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저희 센터로 강아지 교육을 의뢰한 어떤 분께 제가 보낸 문자메시지입니다. 그 강아지는 의뢰인이 우울증으로 괴로워할 때 의뢰인의 부모님이 권유해 입양하게 된 유기견입니다. 그분이 우울증으로 자기 안의 세계에서 고통을 받는 동안 강아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의뢰인이 방 안에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으려고 할 때, 그 누구도 그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을 때, 강아지는 의뢰인의 옆을 묵묵히 지키면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의뢰인은 날이 갈수록 건강해졌습니다.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점점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었고,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고, 학교생활에 만족하며 즐겁게 생활했습니다. 의뢰인의 부모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강아지가 해낸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곁에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우울증으로 나날이 힘들어 하던 의뢰인은 강아지 덕분에 자기 안의 세상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강아지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그토록 사랑을 주었던 보호자와 점점 멀어지게 됐습니다. 의뢰인은 강아지에게 신경을 점점 덜 쓰게 되었습니다. 강아지 말고도 더신경 쓸 일이 많아진 것이지요. 강아지는 버림받은 느낌이 들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강아지는 조금씩 공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의뢰인이 없을 때 누군가가 의뢰인의 방에 들어가려고 하면 사납게 짖고 으르렁 거렸습니다. 의뢰인이 집에 있을 때에도 의뢰인이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거나 공부를 하려 할 때면 무릎 위에 올라오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짖었습니다. 집에서 아무도 없을 때에는 의뢰인의 물건을 물어뜯어놓기 시작했고 배변실수도 잦아졌습니다.

그러자 의뢰인은 강아지에게 안 좋은 버릇이 생겼다며 자신이 어학연수를 가는 3개월 동안 강아지를 훈련소에 맡겼다고 합니다. 훈련이 끝났는데도 강아지의 행동이 변하지 않자, 그분은 저를 찾아왔습니다. 상담 끝에 의뢰인은 해야 할 일도 많고, 시간도 없는데 강아지 훈련까지 해야 하니 많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그냥 짖지만 않고 배변 패드에 오줌 똥만 잘 가리게 해달라고 제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이런 행동이 고쳐지지 않으면, 아마도 같이 못 살 것 같다고도 하네요. 아마도 강아지가 점점 귀찮아진 것이겠지요.

“그 강아지는 당신의 병을 가져간 거예요. 그러니 강아지의 행동을 고치려면 당신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그분이 그 강아지를 포기하게 될까봐, 말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이 한심스럽더군요.

이렇게 반려견의 이상행동이 고쳐지지 않으면 키울 수 없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런 훈련을 하지 않기에 당신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 강아지들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고민을 나누려고 합니다. 그때 저 자신에게 느꼈던 한심함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참 이기적입니다. 우리 행복을 위해서 강아지를 이용하면서도 강아지가 보내는 신호에는 신경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말 잘 듣는 강아지로 키우기 위해 '앉아', '안 돼', '기다려' 같은 명령만 하려고 합니다. 사실 그러는 동안에도 강아지들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대로 행동해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기적이어도 좋습니다. 너무 늦게 오지 마세요.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께 강아지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고 어떻게 그들과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여러분이 여러분의 강아지를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