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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란 정말 힘이 듭니다. 강아지 번식장 즉 펫 팩토리(Pet Factory) 이야기입니다. 정말 많은 강아지가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어릴 적 성남의 모란시장에 가보면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강아지들이 사과 궤짝에 담긴 채 노점에서 팔리던 광경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강아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장이 서는 날이면 신이 나서 쫓아가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모두 너무나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입양되는 강아지의 90%가 펫 팩토리에서 태어난다고 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런 비인도적인 생산 방식을 비난합니다. 가끔은 집 가까이 있는 대형마트 애완동물숍 코너에서 일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핏덩이 같은 강아지들이 모두 배변 패드 위에서 누워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부모가 원해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닙니다. 좁은 철창 안에서 강제로 교배돼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유리창에는 여러 가지 신용카드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3개월 무이자 할부도 된다고 합니다. 생명이 아니라 값나가는 상품일 뿐입니다. 적어도 강아지를 사고파는 사람들에게는요.

답답합니다. 반려견등록제를 실시한다고 하는데, 유기견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라는데 제 생각에는 순서가 잘못된 것 같아 보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펫 팩토리를 없애는 것입니다. 유기견을 줄어들게 하기 위해서 중성화를 한다? 글쎄요. 한쪽에서는 강아지를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하고 있는데 가정으로 입양된 반려견을 중성화한다고 해서 태어나는 강아지의 개체수가 급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부모견이 정상적인 교배 과정을 통해 새끼를 낳게 되면, 많은 유전병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또 새끼일 때 필요한 사회화 과정을 잘 거칠 수 있기 때문에 이상행동을 하는 반려견의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참 좋지 않나요? 펫 팩토리가 사라지면 모두가 좋지 않나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닌가봅니다. 이미 펫 팩토리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픈 강아지가 많을수록 동물병원은 번창합니다. 이상행동을 하는 강아지가 많을수록 저 같은 훈련사들의 수입이 좋아집니다. 네, 펫 팩토리는 하나의 산업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작정 없앤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 게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수의사는 병원도 운영하고 농장도 운영합니다. 어떤 훈련사는 개 훈련도 하고 교배도 시킵니다. 훈련사인데 개를 번식시키고 강아지를 분양합니다. 그 훈련사는 훈련만 잘 시키면 된다며 생후 2주밖에 안 된 웰시 코기를 강남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여성에게 입양을 보냅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유기견이 되거나 파양됩니다.

강아지를 공장식으로 번식시키는 그 잔인한 산업은 사실 우리나라 반려견 문화의 어두운 단면이며 저와 같은 관련 종사자들의 밥줄이기도 합니다. 강아지가 많이 태어나야 고급 사료, 동물병원, 용품, 훈련소, 호텔, 미용 등과 관련된 사람들이 먹고삽니다.

어쩌면 저 역시 이런 비인도적인 산업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사실을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아지들이 더 건강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더 좋은 사람과 함께 자라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나가다 우연히 애견 숍 안에서 잠들어 있는 강아지를 본다면, 마냥 귀엽다고 쓰다듬고 충동적으로 살 일이 아니라, 그 배경에 이런 비인도적인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한 사람이 아는 일이 두 사람이 아는 일이 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무분별한 펫 팩토리는 점점 사라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