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어릴 적 학교에서 선생님이 부르면 바로 달려갔던 게 기억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초·중학교 때에는 운동을 했는데, 운동부라서 그런지 관장님이나 선배들이 부르면 어김없이 곧장 달려가야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힘들게 되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도 제게 훈계를 하실 때는 거실에 앉아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견훈련소에서 견습생 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군대에서도 그랬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커오신 분들은 어른이나 선배가 모이라고 하는 명령이 얼마나 위압적인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가끔은 강아지한테도 이렇게 명령합니다. 언젠가 한 의뢰인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어떤 명령을 했는데 반려견이 따르지 않으면 당황하고 언짢게 생각합니다. 예전에 진돗개를 키우시는 분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함께 등산을 하다가 토끼를 보고 진돗개가 산속 깊이 쫓아 들어갔다고 합니다.

너무 놀란 의뢰인은 돌아오라고 소리를 쳤지만, 토끼에 정신이 팔린 진돗개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죠. 동네 친구들과 해가 질 때까지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너무 놀라 제게 전화를 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의뢰인은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 돌아오지 않는 강아지에게 화도 났다고 합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돗개는 제발로 집을 찾아왔고 마침 담배를 피우러 나갔던 의뢰인이 개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조금 걱정되었습니다. 돌아온 진돗개를 그 의뢰인이 혼낼까봐서요. 다행히 정말 그 개를 사랑하는 분이어서, 꼭 끌어안아줬다고 합니다.

반려견이 왜 "이리 와!"라는 명령에 보호자한테 돌아와야 하나요? 만약, 이 소리를 듣고 마지못해 다가온 강아지를 혼낸다면 그 강아지는 '이리 와!'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반려견은 한 단어에 한 가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어렵습니다.

목욕을 하기 전에 "이리 와!"라고 한 뒤 목욕을 한다면?
발톱을 깎아주기 전에 "이리 와!"라고 말하고 발톱을 깎아준다면?
그러면 "이리 와"는 강아지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될까요?

저는 군대 시절 "집합!"이라는 소리가 너무 싫었습니다. 혼내고, 잔소리하고, 때리고… "집합!" 소리만 들으면 벌써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어떤 보호자는 혼내려고 강아지를 부릅니다.

땡칠이도 제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이리 와!"를 "이리 와~"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강아지에게 "이리 와"를 즐거운 일로 인식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누군가 제게 이런 질문을 하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