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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을 이용해 훨씬 더 정확하게 별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프랑스가 국립 천문대를 세운 것에 자극받은 영국 왕립학회도 천문대의 설립을 서두르게 되었다. 1675년 그리니치에 왕립 천문대가 만들어졌고, 존 플램스티드가 초대 천문대장에 취임했다. 그는 젊은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와 친분을 쌓게 되었고, 이후 핼리는 천문대에 있던 7미터가 넘는 망원경을 옥스퍼드 대학으로 가지고 갔다. 핼리는 플램스티드에게 쓴 첫 편지에서 당시 사용되던 항성 목록의 오류를 지적했고, 곧 그와 친해지게 되었다. 자연히 플램스티드는 북반구의 항성 목록을 새롭게 만드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핼리는 남반구에서도 동시에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고, 왕립 학회는 이를 승인해주었다. 핼리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가 핼리에게 주는 돈은 플램스티드가 받는 급여의 세 배에 달했다고 한다.

뉴턴에게 자극을 준 핼리
1684년 케임브리지로 뉴턴을 만나러 간 핼리는 뉴턴과 함께 천문학자들의 오랜 주제였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행성을 끌어당기는 힘’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핼리는 뉴턴을 만나기 전, 그해 1월 이미 로버트 훅과 크리스토퍼 렌을 만난 후였다. 핼리는 뉴턴에게 이런 힘이 작용한다면 행성의 궤도가 어떤 모양이어야 하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뉴턴은 이미 그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해놨으며 궤도는 타원이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둘의 만남 이후 뉴턴은 수년간의 연구 결과를 담은 《프린키피아(Principia)》를 출판하고, 이 책은 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으로 남게 되었다.

핼리

토성의 귀

망원경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천문학자들은 그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내용을 하나씩 파헤칠 수 있게 되었다. 갈릴레오는 토성의 ‘귀’를 발견했는데, 신기하게도 몇 년 뒤에는 이것을 볼 수가 없었다. 1655년에는 하위헌스가 동생 콘스탄틴과 함께 색수차(망원경으로 볼 때 물체 가장자리에 여러 색깔이 보이는 현상)를 없앤 망원경의 개발을 시작했고, 50배 배율의 망원경을 만들어 토성을 관측했다. 1652년에는 토성의 위성 티탄(Titan)을 발견했고, 4년 뒤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토성의 ‘귀’가 고리라는 것을 보고 ‘토성과 붙어있지 않은 얇고 납작한 고리가 황도(黃道, ecliptic)와 일치하는 각도로 토성을 감싸고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처음에는 토성의 고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액체나 고체일 것이라고도 짐작되었지만, 1675년 지오반니 카시니가 고리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자 토성 고리의 정체를 밝히는 문제는 1855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아담 상(Adam’s Prize Essay)의 주제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토성의 고리가 지구에서 토성까지의 거리 때문에 고리처럼 보이는 것이고, 무수히 많은 작은 돌덩어리만이 물리학적으로 토성의 고리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이 상을 받았고, 맥스웰의 이론은 1895년 분광기(分光器, spectroscope)를 이용한 관측을 통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