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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선사시대부터 달이나 별, 행성을 관측했다는 증거는 여러 유적에 남아있다. 프랑스 카르나크 지방에 남아있는 기원전 4500~3300년 사이에 만들어진 3천여 개의 선돌과 기원전 3000~2200년 사이에 세워진 영국 남부 스톤헨지의 원형으로 서 있는 선돌들은 천체 관측 용도로 사용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夏至)에 태양은 스톤헨지의 중앙축과 거의 일치하는 방향에서 떠오른다. 지구의 세차운동(지구의 자전축이 움직이는 것) 때문에 스톤헨지가 만들어졌던 4000년 전에는 오히려 스톤헨지와 일출의 방향이 더 틀어져 있었겠지만, 당시의 수준에서 농사와 종교 행사에 필요한 정확도를 제공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스톤헨지가 태양이 아니라 달이나 행성의 움직임에 맞추어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걸친 천체 관측의 결과를 토대로 건설되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집트 기자(Giza)에 있는 피라미드들은 더욱 정교하게 천체의 움직임과 방향을 일치시켜 만든 건축물이다. 기원전 2680년경에 완성된 세 개의 피라미드는 1도 이내의 오차로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다. 세 피라미드의 위치는 오리온자리의 가운데에 있는 세 개의 별을 상징하고, 다른 피라미드들은 오리온자리의 나머지 별들을, 나일 강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천문학적 묘사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최초의 사례는 하트셉수트 여왕(c.1473~1458BC)이 통치하던 시대의 최고 건축가이자 천문학자였던 세넨무트의 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마야 문명의 건축물 상당수가 플레이아데스성단과 용자리에 있는 에타별의 방향과 일치한다.
초기의 천문 관측자들
스톤헨지나 피라미드가 천문학과 관련된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당시에 관측된 천체 관측 기록은 지금도 남아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300년경부터 천문대에서 천체관측을 시작했다. 기원전 2296년에는 최초의 혜성이 기록되었고, 기원전 2133년에는 유성우 그리고 기원전 2136년에는 처음으로 일식이 기록되었다. 중국에서 천문학은 점성술의 일부였는데, 천문 관측자들은 왕실의 행사나 전투 날짜 등을 정하거나 황제의 건강을 점치기 위해 일식과 같은 천체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해야 했다. 이런 일에서 실수를 범하면 대가가 가혹해서, 이미 기원전 2300년에 적어도 두 명이 일식 날짜를 잘못 계산해서 참수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하남성(河南省) 서수파(西水坡)에 있는 6000년 전의 묘에는 중국의 세 별자리인 청룡, 백호, 북두칠성 별자리를 형상화한 조개와 뼈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3200년 전에 신탁을 받아 천궁 28자리의 이름을 새겨둔 뼈도 발견되었다. 중국인들은 천체가 정렬된다는 것은 중요한 사건을 의미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기원전 16세기부터 서기 19세기 말 무렵까지 거의 모든 왕조가 천체를 관측하고 천문 현상을 기록하는 관직을 두고 있었으며 이렇게 해서 남겨진 기록은 천문학의 역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다루어진다.
지금의 이라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기원전 2600년 수메르 문명을 시작으로 여러 문명이 발생한 곳이다. 기원전 24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수메르인이 남긴 수만 개의 점토판에서는 씨를 뿌리고 거두는 날짜 등 농사에 필요한 정보와 천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바빌론인들이 이 지역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1600년 무렵이었다. 이때 천문학자들은 국가적 지원을 받아 달력을 만들고 점성술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별자리표를 만들고, 오랜 시간에 걸쳐 행성의 움직임과 일식, 월식의 날짜를 기록한 결과, 대략적으로라도 일식과 월식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바빌론에서는 아마 월식이 223개월에 한 번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기원전 800년경에는 금성, 화성, 목성의 위치와 별의 위치 관계를 알아내어 행성의 궤적이 주기적으로 뒤로 간다는 것을 기록했다.
바빌론인들은 12개월로 된 달력을 만들었는데, 달력의 오차를 바로잡기 위해 때때로 13번째 달을 더하는 방법을 사용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7일 단위로 된 1주일의 개념을 사용하기도 했다. 원을 360도로 나눈 것도 바빌론인들인데, 이를 기반으로 태양이 30도 움직일 때마다 ‘카스푸(kaspu)’라는 단위로 나누어 하루를 12등분했다. 또한 원을 360도로 하여 각도를 측정하는 개념도 만들어냈다.
각도의 개념을 갖게 된 바빌론의 천문가들은 행성의 역행(逆行)운동을 측정하여 기록한다. 점토판에 남겨진 기록을 바탕으로 볼 때, 당시 이미 행성의 위치와 역행운동이 시작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들은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모르고 있었다. 바빌론인들은 단지 종교적인 이유에서 천체의 움직임을 파악했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천체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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