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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는 빛뿐 아니라 열도 있다는 것은 인류가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지만 빛과 열 사이의 관계가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빛과 열 사이의 관계를 언급한 최초의 기록은 1606년 중세 이탈리아의 학자였던 지암바티스타 델라 포르타가 남긴 빛에 의한 가열 현상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매우 박식한 사람이어서 물리, 화학, 농업, 수학 등 여러 분야의 저서를 남겼고, 희곡을 쓰기도 했다. 1558년에 펴낸 《자연의 신비(Magiae naturalis)》는 1603년에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린체이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각주1)

로마의 코르시니(Palazzo Corsini)

1883년 이후 린체이 아카데미가 있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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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틀레 부인은 빛의 색깔에 따라 발생하는 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빛과 열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이론은 전자기파와 적외선의 발견에 앞선 것이었지만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 1901년에 막스 플랑크가 흑체복사(黑體輻射, black-body radiation)문제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빛과 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냄으로써 중요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비록 우연이긴 했지만 막스 플랑크의 발견으로 양자역학이 발전하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었다.

우주는 얼마나 추운가?
지구를 벗어나면 추워지긴 하지만, 설령 태양계 밖으로 나간다 해도 절대온도 0도가 되지는 않는다. 빅뱅 이후 남아있는 열에 의한 마이크로파를 관측하면 태양계 밖의 외계(外界, outer space)의 온도는 절대온도 2.7도 정도로 측정된다. 알려진 곳 중에서 가장 온도가 낮은 구역은 부메랑 성운(星雲, nebula)에 있으며 이곳의 온도는 절대온도 1도를 조금 넘는 정도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가장 낮은 온도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2003년에 성공한 절대온도 20억분의 1도였다. 그러나 이 온도의 지속시간은 매우 짧았다.

우주

흑체복사와 에너지양자

물질은 대부분 열을 받으면 붉은색에서 노란색, 또는 흰색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내고, 고온에서 방출되는 빛일수록 파장이 짧아지면서 파란색을 띤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빛은 전체적으로 흰색(색깔이 없는)을 띠다가 노란색과 붉은색 빛과 합쳐지며 점차 파란색에 가까워진다. 방출되는 빛의 파장과 온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를 흑체(黑體, black-body) 곡선이라고 부르는데, 흑체란 자신에게 쏘아지는 모든 전자파를 흡수하는 이상적인 물체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 탄소로 만들어진 상자는 구멍이 흑체 역할을 하게 되므로 가열되면 빛을 내며 온도에 따라 다른 색깔의 빛을 방출하는 이상적인 흑체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 이때 방출되는 빛의 색깔은 오로지 온도에 따라 결정되며 흑체를 구성하는 물질과는 무관하다.

흑체는 절대온도 7500도에서 보라색 영역 끝부분의 빛을 주로 방출하고 4500도에서는 붉은색 영역의 빛을 가장 많이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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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플랑크는 작은 구멍이 뚫린 검은 상자를 이용해 흑체가 방출하는 빛의 파장을 계산하고자 했고 상당히 정확한 계산식을 찾긴 했지만 이를 위해 상당히 어색한 가정을 해야만 했다. 흑체에서 빛이 연속적으로 복사(輻射, radiation)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나오는 짧은 파동의 덩어리(또는 양자)라는 가정이 필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플랑크는 자신이 만들어낸 에너지 양자라는 개념이 물리학계를 뒤엎어 버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단지 자신의 편의를 위해 당연히 연속적이어야 하는 물리량을 수학적으로 양자 형태로 표현한 것뿐이었고, 다른 물리학자들이 후속 연구를 통해 이 가정을 다듬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야말로 커다란 오산이었다.

흑체 문제에 대한 양자역학적 해답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론적 설명을 이루어내겠다는 목적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 막스 플랑크, 1901

막스 플랑크(1858~1947)
막스 플랑크(Max Planck)의 삶은 길었지만 비극적이었다. 지금의 독일 북부인 홀슈타인 공국(公國)의 항구도시 키일에서 태어난 플랑크는 처음에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했다. 어느 날 다른 음악가에게 음악가가 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던 플랑크는 ‘그런 질문을 한다면 음악가가 될 자질이 없는 거라네’라는 대답을 듣고는 음악에 대한 꿈을 접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는다. 재미있는 것은, 물리학을 택한 이유가 물리학 교수가 ‘물리학에는 더 이상 발견할 것이 남아있지 않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플랑크는 물리학에 소질이 있었고, 양자에 관한 그의 연구는 20세기 물리학의 바탕을 이루게 된다.

그의 첫째 부인은 1909년에 (아마도 결핵으로) 죽었다. 1차 세계대전 중 아들이 서부전선에서 전사했고, 또 다른 아들 에르빈은 프랑스군에 포로로 잡힌다. 쌍둥이 딸인 그레테와 엠마는 출산을 하다 각각 1917년과 1919년에 사망한다(그레테가 죽은 후 엠마는 그레테의 남편과 결혼했다). 1944년에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베를린에 있던 플랑크의 집이 완전히 파괴되어 모든 연구 자료가 소실되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1945년에는 그의 아들 에르빈이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되어 처형되고 만다. 아들의 죽음 이후 삶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플랑크는 2년 뒤인 1947년에 삶을 마쳤다.

다른 형태의 에너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의 관심이 빛과 열에 쏠려있긴 했지만, 다른 형태의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사실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는 대부분 19세기에 이름 붙여진 것이다. 프랑스의 과학자 코리올리가 1829년에 ‘운동 에너지’를, 1853년에는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윌리엄 랜킨이 ‘위치 에너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새롭게 인식된 형태의 에너지로는 전기를 들 수 있다. 번개는 인류에게 친숙한 대상이었지만, 번개가 전기와 연관이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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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루니 집필자 소개

196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중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중세 영어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펼쳐보기

출처

물리학 오디세이
물리학 오디세이 | 저자앤 루니 | cp명돋을새김 도서 소개

원자론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그 후 아랍의 과학을 거쳐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그리고 마침내 우주 물질의 기원을 밝힌 현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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