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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훈련하는 훈련사들로부터 '즉벌즉상'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반려견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곧바로 혼내는 벌을 줘야 하며, 좋은 행동을 했다면 반드시 칭찬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즉벌즉상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즉벌즉상을 설명할 때 꼭 나오는 이야기는 반려견들한테는 추리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상황을 이해해 역으로 추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행동 뒤에는 반드시 그에 맞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항상 옳을까요?
하루 동안 혼자 있으면서, 방 안 여기저기에다 대소변을 실수해놓은 강아지가 있습니다. 보호자가 집에 들어와서 엉망이 된 집을 보고 화가 나서 강아지를 심하게 혼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아지가 자신이 왜 혼이 났는지 이해했을까요?
아닙니다. 강아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지, 보호자가 와서 반겼더니 보호자가 화를 낸다고만 생각해서 앞으로는 보호자가 들어와도 마음껏 반기지 못하고 의기소침한 모습만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강아지는 오래전 상황뿐만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은 일도 우리가 아무리 되짚어서 칭찬하고 지적해도 우리가 원하는 상황과 연결하기를 어려워할 뿐 아니라, 아예 못할 수도 있습니다.
즉벌즉상을 이야기하는 훈련사들 말처럼 추리력이 부족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즉벌즉상이라는 말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상황 추리력이 약하니까 그때그때 즉시 벌과 상을 줘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즉벌'에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벌을 줄까요? 우리는 반려견의 어떤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이 정말 반려견들이 하면 안 되는 행동일까요?
즉벌즉상을 배운 사람들은 반려견한테 자신이 배운 교육법을 적용해보면서 여러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요. 강아지가 거실에서 소변을 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보호자는 순간 놀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합니다. 그리고 즉벌즉상을 생각하고, 외칩니다.
"안 돼!"
소변을 보던 강아지는 놀라서, 소변을 멈추기도 합니다. 어떤 강아지는 소변을 흘리며 도망가기도 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가만히 얼어 있기도 합니다. 보호자는 강아지를 안고는 다시 고민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리고 다시 즉벌즉상을 생각합니다. "왜 여기서 실수한 거야?"라고 강한 목소리로 혼을 냅니다. 자, 이런 일이 앞으로 3~5번 더 일어난다고 가정해보면, 그때 강아지의 감정은 어떨까요? 그리고 어떤 것을 배울까요?
반려견의 행동을 이야기할 때에는 먼저, 반려견의 감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각해봅시다. 보호자는 왜 그때 벌을 줬을까요? 아마도, 보호자가 생각하기에 거실은 강아지가 소변을 봐도 되는 곳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몹시 화를 내고, 벌을 주었겠지요.
그렇다면 강아지도 우리가 의도했던 것처럼 '아, 내가 거실에서 소변을 봐서 주인님이 화가 난 거구나'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강아지가 사람처럼 거실에서 소변을 보면 안 된다는 사회적인 합의와 청결에 대한 의식을 인식하면서 볼일을 볼까요? 혹시, 자신의 배변활동 자체를 보호자가 불쾌해하고 싫어한다고 느끼지는 않았을까요?
강아지는 단지, 배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점점 보호자가 활동하는 곳이 아닌 곳에 배변을 하고 싶어하겠지요. 옷장 구석, 식탁 밑, TV 테이블 뒤쪽 같은 곳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즉벌즉상이 옳은 방법이었을까요?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반려견과 산책을 나갔습니다. 반려견은 자신이 산책을 나오지 않은 동안 새로운 소식이 있나 궁금해하며, 이곳저곳에 소변을 봅니다. 그런데 보호자는 항상 반려견이 자신의 뒤에서 걷기를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왼쪽에서 걷기를 바라지요. 보호자는 연신 줄을 당기면서, "안 돼!" "따라 와" 등 반복해서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면 반려견은 잠깐 듣는 듯하다가도 다시 점점 줄을 당겨 앞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냄새를 맡다가 급기야 보호자의 명령을 듣지 않고 냄새에만 집중합니다. 화가 난 보호자는 반려견을 더욱 강하게 나무랍니다. 반려견은 긴장해 귀를 살짝 뒤로하며, 조금씩 사선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보호자의 눈치를 보며 슬슬 앞으로 나가게 되지요. 보호자 눈에는 강아지가 반항하는 걸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 문제를 도구의 문제로 생각하고, 초크체인 같은 징벌용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지요. 처음에는 체인이 당겨져 놀라서인지 잘 따라오다가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도구는 점점 무서운 것으로 변합니다. 훈련용 전기충격기 같은 것들로 말이지요.
즉벌즉상을 주장하는 훈련사들은 이 상황을 보호자의 리더십이 부족해 반려견이 보호자를 무시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강한 복종훈련과 제압하기를 더 꾸준히 해야할까요?
자. 어떤 게 잘못됐을까요? 사람들은 반려견과의 산책을 군대에서 하는 제식훈련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려견과 야외에 나갈 때 그들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산책을 하려는 것이지요. 그들과 행복하려고 말입니다.
우리가 반려견을 벌하고, 혼을 낼 때를 보면, 항상 일방적으로 우리 기준에서만 생각해 그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불편하면 잘못된 것이고, 내가 편하면 좋은 행동이라는 생각으로 반려견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자신이 3만 원짜리 청바지를 입었을 때, 강아지가 다리에 올라오면 예뻐합니다. 하지만 출근하려고 정장을 입었을 때 강아지가 다리에 올라오면 잘못된 행동이라고 혼을 냅니다. "훈련사님 그럼 언제 혼을 내야 하죠?"라고 묻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왜 혼을 내고 싶으세요?"
우리는 자주 혼을 내고 싶어 합니다. 그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혼이 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뢰인은 자신이 강아지를 짖게 만들어볼 때니 그때 훈련사 당신이 못 짖게 해보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반려견을 훈련시키면서 저는 혼을 내고 화를 낼 이유를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혼을 내거나 강하게 훈련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반려견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으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게 된 후부터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혼내고 싶나요? 혼내야 할 것 같나요? 지금 혼내지 않으면 반려견의 훈육과 교육이 엉망이 될 것 같나요? 제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혼내는 것도 버릇이며, 나중에는 혼내기를 위한 혼내기를 하게 됩니다. 한 번만 더 생각해보십시오. '왜 내 강아지가 이런 행동을 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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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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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반려견 '즉벌즉상' 훈련 –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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