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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사랑으로 대해주세요

반려견 행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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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
지금 당신의 반려견이 당신과
가족을 향해 이빨을 보이고 있다면.
무섭고,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는 겁니다.
"꼭 복수하는 것 같아요. 왜 자기를 혼자 두고 외출했느냐 따지는 것 같습니다. 저를 만만하게 보는지 으르렁거리거나 산책이라도 데리고 나가면 저를 끌고 다니기 바쁩니다. 이렇게 말을 안 들을 때면 너무 얄미워서 이마를 콩 쥐어 박고 싶어요."
"이런 게 서열인가요? 지금 이 녀석이 나를 무시하는 걸까요? 반려견을 이해하면서 긍정적으로 가르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런 행동은 긍정적으로는 못 고친다고 말하더라고요. 책도 많이 봤고, 칭찬도 많이 했는데 뭐 되는 게 없어요. 그래서 이곳저곳 훈련소에서 상담을 받아봤는데, 이런 성향의 반려견은 칭찬하는 방법으로는 훈련이 안 되고 강한 복종훈련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칭찬만으로 교육할 수 없고, 처벌을 할 때는 해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게 맞는 거지요? 왜 이렇게 말들이 다 다르지요?"

반려견을 교육하면서 많은 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처벌도 교육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요?"
"물어뜯을 것같이 사람에게 달려드는 로트와일러(Rottweiler)각주1) 를 어떻게 칭찬만 가지고 교육할 수 있지요?"
"강 훈련사! 당신 우리 말리노이즈(Malinois)각주2) 가 공만 보면 흥분해서 미치는데 이거 초크체인 안 쓰고 얌전하게 만들 수 있어?"

반려견의 행동을 수정할 때, 그들의 감정과 그 감정에 따른 호르몬 분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반려견이 흥분 상태일 때 그들의 몸속에서는 많은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흥분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은 분비된 지 15분 만에 최고조에 도달하고, 7일이 지나야 안정 상태가 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은 반려견의 혈액 속에 무려 40일 동안 남아 있습니다. 흥분은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고,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면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됩니다.

흥분은 곧 스트레스입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흥분과 호르몬 과다 분비에 의한 흥분은 다릅니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될 경우 마약에 취한 상태와 유사합니다. 다른 동물을 보고 흥분하고 사람들을 보고 흥분하고 작은 소리에 흥분하고 공과 원반 등에 흥분하고…. 반려견들에게 이렇게 심한 흥분은 독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는 것이 교육일까요?

생각해봅시다. 벨소리에 짖는 반려견을 조용히 시키려고 어떤 이는 소리를 지르고 신문지로 반려견을 위협해서 짖는 행동을 멈추게 하려고 합니다. 강아지 입장에서는 보호자의 모습이 교육적으로 보이기보다 화가 난 사람처럼 보일 것입니다.

'앉아' 하고 명령을 내린 뒤 돌아섰더니, 반려견이 움직였습니다. 교육이 되나 싶어서 보호자는 다시 '앉아' 하고 명령을 내렸지만 강아지는 낑낑 소리만 낼 뿐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보호자는 약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게 내 말을 뭘로 알고! 너 말 안 들을 거야?"

이런 감정은 결코 교육적이지 못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 라는 말은 여기서도 통합니다. 부정적으로 명령을 하면 받아들이는 강아지 입장에서도 부정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는 말을 멈추게 하려고 고삐를 세게 당긴다면 말은 멈추겠지만, 그 말은 당신을 태우는 것이 그다지 기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달려들 듯이 덤비는 강아지의 마음은 일종의 방어 기제가 작동한 상태입니다. 공격적인 행동의 바탕이 되는 감정은 두려움과 공포입니다.

무섭게 달려들 것 같은 로트와일러의 행동을 수정하고 싶고 교육하고 싶다면 그 개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단지, 초크체인으로 목을 조르고 숨을 못 쉬게 한다고 해서 강아지가 스스로 흥분한 이유를 알려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만 보면 흥분하는 말리노이즈라면 마음이 안정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공과 같은 자극 요소를 가까이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반려견한테 공은 술과도 같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주사도 심하고 폭력적인 행동도 합니다. 우리가 이런 사람을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술을 먹고 취하되 주사를 부리지 못하도록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화를 내고 무섭게 소리치고, 때려야 그 사람이 치유될까요? 우리는 그 사람이 술을 끊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게 하는 것이 그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우리는 강아지를 그토록 애지중지하면서도 강아지의 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만큼 흥분했는지, 어떤 기분인지 모르면서 무조건 공을 던져주면 강아지와 놀아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도 많습니다.

