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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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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저절로 생겨나거나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듯이, 에너지 역시 보존된다. 에너지는 형태가 바뀌기는 해도(그 덕에 인간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자체가 소비되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예가 갈릴레오가 발견한 시계추의 움직임이다. 이 운동은 중력에 의한 위치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동작으로, 추가 양 끝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을 때는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정지하고 이때 추의 위치에너지는 최대가 된다. 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추가 가지고 있던 위치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추는 반대방향으로 자리를 옮기는 동작을 반복한다.

추시계는 1656년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발명했다. 추가 좌우로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항상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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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이라고 불러도 좋은, ‘지금껏 알려진 모든 자연 현상 중에서 예외가 없는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에너지가 만들어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에너지라고 불리는 물리량은 자연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한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매우 수학적이고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어떤 현상의 구조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이지도 않다. 단지 우리가 계산으로 어떤 숫자를 찾아내고, 자연이 보여주는 쇼가 끝난 뒤 계산을 다시 해보면 여전히 같은 숫자가 나온다는 것뿐이다.’
- 리처드 파인만(물리학자), 1961

에너지의 발명

사실 여러 가지 형태의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같다는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울뿐만 아니라, 지금도 에너지라는 개념과 에너지가 작용하고 동작하는 방법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밝혀졌다고 하기도 어렵다. 독일의 수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에너지가 다양한 형태로 변환되는 것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면서 이를 ‘살아있는 힘(활력, vis viva)’이라고 불렀다. 네덜란드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빌렘 흐라베산데의 관찰 결과를 활용했던 라이프니츠의 연구는 프랑스 물리학자인 샤틀레 부인에 의해 더욱 발전되어, 움직이는 물체의 에너지는 질량을 속도의 제곱에 곱한 것에 비례한다고 정의되었다. 현재 사용되는 운동 에너지의 정의는 이와 매우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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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를 몸에 가까이 붙이거나 펼쳐서 회전속도를 조절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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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수천 년 넘게 불을 이용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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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기관
언뜻 보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영구기관이 존재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에너지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동작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는 영구기관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영구기관이라는 아이디어는 인도의 수학자인 바스카라가 1150년경에 처음으로 제시한 것으로, 그는 돌아가는 바퀴의 살에 무게 추를 달면 추의 무게로 바퀴가 무한히 회전할 것으로 생각했다. 심지어 바스카라보다 훨씬 더 똑똑했을 것 같은 로버트 보일조차도 끊임없이 물이 차고 비워지는 컵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찰 때문에 일부의 에너지가 열로 변환되어 방출되므로 영구기관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18세기에 각종 영구기관에 대한 아이디어로 몸살을 앓던 미국 특허청과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는 영구기관에 대한 모든 특허 신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불이란 무엇인가

불이 무엇인가에 대한 초기의 이론은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 불리는 가상의 가연성 물질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이 이론에 의하면 가연성 물질에는 플로지스톤 입자가 들어있고 연소란 플로지스톤이 소모되면서 방출되는 과정이었다. 자세히 보면, 이는 에너지와 관련된 이론이 아니라 연소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화학적, 물리적 변화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플로지스톤 이론은 연금술사인 요한 베허가 처음으로 제기했는데, 그는 고대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 시대부터 있어온 4원소설을 변형하여, 흙을 불에 강한 유리질인 제1종(terra lapidea), 가연성이며 유성인 제2종(terra pinguis), 휘발성이며 광택성인 제3종(terra fluida)의 3가지로 나누었다. 독일 할레 대학의 의학 및 화학과 교수였던 게오르크 에른스트 슈탈은 1703년에 베허의 이론을 약간 수정한 뒤 제2종 흙(terra pinguis)을 플로지스톤이라고 이름 붙였다.

