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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면 안
된다
아이 있는 집에서 반려견 기르기
다른 생명이 무섭고
더러운 것이라고
가르쳐도 될까요?
요즘 어디를 가나 반려견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집 주변에서도, 공원에서도 강아지를 만날 수 있으며, 심지어 어느 대형 마트에서는 물건을 사는 동안 강아지를 맡아주는 서비스까지 해주는 것을 보면, 이제 생활 곳곳에서 강아지를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은 세상입니다. 이만큼 우리는 실생활에서 반려견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이제는 그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염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몇몇 부모가 자녀에게 반려견을 무섭고, 질병을 일으키는 동물이라고 잘못 가르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공원에서 반려견과 같이 산책을 하는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이 날씨가 좋을 때에는 아이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에이~ 지지! 가까이 가면 안 돼!"
"강아지가 멍! 하고 물어. 가까이 가면 안 돼!"
가만히, 그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어린아이에게 왜 저렇게 가르치는 걸까?'
'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살아갈 10년, 20년 후에는 우리 주변에 반려견이 더 많아질 텐데. 지금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강아지가 무서운 동물이라고 가르친다면 저 아이는 나중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모든 아이가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지금. 반려견을 비롯해 반려동물을 굳이 위험한 동물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그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요? 다른 생명이 무섭고 더러운 것이라고만 가르쳐도 될까요? 분명 그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반대로 부모들의 뜻과 달리 강아지를 무척이나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거의 기겁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으며, 반려견이 다가오면 소스라치듯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제 아내도 그랬다고 합니다. 아내는 어릴 적부터 멀리서 강아지만 보여도 두려워 길을 걷지 못했다고 합니다. 바로 갈 수 있는 길도 멀리 돌아갔다고 하며, 줄이 풀려서 혼자 돌아다니는 반려견이 있을 때면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젠가 한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부탁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강형욱 훈련사이신가요? 고민이 있어서 연락드립니다. 저와 아내는 강아지를 무척이나 키우고 싶은데, 두 딸아이가 강아지를 무서워합니다. 엄마하고 아빠는 강아지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우리 속으로 낳은 아이들은 왜 이렇게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걸까요? 정말 강아지를 한 마리 입양하고 싶은데 우리 아이들이 강아지를 무서워하지 않고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강아지를 무서워하기 시작했을까?'
꽤 오래 고민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강아지의 모습, 털의 촉감, 예기치 않은 행동 등 여러 가지가 아이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부모도 모르는 사이 무서운 강아지가 아이에게 마구 짖어댔을지도 모릅니다. 또, 또래 아이들 중 누군가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모습이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강아지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까요?
우선, 우리는 기술적인 접근보다 먼저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데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부모라고 해서 아이들의 모든 감정을 다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강아지를 너무 싫어한다면, 지금 당장은 그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 몇 가지 방법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놀이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소풍 가서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이 부모님은 자녀와 함께 가까운 공원에서 가서 강아지 찾는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놀이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동기가 있어야겠지요? 어린아이라면, 아이스크림도 놀이의 보상이 될 수도 있고, 놀이공원에 가는 것도 충분히 보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지요.
1단계: 부모는 오늘 공원에 가서 반려견 열 마리를 발견하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합니다. 꼭 아이스크림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오늘 아빠랑 산책하면서 게임 하나 할까? 산책하면서 누가 먼저 강아지 열 마리 찾나 내기하는 거야. 만약, 네가 먼저 열 마리를 찾으면 오늘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줄게."
2단계: 공원 상황에 따라서 규칙을 달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게임은 너무 쉬워도, 너무 어려워도 아이들은 쉽게 질리고 집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그 놀이에 집중한다면, 규칙이 더 복잡해져도 좋습니다.
3단계: 강아지의 보호자에게 다가가 강아지의 이름을 알아오는 놀이를 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재미있어 한다면, 강아지의 보호자에게 다가가 이름 알아오는 것을 게임으로 해도 좋습니다.
4단계: 아이들이 강아지에 대해 점점 많이 알게 되었다면 강아지의 견종을 알아맞히는 놀이를 해봐도 좋습니다. 아이가 견종을 잘 몰라 대답하기를 망설인다면 부모님이 옆에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어머~ 저기 강아지 있네? 오른쪽은 아까 그 흰 강아지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강아지 이름이 뭐였지?"
아이들은 어떤 것을 좋아해야 할지. 두려워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할 때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합니다. 그때 가장 의지할 수 있고, 항상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부모님이 다가오는 강아지에 대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그리고 그런 행동을 일관적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강아지에 대한 두려움을 차츰차츰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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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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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아이 있는 집에서 반려견 기르기 –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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