반려견의 공격성은 우리가 그들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입니다. 그들은 이전에 충분히 표현했을 것이고, 우리가 그런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했기 때문에 그들이 공격적으로 변한 것입니다. 사람이 강아지를 공격적으로 변하게 해놓고 강아지가 공격적이라고 해서 더욱 엄하게 교육하는 일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자란 아이들을 더 엄하게 몰아세우는 것과도 같습니다. 강아지가 공격적으로 행동할 때에는 더욱 더 처벌하면 안 됩니다.

지금 당신의 반려견이 당신과 가족을 향해 이빨을 보이고 있다면. 무섭고, 힘들다고 하는 비명입니다. 부디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기를 바랍니다. 또, 공격적인 반려견을 강력한 처벌로 교육하는 분은, 비명 지르는 강아지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젠틀한 보호자에게 젠틀한 반려견

인용문
혼내지 않고, 혼나지 않아도
강아지는 작은 몸짓 하나로도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상시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몸짓 하나가 강아지를 편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더욱 불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5개월 전에 한 가족을 만났습니다. 예기치 않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코커스패니얼 때문에 손에 피멍이 들고, 병원에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제가 처음 방문했을 때도 굉장히 심하게 짖었으며, 제 가슴까지 점프를 해댔습니다. 이 강아지의 이상 행동은 심하게 짖는 것과 먹이를 보면 정신없이 달려들거나, 무언가를 먹을 때 누가 옆에 있기만 해도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단순히 으르렁거리거나 이빨을 드러내는 정도가 아니라 물고 잡아당기거나 좌우로 흔드는 정도의 심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또 산책을 나가면 그렇게 좋아하는 먹이도 전혀 입에 대지 않고, 의뢰인을 끌고 앞으로만 달려가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강아지의 주변 환경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더 했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의 남편과 이야기를 더 나누었습니다. 역시 강아지의 이상행동에 대한 답은 주변 환경에 있더군요. 의뢰인의 남편은 강아지가 아내를 공격할 때마다 심하게 혼을 냈다고 합니다.

한번은 '버릇을 고쳐놔야겠다'는 생각으로 신문지를 돌돌 말아 몇 대 때리기도 했답니다.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강아지는 의뢰인의 남편을 피해 의뢰인만 따라다녔고, 의뢰인이 화장실에 가기라도 하면, 줄곧 바깥에서 기다리면서 낑낑댔습니다.

이윽고 교육이 시작되자, 저도 심하게 물렸습니다. 먹이를 보고 흥분한 강아지가 의뢰인의 남편이 의자를 빼서 앉는 소리에 놀라 가까이 있던 저를 물었습니다. 의뢰인이 저를 걱정할 정도로 강아지가 사납게 달려들었습니다. 첫날 교육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화가 난 의뢰인의 남편을 본 강아지가 무서워하며 방으로 도망쳐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후 교육을 몇 번 더 진행했습니다. 강아지는 점차 안정을 찾는 것 같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습니다. 교육을 더 해주고 싶었지만 제가 외국에서 훈련 세미나가 있어서 몇 주간 자리를 비워야만 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의뢰인과 남편에게 아래와 같이 몇 가지 팁을 주면서 꼭 지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반려견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견주의 행동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소리 지르지 말 것.
둘째, 똑바로 쳐다보면서 겁을 주는 행동을 멈출 것.
셋째, 집 안에서 천천히 움직일 것.
넷째, 자고 있는 강아지의 옆을 지나갈 때는 먼저 이름을 불러서 강아지를 깨운 다음에 돌아서 지나갈 것.
다섯째, 밥을 먹을 때에는 가까이 있지 말고 편안히 먹을 수 있도록 구석에서 먹게 해줄 것.
여섯째, 자율급식으로 바꾸려고 노력할 것.
일곱째, 앉았다가 일어날 때,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바닥을 보여주고 천천히 움직일 것.

