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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깨물고, 왜 아무 데나 쌀까?

인용문
억압을 통한 행동수정은 마약일 뿐입니다.
반복되면 중독되고,
중독되면 큰 병이 되는 것입니다.
"아니, 난 나 좋으라고 강아지 샀지! 뭐 강아지 생각하려고 산 게 아니라고요!"

개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우리 인간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사람이 나 다른 개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합니다. 어울린다는 것이 그저 함께 논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걷고, 서로 감정을 공유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관계를 만들 수 있지만 개는 그렇지 못합니다.

사회적인 동물은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그들 나름의 사회를 만들지 못하게 되면 때로 생존에 큰 위협을 느낍니다. 그래서 개 역시 사회활동과 관련한 욕구가 강합니다. 특히 오랜 기간 인간을 위해 개량되고, 인간에 맞게 진화한 개들에게 인간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많은 사람이 강아지가 손가락을 무는 이유를, 배변 실수하는 이유를 훈련 방법과 서열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어릴 때 엄격한 가정에서 매 맞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듯이 잘못된 교육은 강아지의 문제 성향을 키울 뿐입니다.

무엇보다 당신을 그토록 따르고, 당신이 그토록 예뻐하는 강아지가 행복하지 않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목적이 단순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을 하나 더 갖는 것이 아니라, 반려견과 사람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같이 자야 하고, 먹어야 하고, 걸어야 합니다.

처음 가는 곳을 같이 걷고, 같이 설렘을 느껴야 합니다. 우리가 비록 그들을 가게에서 결제한 뒤, 간단하게 집으로 데리고 왔다 하더라도 그들에게도 삶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듯이 반려견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고, 이해하고, 느끼며 삽니다.

당신의 강아지가 아무 데나 싸고, 깨무는 행동을 한다면 아마도 외로워서일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보호자들이 몰라줘서, 자신의 행동을 보호자가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서 외로워서일 것입니다. 그들은 가족과 친구가 필요한 사회적인 동물이니까요.

반려견을 키우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위한 슈퍼 솔루션을 찾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해치지 않으면서 강아지들이 주는 기쁨만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처럼 반려견 또한 천차만별이며 고유한 개성을 가진 생명체입니다.

모든 강아지에게 통하는 슈퍼 솔루션은 없습니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알려주는 억압을 통한 행동수정은 마약일 뿐입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겉만 번지르르한 것입니다. 반복되면 중독되고, 중독되면 큰 병이 되는 것입니다.

왜 깨물고, 왜 아무 데나 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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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을 문제라 보는 이기적인 시선

인용문
반려견의 행동을 이해할 때
서열과 리더십은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

반려견이 느끼는 감정은 우리 인간과 상당 부분 일치하지만, 표현하는 방법과 순서에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강아지에게 사랑을 표현하려고 꼭 껴안거나, 입맞춤을 하는 것을 강아지는 때때로 위협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강아지들이 주인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것을 이상행동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사랑스럽다'라고 느끼는 것은 같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아플 때 소리를 내고 눈물을 보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과격해지기도 합니다. 때로 안 좋은 표정을 지을 때도 있고, 말을 퉁명스럽게 내뱉을 때도 있습니다. 반려견도 우리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라며 표현을 합니다.

제가 상담 의뢰를 받고 의뢰인과 반려견을 만나러 가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강아지는 힘들다고 보호자에게 한없이 표현하는데 보호자는 단지 그런 표현들을 이상행동으로만 치부하니까요. 보통 이럴 때 의뢰인은 그냥 모두 멈추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반려견이 이상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아프다거나, 어떤 욕구가 만족되지 않아서 하는 행동들인데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벌써 자신이 생각하는 반려견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와 상상 속에 있는 모습대로 반려견이 행동해주기만을 바랍니다. 마음대로 안 되고,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 책임을 모두 강아지에게 돌립니다.

그래서 더 강아지를 압박하고, 혼내고, 심지어 때리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지요. 강아지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서로 알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덮어놓고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저 또한 새로운 강아지를 만날 때면 얼마나 설레고 기대가 되는지 모릅니다. 어떤 성격일까? 어떤 생각을 할까? 고민하고 지켜봅니다. 어떤 시선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서 강아지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선입관은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강아지를 지켜볼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와 '왜?'라는 질문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 줘야 합니다.

"훈련사님, 너무 짖어요! 빨리 훈련 좀 해주세요!"
"훈련사님, 너무 공격적이에요. 혼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훈련사님, 너무 낑낑거려요. 좀 멈춰주세요!"

배변 실수를 했나요?
너무 공격적인가요?
헛짖음이 심한가요?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하나요?
혼자 자신의 발을 계속 핥나요?

지금 강아지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봅니다. 강아지에게 시간을 내주세요. 그리고 정성껏 살펴주세요. 반려견의 행동을 이해할 때 서열과 리더십은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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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집필자 소개

강형욱은 반려견행동 전문가.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반려견훈련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훈련사의 꿈을 키웠다. 반려견 훈련사로 통하지만 그는 ‘훈련’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훈련을 하지..펼쳐보기

출처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 저자강형욱 도서 소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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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반려견 이상행동 이해하기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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