있던 물질들이 소용돌이에 의해(나중에 중력이라고 부르게 된 것에 다름 아니다) 뭉쳐진다고 생각했다. 1687년, 뉴턴은 무한하고, 움직이지 않고, 모든 물질이 균일하게 분포한(전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우주의 개념을 소개했다. 뉴턴이 생각한 우주는 중력에 의해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안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이 개념은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받아들여졌으며 아인슈타인조차도 자신의 이론이 입증될 때까지 이를 진실로 간주했다.

데카르트가 생각한 우주에서는 구역마다 입자들이 소용돌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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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금욕주의 철학자들은 우주가 무한한 허공에 둘러싸여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섬과 같은 존재라고 여겼다. 이 우주는 움직이고, 크기가 변하면서 격변과 대화재가 지속적해서 일어나는 곳이었다. 우주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한쪽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쪽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다는 이 이론은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이론과 어딘가 닮은 데가 있다. (입자일까? 파동일까? 항목 참조)

오늘날 통용되는 이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정적인 우주(static universe)가 존재하려면 약간의 속임수가 있어야 한다. 아인슈타인도 우주가 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방정식에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이 방정식을 이해한 방법은 아인슈타인과는 달랐다.

러시아의 우주물리학자이며 수학자인 알렉산더 프리드먼은 1922년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확장시켜 팽창하는 우주의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지만, 이듬해 휴가 중 크림반도에서 장티푸스에 걸려 37세로 사망하는 바람에 그의 연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소수의 학자들만이 그의 논문을 보았지만 아무도 그의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프리드먼의 이론을 입증하는 결과가 발견되자 결국 자신의 이론인 ‘우주상수’를 포기하고 프리드먼의 이론을 받아들였다.

우리 은하 바깥에 있는 모든 은하가 우리 은하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허블은 각각의 은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모든 은하가 적색이동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아인슈타인은 프리드먼의 이론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우주가 빅뱅(Big Bang)이라고 불리는 대폭발 이후 계속 팽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은 시작이나 끝이 없기 때문에(또는 무한히 많은 시작과 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우주 자체의 중력에 의해 줄어들게 되는 대수축(大收縮, Big Crunch) 현상도 함께 반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연으로 받게 된 노벨상
1978년, 아르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이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背景輻射,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들은 처음에는 이를 발견하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들의 연구 목적은 이것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이들은 뉴저지의 홈델에 있는 벨 전화 연구소에서 전파 천문학에 쓰일 장비인 마이크로파 안테나를 개발하던 중이었는데, 알 수 없는 마이크로파의 간섭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방향에서 똑같은 세기로 오는 것이어서 어떻게 해도 없앨 수 없어 그들을 괴롭혔던 마이크로파는 바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MBR)였다. 홈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우주 마이크로파 측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던 로버트 디키, 짐 페블스, 데이비드 윌킨슨은 펜지아스와 윌슨이 발견한 것이 자신들이 찾던 것임을 금방 알아챘다. 이 소식을 들은 로버트 디키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봐, 우리가 졌어.’

적색이동

별빛의 스펙트럼(파장의 분포)을 분석해보면 별이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지, 가까워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별빛의 스펙트럼이 파장이 짧은 푸른빛 쪽으로 몰려있는 것을 청색이동(靑色移動, blue shift)이라고 하고, 반대로 파장이 긴 붉은빛 쪽으로 몰려있으면 적색이동(赤色移動, red shift)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도플러(Doppler) 효과라고 불리는 것으로 빛뿐 아니라 소리에서도 일어난다.

빛을 내는 물체가 관측자에게 가까워지거나 멀어짐에 따라 관측되는 빛의 주파수는 빛의 스펙트럼의 양쪽 끝인 푸른 색 또는 붉은 색 쪽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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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차가 다가올 때에는 더 높은 음으로 들리고, 멀어질 때는 더 낮은 음으로 들리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그런데 은하가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허블이 발견한 은하의 적색이동은 도플러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은하와 외부 은하 사이의 공간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우주팽창 때문이었다.

이처럼 팽창된 공간을 통과하는 빛의 파장은 늘어난 공간으로 인해 길어지므로 지구에서 보기에는 빛의 스펙트럼이 파장이 긴 적색 쪽으로 밀려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결국 적색이동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미국의 천문학자 베스토 슬라이퍼가 1917년 몇몇 은하의 적색이동을 최초로 관측했다. 그러나 적색이동이 우주 공간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먼 은하일수록 적색이동이 더 심하다는 것을 알아낸 것은 허블이었으며, 그는 이 내용을 《외부 은하의 속도와 거리 사이의 관계(Relation between distance and radial velocity among extragalactic nebulae)》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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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루니 집필자 소개

196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중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중세 영어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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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오디세이
물리학 오디세이 | 저자앤 루니 | cp명돋을새김 도서 소개

원자론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그 후 아랍의 과학을 거쳐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그리고 마침내 우주 물질의 기원을 밝힌 현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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