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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화 시기가 평생을 좌우한다

인용문
다양한 경험을 한
강아지일수록 더 건강하고
바른 강아지로 자랍니다.

강아지를 입양했다면 다양한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방법이나 매뉴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다양하게 경험하고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강아지는 사회화 시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릅니다.

특히 생후 3주 된 강아지는 다양한 냄새를 경험해야 합니다. 강아지들은 우리와 달리 시각뿐 아니라 후각으로도 많은 것을 인지하고 또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호자 가족들의 냄새부터 여러 가지 음식의 냄새, 동물 용품,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깥세상의 냄새 등 강아지에게 우리 주변의 냄새들을 천천히 하나씩 알게 해주어야 합니다.

낯선 사람의 냄새와 움직이는 동작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단, 그 사람이 호들갑을 떨며 강아지에게 다가와서 예쁘다고 마구 만지지만 않는다면 강아지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만지는 게 강아지를 위한 것이 아님을 꼭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아지를 입양한 많은 분이 제게 물어옵니다.

"강아지의 사회화 시기에 산책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럼 언제부터 해야 하나요?"

그러면 저는 다시 되묻습니다.

"어떤 산책이요?"

이제 2개월 된 강아지 목에 줄을 매고 무작정 신호등 건너에 있는 공원에 가는 것을 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무조건 말릴 것입니다. 하지만 가볍게 집 앞에 나가는 거라면 얼마든지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산책은 강아지를 처음 데리고 온 날부터 해도 괜찮습니다. 강아지의 컨디션이 괜찮다면 집 주변의 환경을 얼마든지 소개해주세요.

사회화 시기에는 집 안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집 안에서는 다양한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기, 전기면도기, 압력밥솥, 휴대전화의 다양한 벨소리, 전자레인지 소리 등 안정감이 드는 집 안에서는 조금 시끄러운 소리라도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사회화란 강아지가 세상을 알아가고, 보호자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한 강아지일수록 더 건강하고 바른 강아지로 자랄 것입니다.

반려견의 사회성을 위해서 꼭 다른 반려견을 만나야 할까

인용문
소개팅을 나가더라도
상대와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반려견의 사회성을 키워주려고 다른 강아지를 만나게 하는 게 정답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다른 강아지를 만나고 그들과 한곳에 같이 있다고 해서 사회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려견의 사회성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방대하고, 복잡합니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사회성에 우리 인간이 개입했음을 결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인간과 개가 함께 살던 지구는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발전했고 그와 함께 우리 인간은 개와 함께 살아온 수백만 년의 역사를 약 100년 남짓한 기간에 모조리 바꾸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개는 사냥할 때 우리의 파트너였고, 인간과 함께 짐을 나르고, 다른 동물로부터 가축과 우리를 보호해주는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근대화 과정에서 반려견들은 '애완' 용도로 사육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단지 인간만을 위해 개량되는 일이 많아지고, 생활 형태 또한 외부보다는 집 내부로 한정되다보니 사회성을 기를 만한 환경이 점차 없어지게 된 것이지요. 이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현대를 사는 우리는 반려견의 사회성을 길러주려고 반려견 카페를 간다거나, 사설 반려견 운동장을 찾아가서 그곳에 풀어놓고 서로 뛰어다니게 합니다. 강아지들끼리 헐떡이며 뛰어다니고 흥분해서 장난을 쳐야지만 강아지의 사회성이 길러진다고 생각하지요. 정말 그럴까요?

제가 처음 반려견 카페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반려견들이 긴장하고 흥분한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카페에 있던 강아지 예닐곱 마리가 들어오는 사람 모두에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왜 저들이 우리 무리 안에 들어오지?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하고 말입니다. 그 카페에 들어오는 강아지들은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단지, 긴장하고 두려울 뿐입니다.

입구로 들어오는 강아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안에 있던 강아지들과 사람 모두 하나의 무리가 되어 일제히 새로 들어오는 강아지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합니다. 뜻하지 않게 주목을 받은 강아지는 잔뜩 긴장해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부들부들 떱니다.

