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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은 반려견이 보호자를 기다릴 때 켄넬(kennel)에 있는 것이 더욱 편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켄넬은 평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반려견 용품 중 하나이며, 용도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어린 강아지 때부터 천천히 켄넬을 익힌다면,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나 멀리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 반려견이나 보호자의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평소 집에서 생활할 때에도 반려견을 이 켄넬에서 지내게 해야 한다면서 외출할 때에나 잠잘 때에도 언제나 켄넬에 들어가 있게 한답니다. 반려견들에게도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 옛날 인간과 살기 전부터 동굴 생활을 했기 때문에 반려견들은 익숙한 공간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니까요. 생각해보면 늑대들도 동굴에서 살았고, 예전 시골에 가보면 마루 밑에 누렁이와 바둑이가 들어가서 쉬는 모습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동굴은 스스로 들어가고 나오고 싶을 때 나올 수 있습니다. 마루 밑도 스스로 쉬고 싶고, 숨어 있고 싶어서 들어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켄넬은 들어가면 끝입니다. 주인이 꺼내줄 때까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게 자기만의 공간인가요? 어떻게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요? 가끔 의뢰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드려야 할지 모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집은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고 하는 말도 있고 용품점에 가니, 리트리버한테 라면 박스만 한 켄넬을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켄넬은 편안히 쉬는 곳이어야 합니다. 절대 갇혀 있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출근할 때 강아지를 켄넬에 넣어두면 그 강아지가 당신이 퇴근해서 들어올 때까지 그곳에서 편하게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까요? 단순하게 생각해봅시다. 우리 인간도 같은 무리동물이고 동굴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면 누군가 당신을 그 좁은 공간에 넣어두고 문을 닫아버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이건 형벌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일이지요. 부모님이 출근한다고 우리를 비좁은 상자에 가두고 간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물론 어떤 반려견은 켄넬에서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강제로 생활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랜 시간 켄넬 안에 두었는데도 강아지가 가만히 있고 얌전하다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뿐이지 결코 편안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커스단에 잡혀온 코끼리와 같은 모습이지요.

코끼리가 어릴 때 다리를 작은 나무에 묶어두면, 커서 충분히 그 줄을 끊을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도 코끼리는 스스로 줄을 끊을 수 없게 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교육받은 강아지들 중에는 화장실 가는 시간과 운동하는 시간을 빼고는 켄넬 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정말 너무 많습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과 운동하는 시간 약 2시간을 빼고는 무려 하루 22시간을 켄넬 안에 갇혀 있는 반려견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반려견에게 바깥세상의 기쁨을 빼앗아버리는 행동입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설레고, 아파합니다. 오랜 시간 켄넬 안에서 갇혀 있는 강아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미용을 하기 위해서 잠깐 켄넬에서 기다릴 수 있습니다. 교육을 받기 전 잠시 켄넬에서 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 그 손님이 반려견을 무서워한다면 켄넬에서 있을 수 있습니다.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잠깐 켄넬 안에서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켄넬에서 하루 종일 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분리불안 증상이 문제라면 보호자가 돌아올 거라는 것을 가르치고 편안히 분리되는 법을 가르쳐주면 됩니다. 집을 엉망으로 망쳐놓는다면 왜 혼자 있을 때 그런 행동을 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면 됩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현대인은 자꾸자꾸 쉬운 쪽으로만 보고 듣고 자신이 편한 쪽으로 합리화하려고만 합니다. 쉽게 얻은 것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것이 생명과 관련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번 생긴 부작용은 쉽게 고치기 어렵습니다. 우리 편하자고 강아지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닐까요?

집에서 켄넬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문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언제든 강아지 스스로 선택해서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절대로 혼자 있을 때 가두는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