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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제게 직접 전화를 해서 항의한 분이 있습니다. 방송이나 세미나, 그리고 칼럼 등을 통해서 제가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하는 '당신'에 자신이 해당하는 것이 억울하셨나봅니다. 그분은 제가 하는 말이 불쾌하다면서 자신이 어떻게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은 없는 형편에, 없는 시간에 매일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동물병원에 있는 사료 중에 제일 비싼 사료도 사주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듣고보니 그분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개를 키우라 마라 하니 화가 날 법도 합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그분이 한마디 덧붙입니다.

사실, 제가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하는 말에는 ‘당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강아지를 키우고 버립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한 말이었는데, 제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분처럼 오히려 강아지를 직접 키우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에게 제 말이 더 깊이 다가갔던 모양입니다. 물론 이분처럼 진심으로 강아지를 사랑하고, 잘 키우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실례가 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왜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이야기할까요? 그들은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걸어야 하고, 냄새 맡고, 땅도 파고, 지렁이도 쫓아다녀야 합니다. 강아지는 당신이 어딘가로 사라지기라도 하면 한없이 기다리고, 보고 싶어합니다.

당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당신과 함께 소파에 앉아서 쉬고 싶어 합니다. 어디라도 다녀오면, 잘 다녀왔느냐고, 무슨 일은 없었느냐고 궁금해합니다. 친구도 만나고 싶어 하고, 같이 달리기 경주도 하고 싶어 합니다. 당신이 느끼는 기쁨, 슬픔, 외로움, 고마움 등 모든 것을 그들도 느낍니다.

왜 강아지를 키우려 하십니까? 혹시, 자녀의 정서 안정을 위해서 할 수 없이 키우려고 하십니까? 아니면,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냥 강아지를 데리고 오신 겁니까? 강아지는 어떤 쓰임새를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사람처럼 생명 그 자체로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용도로 강아지를 키울 때, 강아지는 그것도 모르고 보호자를 향해 온 마음을 다합니다. 온 세상에 사랑해야 할 존재가 마치 당신 하나뿐인 것처럼 말이지요.

외롭다고 강아지를 입양하면 안 됩니다. 예뻐할 대상이 필요해서 강아지를 입양하면 안 됩니다. 과시욕이나 소유욕으로 주인 노릇을 하고 싶어서 강아지를 입양해서도 안 됩니다. 얼마나 비싼 사료를 주고,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강아지 외모를 꾸미는지는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강아지에게 주인이 아닌, 친구가 될 수 있으십니까? 가족이 될 수 있습니까? 강아지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친구이고 가족이라면, 강아지를 혼자 울타리 안에 가둬놓고 재우지는 않을 것입니다. 목에 줄을 매어 평생을 묶어놓지도 않을 것입니다. 짖는다고 다른 곳으로 보내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파트로 이사 간다고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임신을 했다고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많은 분이 강아지를 어디론가 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강아지의 행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생각하는 강아지는 며칠 만에 똥오줌을 잘 가려야 합니다. 집에서 짖으면 안 됩니다. 침대나 소파에 올라가서도 안 됩니다. 영리하고 말을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강아지를 키우고보니 생각과는 많이 다릅니다. 배변 실수는 기본이고, 깨물거나 짖기 일쑤입니다.

강아지를 돌보려면 시간을 내야 하고,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더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에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생각은 그저 당신의 생각일 뿐입니다. 강아지한테 특별히 더 좋은 곳은 없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곳이 그들에게는 지상에서 가장 좋은 곳입니다.

강아지는 당신을 친구로 생각하는데, 왜 당신은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과시욕을 채우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려고 하나요? 강아지를 왜 자녀의 장난감으로 키우려고 하나요? 혹시 이 글을 읽고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