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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는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배려하는
우리의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저는 가슴줄과 평범한 긴 줄을 사용해 반려견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3~5m 길이의 긴 줄을 선호합니다. 줄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플레서블 타입(Flexible Type)의 줄이어도 일부러 줄을 길게 늘여 고정한 후 두 손을 사용해 항상 여유 있게 줄을 조절합니다. 가슴줄은 반려견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선택했고, 양발 사이에 끼우고 어깨 위에서 고리를 채우는 일반적인 가슴줄이 아닌, 어깨에서 등 쪽으로 한 칸 내려와 매는 가슴줄을 선호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슴줄은 모두 어깨 쪽으로 올라오게 매는 제품입니다. 목줄도 사용합니다. 허리 쪽을 만지거나 앞다리를 만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반려견들에게 사용하며,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에는 그리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쉽게 흥분하는 반려견이나 줄을 당기면서 걷는 반려견이라면 목줄보다는 가슴줄이 나중을 위해서 더욱 좋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줄이 길면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네, 맞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당연히 줄을 짧게 잡아야 하지요. 당연히 우리가 지켜야 하는 예절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도 항상 사람들 사이를 다니지는 않습니다.
공원에 가는 길이나 골목길을 걸어갈 때, 얼마든지 줄을 충분히 길게 늘어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잔디밭이나 흙이 있는 길보다 아스팔트로 된 길이 많다보니 긴 줄을 사용할 때 금방 해지고, 낡는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교육을 할 때 특별히 방해가 되는 요소는 아닙니다.
그러면 왜 3~5m의 줄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꼭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번쯤 고려해보는 게 좋습니다. 사람도 상대에 따라 적당한 거리가 다릅니다. 낯선 사람하고는 1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편안하고, 친한 사이라면 45cm 정도까지도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연인 끼리라면 손도 잡고, 팔짱도 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과 어깨를 닿으면서 나란히 걷는다면 어떨까요? 불편하지 않을까요? 반려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물이나 다른 반려견과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지요. 반려견들한테는 얼마 정도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거리일까요? 정답은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는지 자세히 살펴야 합니다.
"어이 거기, 껄렁하게 생긴 흰색 몰티즈 너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리 좀 와 봐."
혹시 반려견들끼리,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개과 동물들은 고도로 발달한 후각 신호를 사용해,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표현하고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파악합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안 후 가까이에서 이런 몸짓으로 대화합니다.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기에 충분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처럼 말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는지 모릅니다.
3~5m의 줄은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항상 도심 속을 걸어 다니면서 줄을 짧게 잡고 다녔다면, 가끔씩은 충분히 여유 있게 잡고 걷는 것은 어떨까요? 언제나 어디서든 줄을 길게 해서 다니라는 것이 아닙니다. 3m 줄은 써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얼마나 편안해하는지 얼마나 즐겁게 산책하는지 말입니다.
"우리 집 강아지는 줄을 너무 당기는데 어떻게 같이 걷는 것을 가르치죠?"
줄을 당기는 강아지들을 잘 살펴보면 보호자와 즐겁게 걸은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걸을 때마다 지나치게 흥분했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복종훈련을 한다고 어릴 적부터 줄을 짧게 잡고 왼쪽 옆에 두고 걷는 것을 강요받았을 수도 있지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줄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와 즐겁게 걷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이 문제인 거지요. 자, 반려견에게 당기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가르쳐주기보다는 나와 함께 걷는 것을 좋아하도록 가르쳐보는 건 어떨까요?
"제 강아지는 대형견인데, 가슴줄을 사용하면 저는 아마도 썰매가 될 것입니다. 가슴줄로 바꿀 자신이 없어요."
이해합니다. 지금까지 넘어지거나 불편했던 경험이 많지요? 여러 도구를 사용했고, 다양한 훈련 기법을 시도해보셨겠지요. 그런데도 반려견이 계속 당기려고만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더욱 더 신사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물론, 교육을 하는 도구들도 신사적인 것들을 사용했으면 합니다. 아마도 질문하신 분이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안정적인 가슴줄과 긴 줄 그리고 반려견이 함께 걷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까지 기다리지 못했던 인내심일 것입니다.
그리고 반려견이 어떻게 걷고 싶어 하고, 땅에 있는 냄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들일 것입니다. 사람과 함께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관계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습니다. 최대한 서로가 편한 상태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시도해보십시오.
"너무 정신이 없어요. 줄이 길면 내 주위를 뱅뱅 돌아서 줄을 엉키게 만들고, 고양이라도 보면 전력질주를 하는데, 그때마다 손이 너무 아파요. 방법이라는 방법은 다 써봤는데 안 됩니다. 훈련소에서 하는 각측보행 교육을 받으면 좋아질까요?"
복종훈련대회에 나가서 입상한 반려견들은 훈련사의 다리 옆에 얼굴을 붙이고는 절도 있게 걸어 다닙니다. 그 대회에서 입상한 반려견들이 평소에도 훈련사의 다리에 몸을 붙이고 걸어 다닐까요? 아닙니다. 북한의 남자들은 의무복무기간이 10년, 특수병과의 경우 13년이라고 합니다. 뉴스에서 보면, 그 분들 절도 있게 걷는 제식훈련 참 멋지게 잘하지요? 그렇다고 그분들이 평생을 그런 식으로 걸어 다닐까요?
반려견은 그 짧은 시간을 위해서 맹훈련을 받지만 이런 행동을 실생활에서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반려견이 쉽게 흥분한다면, 그래서 같이 걷는 게 잘 안 된다면, 산책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감과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줄을 잡고 외출했을 때 반려견의 일차적인 행동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상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원인은 제각각입니다. 평소 반려견을 어떻게 대했는지 보호자와 어떻게 교감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불안감과 과잉행동은 환경과 훈육 과정에 문제가 있을 때 생기며, 유전적 요인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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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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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가슴줄과 긴 줄 –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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