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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강아지가 집 이곳저곳에다 소변을 보면, 강아지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어떤 글에서는 이런 행동이 서열을 무시하는 행동이며 잘못된 것이라 설명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강아지가 실수한 곳에 끌고 가서 여러 가지 명령을 내려서 강아지에게 마치 '여기는 내 구역이야!'라는 것을 세뇌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산책을 다니면서도 강아지가 냄새를 맡거나 소변을 보는 것에 당황하며 줄을 당기거나 '안 돼'라고 강하게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반려견의 이런 행동이 영역 표시이고 주인을 무시한 행동일까요? 사람도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머물렀던 곳에 자신이 머물렀다는 흔적을 남기려고 이름을 쓰거나 날짜를 적어둡니다. 유명한 장소에 갔을 때는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을 적어놓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런 흔적을 우리는 마킹(marking)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람도 이런 마킹을 합니다. 사람들은 소중한 곳을 기록하기 위해서, 특별하고 중요한 것을 의미하기 위해서 마킹을 합니다. 이런 마킹이 반드시 '영역 표시'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반려견이 하는 마킹의 의미는 사람하고 매우 흡사합니다. 중요하고 기억하고 싶다는 표현입니다. 물론 반려견의 마킹은 우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외출만 하면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고 끊임없이 마킹을 하려는 반려견들이 있습니다. 풀을 뜯어먹고, 땅을 정신없이 파거나 지나칠 정도로 마킹에 집착하는 반려견이 있습니다. 이런 반려견들은 대부분 바르지 못한 환경과 관리 속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집 안에서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반려견은 자신의 발을 핥거나 물어뜯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모두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산책을 하지 못해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어떤 원인 때문에 심리적으로 억압되어 있을 때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강아지들의 이런 행동에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혼을 내서 교육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반려견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중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반려견의 모든 행동을 서열과 연관 지으려 합니다. 정말 참 쉽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다 서열이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반려견을 혼냅니다. 강아지들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서열만 인식시킨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제부터 산책을 할 때, 강아지에게 충분히 냄새를 맡고, 소변을 보게 해주는 건 어떨까요? 가끔은 반려견이 가고 싶고 냄새 맡고 싶은 길을 가주는 건 어떨까요? 보호자가 반려견의 뒤를 따라간다고 해서 제지하기보다는 반려견이 뒤를 돌아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