게오르크 에른스트 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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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지스톤은 색깔과 향, 맛이 없고 연소과정에서만 방출되며, 물질 내부에 있던 플로지스톤이 모두 방출되면 물질의 성질은 나무와 재처럼 연소 이전과 달라진다고 여겨졌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플로지스톤이 완전히 방출되지 않는데(연소가 완전히 진행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공간 내부의 공기에 플로지스톤이 가득 차서 더 이상 공기 중에 플로지스톤이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으로 설명되었다. 플로지스톤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금속이 가열되거나 불에 탔을 때 질량이 증가하는 현상이었다(연소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것이므로 금속의 경우에는 연소에 반응한 산소의 무게만큼 무게가 증가한다). 플로지스톤 이론은 이 허점을 플로지스톤이 경우에 따라 질량이 없을 수도 있고, 음의 질량을 가질 수도 ― 연소 뒤에 질량이 늘어난다고 ― 있다는 주장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또한 플로지스톤은 금속의 녹이나 생명체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설명되었다. 생명체는 플로지스톤이 가득 찬 공기 속에서는 살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는 금속도 녹이 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플로지스톤 이론은 앙트완-로랑 라부아지에(원자와 원소 항목 참조)가 연소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때까지 연소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연소가 생명체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호흡을 하려면 산소가 필요하다)은 생명의 핵심이 화학 반응이라는 발견의 열쇠가 되었다.

파리에 있는 라부아지에의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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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플로지스톤을 기반으로, 이후에는 산소와 연관된 화학 반응을 통해 연소를 설명하려는 노력이 한참 동안 계속되었지만, 열에 대해서는 1737년 샤틀레 부인이 나중에 적외선 방출이라고 알려진 현상을 발표할 때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에밀리에 샤틀레 부인(1706~1749)
프랑스 귀족의 딸로 태어난 샤틀레 부인은 키가 너무 커서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결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딸에게 최고의 가정교사를 붙여주어 그녀가 좋아한 수학과 물리학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그녀는 12살 때 이미 6가지 언어를 구사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학문보다는 수녀원에 가기를 원했지만 다행히 그녀의 아버지는 부인의 주장을 이겨낼 힘이 있었다. 도박에도 관심이 많았던 에밀리에는 뛰어난 수학 실력을 이용해 승률을 높일 수 있었고, 도박에서 딴 돈으로 책과 실험 장비를 사들이곤 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예상과 달리 결혼해서 세 자녀를 두었는데, 남편이 전투에 나가거나 영지를 둘러보기 위해 집을 비울 때가 많았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과학연구에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었고 여러 연인을 만나는데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유명한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볼테르도 그녀의 연인이었다. 볼테르는 샤틀레 부인과 가장 가까운 지적 교류의 상대이기도 했으며 샤틀레 가문의 영지에서 함께 지냈다. 그녀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번역했을 뿐 아니라 1740년에는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관점을 통합하는 《물리의 체계(Institutions de physiques)》를 저술하기도 했다. 1737년에는 과학 아카데미가 개최한 논문 대회에 비밀리에 연구한 불의 성질에 관한 논문을 제출했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과학 아카데미는 그녀의 논문을 출판했다. 논문에서 빛의 색깔에 따라 열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함으로써 적외선 발견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녀가 했던 실험 중 하나로 젖은 진흙 위에 포환을 떨어뜨리는 것이 있었는데, 포환의 속도를 2배로 늘리면 포환이 진흙을 파고드는 깊이가 4배 깊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뉴턴이 말했듯 힘이 질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질량을 속도의 제곱과 곱한 것(m×V2)에 비례한다는 것을 보인 것이었다.

과학계가 남성뿐이던 시대에 여성 물리학자로 활동했던 샤틀레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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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루니 집필자 소개

196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중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중세 영어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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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오디세이
물리학 오디세이 | 저자앤 루니 | cp명돋을새김 도서 소개

원자론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그 후 아랍의 과학을 거쳐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그리고 마침내 우주 물질의 기원을 밝힌 현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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