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처음 한 여성 의뢰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제 얼굴을 보자마자 그분이 한 말입니다.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강아지 배설물 냄새와 담배 냄새가 뒤섞여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잠시 현관에서 의뢰인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의뢰인의 강아지는 제 다리에 매달려 점프를 하고 짖는 등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이어서 의뢰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강아지는 의뢰인이 윽박 지르자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강아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발바닥에 있는 털과 주둥이 주변의 털이 몇 가닥씩 뭉쳐서 딱딱하게 굳어 있었으며, 눈에서는 진물 같은 것이 흘러내려서 눈과 주둥이를 타고 내려와 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항문 주위에는 대변으로 보이는 동그란 딱지가 들러붙어 있었습니다. 또 강아지는 상담을 하는 내내 귀를 긁었습니다. 방 안은 난장판이었습니다. 이곳저곳 치우지 않은 대변이 널려 있고, 강아지가 긁거나 물어뜯어서 너덜너덜 해진 옷가지가 널려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지저분한 집을 보여주는 것이 민망했던지, 슬쩍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마음을 가다듬고 곧바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그 강아지는 의뢰인의 남자친구가 선물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나가다 그냥 예뻐서, 혼자 사는 여자친구를 위해 선물한 것이겠지요. 그냥 물건을 선물하듯이 뒷일도 생각 안 하고 그렇게 말입니다.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의뢰인은 하루 종일 바쁘다고 합니다. 일이 끝나면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주말에는 남자친구와 여행도 가야 된다고 합니다. 산책은 힘들어서 못 한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 잠자기 바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발 강아지가 오줌똥만 가리게 해달라고 합니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제가 어떻게 의뢰인과 강아지를 도와 줄 수 있을까요? 그 의뢰인과 같이 1인 가구의 강아지는 대부분 혼자 하루 15시간을 보냅니다. 가장 많이 듣는 소리라고는 현관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뿐입니다. 발걸음 소리가 날 때마다 강아지는 혹시 보호자가 오는 것은 아닌지 하고 기대했다가 아닌 것을 알고는 이내 실망합니다. 무려 15시간 동안 그런 상태가 반복됩니다. 심지어 보호자가 안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밤을 새워가며 기다립니다.

그러다 드디어 보호자가 들어왔습니다. 강아지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지만 보호자에게는 그저 애물단지입니다. 마냥 예쁠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손이 너무 많이 가니까요. 그래서 소리부터 지릅니다.

누군가를 15시간 이상 기다린 적 있으신지요? 반려견은 그런 존재입니다. 그들에게 보호자는 신과도 같습니다. 그 의뢰인은 제가 알아서 강아지가 대소변을 잘 가리도록 훈련시키기를 바랐습니다. 마치 저를 AS센터에서 나온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를 그렇게 보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강아지를 마치 장난감처럼 보는 태도에는 정말 화가 납니다. 강아지는 2주 동안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