해외 연수가 끝나자마자 다시 의뢰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강아지가 어떻게 변했을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섰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공격적이던 녀석이 꼬리를 흔들고 의뢰인 옆에서 웃으면서 누구냐고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시간을 충분히 두고 천천히 들어가니 제 품으로 파고들기까지 했습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의뢰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떨지 않게 되었고 이빨을 보이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으며, 그렇게 무서워하던 의뢰인의 남편에게도 먼저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먹이 앞에서 긴장하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딱 3개월 만이었습니다. 사실 해외 연수를 갔을 때에도 이 강아지의 사례에 대해서 많은 자문을 구했습니다. 여러 훈련사도 표현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이 바로 '강아지의 심리적인 안정이 우선이다'였습니다. 강아지를 억압하면서 복종시키는 훈련 방법은 이제 구식입니다. 강아지에게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혼내지 않고, 혼나지 않아도 강아지는 작은 몸짓 하나로도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소한 몸짓이라도 강아지를 배려한다면 강아지는 반드시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반려견이 불안해하고 있다면, 스스로의 행동을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반려견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고 싶다면

인용문
변화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천천히 다가옵니다.
"공격성이 심한 것 같아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려고 합니다. 키우는 동안 잘 해보려고 했으나 강아지는 점점 저를 골탕 먹이려는 것 같았어요. 저도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한 의뢰인에게서 받은 문자메시지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가장 슬픈 내용의 문자메시지입니다. 이럴 때마다 답답함을 느낍니다. 반려견은 당신을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지 않으니 말입니다.

강아지가 조금만 실수하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도 강아지와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즉시 행동수정이 될 수 있는 슈퍼 솔루션을 찾는다는 것인데, 그 많은 강아지를 모두 보호자의 입맛에 맞게 고치는 방법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슈퍼 솔루션은 없지만, 몇 가지 효과적인 방법은 있습니다. 강아지에게 스트레스를 최대한 주지 않으면서 공격적인 성향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강아지가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면 너무나 화가 나서 혼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때가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강아지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부디 혼내기 전에 이 방법을 써보십시오. 반려견의 행동을 파악하고 접근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 긴장하거나 두려움이 많은 반려견을 대하는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반려견이 가지고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응용한 것으로 경험과 관찰 데이터가 부족한 일반 반려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반려견을 대할 때나, 유기견을 구조하기 위해서 접근할 때 유용할 것입니다.

공격적 성향의 반려견 또는 유기견을 대하는 방법
1단계: 강아지를 만나면 등을 돌립니다. 이때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2단계: 강아지의 정면이 아닌 다른 곳을 보고 딴청을 피웁니다. 하품을 하거나 눈을 천천히 감는 것이 좋습니다.
3단계: 천천히 자리에 앉고, 졸린 듯 눈을 깜박입니다. 이때 강아지를 쳐다보거나 강아지가 반응한다고 해서 동요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합니다.
4단계: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강아지에게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표시하는 행동입니다. 가능한 한 천천히 움직입니다.
5단계: 모든 동작은 2초 이상 간격을 두고 합니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천천히 강아지에게 우리를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그러면 강아지가 오히려 먼저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강아지가 많이 짖나요? 그래도 이렇게 해주세요.
강아지와 친해지고 싶나요? 더욱 천천히 해주세요.
그러고 나서 강아지의 이름을 다정하게 한번 불러주세요.

두 손을 강아지의 가슴 높이 정도로 내려놓고, 강아지가 다가와 제 몸을 내 손에 기댈 수 있게 가만히 있어주세요. 만지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주세요. 강아지가 내 손에 몸을 기댄다면, 천천히 마사지하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세요.

만약, 강아지가 흥분한다면, 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앞의 동작을 천천히 다시 해주세요. 어렵나요? 단순한 동작이라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잘 안되나요? 괜찮습니다. 다시 해보면 되지요.

한숨 한번 깊게 쉬고 천천히 다시 시도해보세요. 괜찮습니다. 당신이 강아지에게 이런 배려를 한다면 강아지는 당신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에게 감동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변화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천천히 다가옵니다.

