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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더 잘 키우고 싶다면,
자신과 반려견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우리는 공부해야 합니다.
한 의뢰인의 이야기입니다. 입양한 지 두 달 된 어린 푸들이 대소변을 못 가린다며 제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 통화로 간단하게 상담한 후, 처음 의뢰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집 안에 있는 강아지용품이며 장난감이 너무도 다양해 저는 강아지용품 매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시나봐요."
저는 지나치게 많은 장난감과 용품을 보며 농담 섞인 말을 건넸습니다. 실제로 의뢰인은 강아지를 지극히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강아지가 대소변을 못 가려도 상관은 없다며, 그냥 집에서 강아지가 어디에 대소변을 가리도록 해야 할지 몰라서 저를 부른 거라고 하셨습니다.
강아지가 혹시 거실에 응가를 하면 그냥 치워주면 되고, 오줌을 싸면 걸레질 한 번 더 하면 되니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래도 한 장소에서 대소변을 가리게 하면 강아지를 더 청결하게 키울 수 있을 거라며 교육을 하나씩 시작했습니다.
교육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살펴봐도 문제가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분이 강아지를 더 잘 키울 수 있도록 필요한 팁을 드리고 의뢰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평소 강아지를 매우 좋아하했는데, 너무 바빠서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때 마당에서 강아지를 한 마리 키웠어요. 하얀 진돗개라서 백구라고 불렀는데, 아주 새끼 강아지 때부터 키웠죠. 굉장히 추운 날이었어요. 작은 진돗개가 시멘트 바닥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제 방에 데리고 들어왔어요. 이불 속에서 얼마나 예쁘게 있던지…."
그런데 아버지가 마당에 강아지가 없는 걸 알고 찾다가 의뢰인의 방에서 발견하고는 화를 내며 다시 강아지를 마당에 묶어놓았다고 합니다. 그때만 해도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서 그분은 말 한마디를 못했답니다. 비가 올 때에도, 추운 겨울에도 진돗개는 밖에서 짧은 줄에 매인 채로 의뢰인의 방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아직도 그때 그 아이 눈빛이 잊히질 않아요. 아버지는 옛날 사람이세요. 술을 한잔 하시면 그렇게 백구를 때리셨는데 백구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방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그 후 저희 집이 이사 갈 때 가족들은 백구를 버리고 갔습니다. 아직도 마음이 아파요. 가족들은 어린 여자아이가 예민한 감수성으로 잠깐 그런다고 생각했겠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백구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파요. 얼마나 놀랐을까요? 3년을 같이 살던 가족이 자신을 버리고 떠났으니 얼마나 슬펐을까요? 우리가 이사한 다음 날 백구가 우리를 얼마나 찾았을까요? 요즘도 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줄에 매여 있는 강아지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나요."
의뢰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때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이번에 깊이 고민한 끝에 어렵사리 입양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일도 줄였다고 합니다. 그 의뢰인은 자신이 백구에게 빚진 기분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새로 들인 강아지에게 한없이 잘해 주고 싶고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잘 키우고 싶어요."
이 한마디는 어쩌면 강아지를 키우는 모든 분의 공통된 마음일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의뢰인이 제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짧든 길든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꼭 자신이 키우지는 않았더라도, 옆집에 있는 강아지를 보며 자란 기억이 있을 테지요. 지금 저 같은 훈련사를 불러서 시 간과 돈을 투자해 교육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은 강아지와 진심으로 잘 살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분들은 공통적으로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운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분들의 기억 속에서 강아지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여서, 먹고살기 바빠서,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사고로, 그렇게 친구였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잘 몰라서, 강아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몰라서 강아지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라면 그 안타까움이 더욱 클 것입니다. 마치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첫사랑 그 사람에 대한 마음처럼 말입니다.
"내가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강 훈련사, 내가 처음 서울 올라와서 자취 생활을 하는데, 적적해서 강아지 한 마리를 방에서 키웠거든, 근데. 이놈이 나만 보면 오줌을 싸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 작은 강아지를 발로 찼어. 그때는 뭐, 혈기도 왕성하고 그렇게 하는 게 교육인 줄 알았지. 그 뒤로도 한참을 그랬다가 그냥 다른 사람한테 줘버렸어. 그런데 지금 강 훈련사한테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프네, 그 녀석이 나한테 애정을 표현했던 거라니. 그때 내가 뭘 알았겠나? 강아지가 자기를 혼자 두고 나갔다 왔다고 괜히 날 괴롭히는 줄로만 알았지."
모든 사랑에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향한 마음만큼 기술이 따라주지 않아서, 사소한 오해가 생기고 관계를 망치기도 합니다. 반려견을 기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종의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현재 반려견을 둘러싼 환경이 좋은 나라들을 살펴보면 영국, 호주, 노르웨이 등 서구권 국가가 많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반려견과 함께하는 문화를 공유해왔습니다. 그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로부터 반려견을 사랑하고 함께 행복해 지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경문화권이었기 때문에 개를 가축으로만 대해왔습니다. 상대적으로 반려견으로서 개와 함께한 시간이 짧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 반려견과 관계된 문화나 정보, 연구 등 ‘반려견 사랑의 노하우’가 부족한 편입니다. 앞으로는 바뀌어야 합니다. 반려견 인구가 이미 1000만을 넘어섰습니다. 과거 농경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더 잘 키우고 싶다면, 자신과 반려견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우리는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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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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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반려견을 잘 키우고 싶다면 –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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