강아지의 보호자들은 신이 났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머릿속에는 온통 귀여운 강아지들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그러고는 당연한 듯이 들어오는 강아지들을 아무렇게나 쓰다듬기 시작합니다.

물론 카페 안에 있던 몇몇 다른 강아지들은 뛰어다닙니다. 헐떡대며 뛰고, 또 뜁니다. 다른 아이들의 엉덩이 냄새도 맡고, 먹이도 먹으며 흥분해 뛰어다닙니다. 그중 정말로 기분이 좋은 친구들도 있기는 있겠지요.

반려견의 사회성을 위해서 꼭 다른 반려견을 만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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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반려견 카페 주인이 제게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카페에서 데리고 있는 반려견들이 손님의 강아지들을 괴롭히고, 간혹 손님들을 향해 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다른 손님의 강아지를 공격했는데, 다른 강아지들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손님의 강아지가 심하게 다쳤다고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방문해 살펴본 카페는 참 널찍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었지만, 그곳에 있던 반려견들은 모두 불안정해 보였으며. 제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에는 이곳저곳에서 반려견들의 콧김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몇몇 강아지는 순간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때문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는 행동을 하는데, 그때 이렇게 '흠흠' 콧소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반려견 중에도 층간 소음이나 앞집 소리를 듣고 짖기 전에 하는 예비 동작으로 이런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일제히 일어나 제게 달려오는 반려견 중에는 한없이 약하고 피곤해 보이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쪽 뒤에서는 잔뜩 긴장해 가까이 오지 못하고 콧김만 내뿜고 있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곳의 강아지들은 모두 상당히 피곤해 보였으며, 몇몇 녀석은 생식기와 주둥이의 털 색깔이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아…."

카페를 들어서고 1분도 안 돼서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휴식이 필요했고, 편하고 안정적으로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제발 켄넬에 넣어두는 것만을 휴식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반려견 카페의 많은 반려견은 매일 자신의 공간에 낯선 사람들과 낯선 반려견들이 들어오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런 환경은 자신의 공간을 존중받고 싶어 하는 개의 본능에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비단 반려견 카페에서 만난 그 강아지들뿐만이 아닙니다.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강아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카페와 같이 여러 강아지가 빠른 시간에 한데 모이는 곳은 오히려 강아지들을 흥분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는 강아지들이 다른 강아지들과 건강하게 대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게 합니다.

소개팅을 나가더라도 상대와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것은 부작용을 낳는 법입니다. 강아지들도 언제나 편안하고 싶고, 안정적이고 싶어 합니다. 내 반려견이 다른 반려견을 두려워한다면, 당장 급하게 다른 강아지를 만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다른 강아지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산책 모임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다른 강아지와 친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모임보다는 한두 사람 모여서 그들의 강아지들과 산책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사회성이 부족한 강아지라도 정기적으로 다른 강아지를 만나고, 상대가 남긴 분비물의 냄새를 맡고, 그 강아지의 정보를 얻고 멀리서 상대의 몸짓을 보며 다음 동작을 예상할 수 있게 되어서 다른 강아지를 만나는 데 점점 편안함을 느끼게 되지요.

자신의 반려견이 다른 반려견과 어울리기가 힘들어한다면 우선, 다정하고 친절한 성향의 강아지를 만나서 같이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무작정 반려견 카페에 데리고 가지 말고, 반려견 운동장에서 뛰어다니게 하지 말고 한 방향을 보고 천천히 같이 걷는 것입니다. 사회성이 부족했던 강아지도 어느새 다른 강아지의 엉덩이 냄새를 맡고 있을 것입니다.

사회성이 부족한 반려견이 출산을 하게 된다면?

