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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강아지를 처음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감당이 안 되는 강아지 때문에 고민합니다. 입양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점점 이상행동이 심해지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만지려고 하면 깨물고, 소변도 하루에 30번을 넘게 아무 데나 봅니다. 처음 몇 번은 좋은 마음으로 치우지만, 너무 잦아지면 더는 참기가 어렵습니다. 이러다 강아지가 계속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까봐 걱정이 심해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 나와 있는 방법들을 하나씩 적용해봅니다. 손가락으로 콧등도 때리고, 강제로 배도 보이게 합니다. 목줄을 맨 채, 줄을 당겨 강아지에게 고통을 줘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강아지는 점점 더 보호자를 무서워하고 피하려고만 합니다. 발을 닦아주려고 하거나, 빗질을 하려 할 때면 사납게 돌변하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강아지는 자신의 대변에 입을 대기도 합니다. 이런 강아지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TV나 인터넷에는 강아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넘쳐납니다. 그곳에 있는 설명들을 살펴보면 모든 강아지의 이상행동은 보호자가 서열 인식을 제대로 시켜주지 못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아지를 좀 더 강하게 다루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신문지를 말아서 테이프로 감아 매를 만들고 강아지를 무릎 위에 올려 절대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심지어 강아지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절대 놔주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이때 한 번 강아지를 놔주면, 강아지가 보호자의 힘을 무시하게 된다면서 말입니다.
"만약 강아지가 제 손을 문다면 저는 당연히 매를 들어 혼을 낼 겁니다."
"내가 주인인데 이렇게 아프게 손을 깨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먼저 강아지를 만졌죠? 의뢰인이 먼저 만지지 않았나요? 강아지를 멋대로 만지면, 강아지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왜죠? 돈을 주고 강아지를 샀으니까요? 그런데 강아지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돈을 받았으니 보호자 마음 대로 자기 몸을 만져도 된다고 생각할까요? 강아지를 왜 입양했나요? 만지고 싶을 때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살아 있는 장난감이 필요했던 겁니까? 의뢰인이 피곤하고 귀찮을 때는 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는데, 강아지한테는 ‘오프(off) 버튼'이 없어서 당황하셨나요? 보호자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만지고 싶을 때 만지고, 안고 싶을 때 마음대로 안을 수 있는 사람이 보호자인가요? 당신이 정말 강아지에게 진심으로 보호자였던 적이 있나요?"
조금 격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강아지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강아지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됐다고 강아지에게 혼을 냅니다.
단지 잘못된 행동을 해서 올바른 훈육을 하려고 했다는 핑계와 함께요. 그런데 이런 생각들은 대단히 무서운 생각입니다. 바꿔 생각해봅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 뒤통수를 툭툭 치고, 내 몸을 더듬으면 당연히 화가 날 것입니다. 싫다는 표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그런다면 얼마든지 몸싸움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아지를 사랑하시지요? 맞아요. 사실 여러분은 아마도 제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강아지를 사랑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강아지의 이상행동은 보호자의 행동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습니다. 인터넷이나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매뉴얼 말고 여러분의 강아지에게 먼저 집중해보세요. 그들도 사람이 다 제각각인 것처럼 다 다른 존재입니다. 사람의 기준에서 만든 매뉴얼이 그들에게 통할 수도 있고,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통하지 않을 때 강아지들이, 여러분이 사랑하는 그 강아지들이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할 건지요? 역지사지라는 말이 꼭 사람에게만 쓰이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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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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