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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자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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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실제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1820년, 덴마크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는 전류 때문에 나침반의 바늘이 꺾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전기와 자기 사이에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최초의 단서였다. 불과 일주일 후, 프랑스의 앙드레마리 앙페르가 좀 더 명확한 증거를 내놓는다.

앙페르는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 회원들을 모아놓고, 평행하게 놓인 두 가닥의 전선에 전류를 흘리면 전류의 방향에 따라 전선이 서로 끌어당겨 지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듬해에 마이클 패러데이는 수은이 담긴 접시 위에 자석을 놓고 전선을 늘어뜨린 뒤 전선을 수은에 담그는 실험을 한다. 전선에 전류를 흘리자 수은이 자석 주위를 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패러데이는 이 현상에 ‘전자기 회전(electromagnetic rotation)’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이 현상의 발견은 후에 전기 모터 개발의 바탕이 된다).

전자기력에 의한 회전을 입증하기 위한 패러데이의 실험장치

ⓒ Experimental Researches in Electricity (vol.2, plate 4)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전기와 자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여서 자기장이 변화하면 전기장이 형성되고, 전기장이 변화하면 자기장이 형성된다.

하지만 패러데이는 이 연구를 계속할 시간이 없었고, 최초의 전자석은 패러데이가 아닌 미국의 과학자 조셉 헨리가 1825년에 만들었다. 헨리는 절연이 된 전선을 자석 주위에 감고 전류를 흘리면 자석의 자력이 엄청나게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만든 전자석 중에는 거의 약 1,600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자석 주위에 나침반 바늘을 놓아 자기장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 Nevit Dilmen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헨리의 계속된 연구는 전신(電信, electric telegraph) 장치 개발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헨리는 학교인 알바니 아카데미에 약 1.6km에 이르는 길이의 전선을 설치하고 전기를 이용해 반대편에 있는 종을 울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전신 장치를 만들어낸 것은 사무엘 모스지만, 전신의 개념을 제시한 것은 조셉 헨리였다.

조셉 헨리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먼 거리에서 기계적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별다른 손실 없이 전류가 전송되는 것을 확인한 첫 쾌거였다. 내 생각엔 전신(電信) 장치가 실용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금 시점에서 미래 전신 장치의 구체적인 구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전기를 이용해 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확인된 것이다.
- 조셉 헨리(미국의 물리학자)

전기와 관련해 단 한 명의 인물을 꼽아야 한다면 아마도 마이클 패러데이일 것이다. 그는 1820년대의 첫 실험 이후 전기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31년에 전기 유도 법칙을 발견하는 업적을 남겼다. 실험에서 커다란 반지 모양의 금속에 두 가닥의 전선을 양쪽에 감고 한쪽 전선에 전류를 흘리자 반대편 전선에도 전류가 유도되어 흘렀다. 그리고 6주 후에는 영구자석을 움직여 자석 주위의 전선에 전기가 발생하게 하는, 최초의 발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패러데이의 법칙에 따르면 자속(磁束, magnetic flux)이 변화하면 이에 비례하여 기전력(起電力, electromotive force)이 만들어진다.

두 개의 코일 사이의 전자기 유도 현상을 보여주는 패러데이의 실험장치. 우측에 놓인 전지가 코일에 전류를 흐르게 하고 코일이 감긴 작은 원통을 손으로 움직이면 큰 원통에 감긴 코일로 유도된 전류가 흐르는 것을 왼쪽에 놓인 전류계로 확인할 수 있다.

ⓒ Arthur William Poyser (1892) Magnetism and Electricity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
1. 도체를 둘러싼 자기장이 변화하면 전자기장(電磁氣場, electromagnetic field)이 유도된다.
2. 전자기장의 세기는 자기장의 변화 속도에 비례한다.
3. 자기장의 변화 속도의 방향을 측정하면 유도된 전자기장을 관측할 수 있다.