인용문
한 번 두려움에 빠지면
참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강아지들을 무서워하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여러 강아지와 어울리기는커녕 무서워 도망가기 바쁩니다. 간혹 길에서 다른 강아지들을 만날 때마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짖고 으르렁댑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보호자의 욕심에 따라 교미를 하고 새끼를 갖게 됩니다. 배가 서서히 불러오고, 유방이 발달하게 됩니다. 익숙하지 않기에 불편한 기분이 들고, 자꾸 음부를 핥게 됩니다. 배가 불러오며, 몸이 예전 같지 않게 반응합니다. 보호자는 태어날 강아지를 생각하면 한없이 설렙니다. 새끼 아지들이 꼬물거리는 상상을 하며 처음 강아지를 입양했을 때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보호자는 새끼 강아지를 볼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습니다. 소꿉놀이를 할 준비가 다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임신을 한 반려견은 어떨까요? 그 반려견은 한 번도 다른 개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배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입니다. 몸에 이질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합니다. 이렇게 비사회적인 반려견의 교미는 절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교미를 하는 과정 또한 사회적인 행동의 하나인데, 비사회적인 반려견은 교미를 위해서 하는 예비 동작들을 하지 못하고 수컷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때 많은 번식 업자들은 암컷 반려견의 주둥이와 목을 묶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강제로 수컷을 올라타게 합니다. 두 반려견 모두에게 이보다 더한 비극은 없습니다. 성폭행과도 같은 과정입니다. 펫 팩토리에서 이뤄지는 교미는 대부분 이런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강아지를 우리가 입양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비사회적인 반려견도 강아지가 태어나면 자기 새끼들을 잘 돌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모성애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하지요. 그러나 많은 비사회적인 성향의 반려견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몹시 불안한 상태를 보입니다.

새끼에게 젖을 물리기보다 꽁꽁 싸매고 있는다거나 새끼를 배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새끼를 물어 죽이는 일도 있지요. 젖먹이 시절을 잘 보낸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끼가 생후 한 달이 지나고 어느 정도 자라면, 자기 새끼를 피해버리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강아지의 훈육이 가장 활발해야 하는 시기에 어미가 양육을 포기해버리는 것이지요. 이런 패턴은 사회성이 부족한 반려견들이 출산했을 때 가장 많이 보이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자란 새끼를 다른 강아지로 취급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어미견은 자신이 강아지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제 새끼는 그냥 다른 개일 뿐입니다. 예전에 다른 개들을 무서워했던 것처럼 제 새끼도 무섭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어미견과 새끼 강아지들의 이상행동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질문합니다.

"새끼들이 태어나기 전에 어미견은 어땠나요?"

의뢰인 대부분은 자신의 반려견이 소극적이거나, 다른 강아지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 왜 임신을 시키셨나요?"

이 녀석도 암컷으로 태어났으니, 그 기능을 다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호자 스스로 강아지를 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또 질문합니다.

"어미견이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하던가요?"
"…."

혹시 자신의 반려견을 임신시킬 계획이 있다면 지금 반려견이 충분히 준비가 되었는지 한 번쯤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다른 강아지를 대할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리주기나 건강 상태는 어떤지 말입니다. 자신의 후세를 갖는 것은 어느 동물에게나 숭고하고 소중한 일입니다. 많은 반려견이 주인의 욕심으로 임신을 하게 되고, 감당하기 힘든 경험을 합니다. 새끼를 갖고 싶은 건 당신이지, 반려견은 아닐 수도 있음을 꼭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길거리에서 출산하는 유기견이 꽤 있습니다. 그 개들을 구조할 때 잘 살펴 보면 이유 없이 사람을 몹시 두려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유기견으로 살고 있는 어미견의 모습에서 사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경험한 것입니다. 두려움은 한 번 경험하면 참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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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집필자 소개

강형욱은 반려견행동 전문가.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반려견훈련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훈련사의 꿈을 키웠다. 반려견 훈련사로 통하지만 그는 ‘훈련’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훈련을 하지..펼쳐보기

출처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 저자강형욱 도서 소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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