대형견은 공격적일 것이라는 이상한 편견

인용문
신뢰는 어떤 시선도
이길 수 있는 무기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여러 의뢰인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체구가 큰 대형견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얘가 대형견이라서 나중에 많이 클 텐데 교육을 단단히 시켜놓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도 이렇게 짖는데 나중에 더 사나워지는 건 아니겠죠?"

어떤 의뢰인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 풍산개가 장난으로 깨무는 것을 벌써부터 걱정합니다. 나중에 사나워지면 어떻게 하냐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한테 복종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꼭 화가 난 사람처럼 강하게 몰아붙입니다.

"앉아! 엎드려! 쓰으~ 말 안들어?"
"훈련사님 지금 제가 주둥이를 잡았는데 싫다고 하는 건 저를 무시하는 거 맞죠?"

소형견을 기르는 분들 또한 대형견을 지나치게 경계합니다. 자신의 소형견이 대형견에게 혹시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고 미리 걱정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제가 키우는 다올이와 첼시는 보더콜리와 웰시 코기 종으로 몰티즈와 같은 소형견보다는 큰 축에 속합니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보면, 반대편에서 작은 푸들과 같은 소형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과 자주 마주칩니다. 이럴 때 멀리서부터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며 자신의 반려견을 안고 어디론가 피해버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무슨 아파트 단지에서 저렇게 큰 개를 키워?"라면서 말이지요. 보통 이런 경우에는 다올이와 첼시는 가만히 있고 상대편 소형견들이 더 짖어대는데도 말이지요.

얼마 전 울산의 한 반려견공원에서 세미나를 하는데, 장소를 보니 넓은 테라스 중심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 주변으로 스피커를 설치하고 열심히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하면서 보니 그곳은 소형견들이 노는 장소였고 한참을 강의하고 질문을 받다가 잘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그 뒤 한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왔더군요.

"이번 세미나에 참가했는데, 강사가 너무 소형견들만 챙겨주더라. 한국은 소형견 위주로 문화가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 게시물을 보면서, 대형견을 키우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대형견을 키우는 많은 분이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변의 '시선'일 것입니다. 사실 주변에 소형견을 키우는 분이 많다보니 혹시나 자신의 강아지가 주변의 작은 개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하거나, 반대로 이웃들이 자신의 강아지가 대형견에게 피해를 볼까봐 걱정하는 시선을 많이 느낄 것입니다. 그러다가 대형견이 이상행동이라도 하게 되면 더욱 더 위축되겠지요.

예전에 보르조이(borzoi)각주3) 를 기르는 의뢰인이 있었습니다. 방문 훈련을 하면서 산책을 함께 나갔습니다. 의뢰인이 산책을 준비하면서 불안한 표정을 짓기에 제가 물었습니다.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하신 거라도…."
"사실 너무 무서워요. 코비가 또 사람들을 향해 짖으면 어떻게 하죠? 앞집 아저씨가 자신한테 또 짖으면 신고하겠다고 했거든요."

의뢰인은 산책을 나가기 전부터 불안해했고, 보르조이 코비는 의뢰인이 챙긴 배변 봉투를 보고는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지금까지 코비와 산책하면서 동네사람들한테 이런저런 안 좋은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심한 욕을 하기도 했고, 아저씨나 아줌마들은 마음에 상처가 될 만한 이야기들을 툭툭 내뱉고 가기도 했답니다. 산책을 리드해야 하는 의뢰인이 산책을 나가기도 전부터 불안해하니, 코비도 산책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밖에 나간다는 생각으로 흥분하는 것 외에는 말이지요. 우리가 걱정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그런데 강아지들은 이런 호르몬의 냄새를 우리보다 200만 배 더 잘 맡습니다. 우리가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반려견들은 주인이 걱정하는 것을 염려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산책을 즐길 수가 없습니다.

대형견이라고 해서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아지의 공격성은 몸집 크기에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주변의 시선이야 쉽게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의 강아지를 믿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믿음이 강아지를 더욱 안정시키고 안전하게 산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신뢰는 어떤 시선도 이길 수 있는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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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집필자 소개

강형욱은 반려견행동 전문가.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반려견훈련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훈련사의 꿈을 키웠다. 반려견 훈련사로 통하지만 그는 ‘훈련’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훈련을 하지..펼쳐보기

출처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 저자강형욱 도서 소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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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반려견의 공격성 이해하기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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