힘이 미치는 영역
자기장(磁氣場, magnetic field)에서 자력이 전달되는 것처럼 장(場, filed)은 힘의 영향이 전달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자석의 자기장은 N극에서 S극으로 연결된 여러 개의 선의 형태로 표현된다. 전자기력(電磁氣力, electromagnetic force)과 중력의 크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거리가 두 배 멀어지면 작용하는 힘은 1/4로 줄어든다. 이 관계는 뉴턴의 중력 연구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바 있다.

지금도 모든 발전기는 이 원리에 따라 동작하는 것이다. 또한 패러데이는 전극(電極, electrode), 양극(陽極, anode), 음극(陰極, cathode), 이온(ion)과 같은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가 생각한 이온은 분자의 일부로서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전기를 운반하는 존재였다. 전해질 용액과 이온의 관계는 스웨덴의 화학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에 의해 밝혀졌으며 아레니우스는 이 업적으로 190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마이클 패러데이의 영국 왕립 과학 연구소 실험실

ⓒ Harriet Moore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
런던에서 태어난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14세까지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이후 제본소에서 수습생으로 일하게 된 패러데이는 과학 서적을 읽으며 독학을 했다. 1812년 왕립 과학 연구소에서 험프리 데이비의 강연을 듣고 난 패러데이는 그에게 조수로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으나 거절당한다. 그러나 데이비는 마음을 바꾸어 이듬해 패러데이를 조수로 채용했다.

처음에는 주로 다른 과학자들의 일을 도와주기만 하던 패러데이는 머지않아 자신만의 실험을 시작했다. 1826년에는 왕립 과학 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강연과 금요 저녁 강좌를 시작했는데, 이 행사들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강연에 열심이었던 패러데이는 당시 유명 과학 강사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1831년에는 전기 발전의 초석이 된 전자기유도를 발견했는데, 이전까지 전기는 신기한 현상이긴 해도 그다지 쓸모는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패러데이는 공로를 인정받아 왕립학회의 회장직을 두 번이나 제의받았고(두 번 모두 거절했다), 왕실에서는 작위도 수여하려고 했다(이것도 거절했다). 말년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인 앨버트 공이 하사한 햄프터 성에서 지냈다.

자기를 전기로 바꾸자!
- 1822년 마이클 패러데이가 쓴 할 일 목록; 1831년에 완료됨

전자기가 불러오는 새로운 시대

외르스테드와 패러데이의 연구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진행되었는데, 여기에 수학을 접목하여 전기와 자기의 관계를 학문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다.

맥스웰은 1873년에 전자기(電磁氣)는 동일한 힘이라는 놀라운 주장을 담은 4개의 방정식을 제시했는데, 맥스웰 방정식은 아인슈타인이 ‘뉴턴 이후의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현대물리학에서 전자기력은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의 기본적인 힘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나머지 셋은 중력과 강한 핵력(核力, nuclear force), 약한 핵력으로 핵력은 원자들 사이에서만 작용한다) 원자 단위의 미시적 세계에서 전자기력은 이온과 분자를 붙들어두는 힘인 동시에 전자와 중성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작용한다.

맥스웰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같은 전자기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기장이 변화함에 따라 전기장과 수직으로 만들어지는 자기장도 동일하게 변화하며, 전자기장은 빈 공간을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것은 분명히 놀랄만한 발견이었지만,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맥스웰의 연구 결과를 상대성 이론 연구에 활용하여 전기장과 자기장은 관측자가 어떤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지 보기에 따라 자기장일 수도 있고, 전기장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빛도 전기나 자기처럼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파동이라는 결론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1862년경
맥스웰 방정식

맥스웰 방정식의 첫 번째 식은 가우스의 법칙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의 강도에 대한 것으로, 중력장과 마찬가지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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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식은 자기장의 강도에 관한 것이다. 자기장은 항상 자석의 N극에서 S극으로 연결되며 자석에는 항상 N극과 S극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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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식은 전류의 변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자기장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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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식은 자기장의 변화가 전류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것으로 패러데이의 유도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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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루니 집필자 소개

196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중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중세 영어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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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오디세이
물리학 오디세이 | 저자앤 루니 | cp명돋을새김 도서 소개

원자론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던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그 후 아랍의 과학을 거쳐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그리고 마침내 우주 물질의 기원을 밝힌 현대의 과학에 이르기까지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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