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이상하게도 우리는
'기회'를 주는 데 인색합니다.
언젠가 한 의뢰인의 집에 갔는데 귀여운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가 있더군요. 많은 강아지를 봐왔지만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충동적으로 강아지를 한 마리 더 입양하는 문제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역시 늘 그렇듯 똑같은 이야기로 끝이 났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지금은 안 돼!"
강아지를 키우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많은 책임이 따르고 내 생활을 강아지와 함께 나눌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런 각오 없이 또 강아지를 입양한다면 저 역시 다른 많은 무책임한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겠지요. 골든 리트리버를 보면서 느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퍼피 라이선스(Puppy License)'
이 말은 생후 4개월에서 5개월 사이의 강아지는 무슨 실수를 하던 혼내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유럽의 유명한 훈련사 투리드 루가스(Turid Rugaas)가 만든 타이틀입니다. 저 역시 이 말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모든 강아지에게는 '퍼피 라이선스'가 있습니다. 종이를 물어뜯어도 괜찮고, 아무 데서나 실수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강아지가 있는 집에서는 보호자가 주의해야 하겠지요. 강아지는 물고, 뛰고, 달리고, 점프 하고, 땅 파고, 화분 넘어뜨리고, 핥고, 잠자고, 쉬하고, 싸우고, 먹이를 보고 달려드는 게 당연하기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반려견을 기르는 보호자이니까요.
많은 사람은 강아지가 아주 어린 새끼일 때부터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이유는 잘못된 행동을 배울까봐서인데, 사실 강아지들은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깨물고, 핥고, 냄새를 맡는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기회'를 주는 데 인색한 편입니다.
우리 자신은 모두 기회를 갈망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에게는 특히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려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하나 간섭해야 하고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기를 바라지요.
어떤 의뢰인은 강아지가 움직인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문의하기도 합니다. 웃기는 일입니다. 강아지가 움직이는 게 당연한 건데,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을 못마땅해하다니요. 어쩌면, 우리는 반려견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을 그냥 바라봐주는 게 힘든가봅니다.
강아지들은 어린 시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껴야 합니다. 강아지가 거실에서 볼일을 봤다고 해서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습니다. 강아지가 슬리퍼를 깨물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슬리퍼를 깨물지는 않습니다. 단지 강아지는 소변을 참지 못했던 것이고, 화장실을 찾던 중 참지 못하고 실례를 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성장하면서 대장 근육과 괄약근이 강해지면서 화장실로 가는 길에 못 참고 실수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슬리퍼를 깨무는 것은 그냥 슬리퍼가 궁금해서입니다. 만약, 슬리퍼를 깨물었다고 해서 혼을 내거나 놀라게 했다면 주인 스스로가 그 슬리퍼에는 문제가 있고, 슬리퍼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강아지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아마도 강아지는 슬리퍼가 있는 곳에서는 항상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불안해 하거나 두려움을 느낄 것이고, 이런 감정은 배변 실수나 분리불안 등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이상행동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새끼 때에는 혼내면 안 됩니다. 두려움을 느끼게 해서도 안 됩니다. 적절한 사회화와 동시에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반려견은 분명히 건강하고 안정적인 성견으로 자랍니다. 안 좋은 버릇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요? 걱정 마세요. 보호자와 신뢰만 탄탄하다면 안 좋은 버릇이 생길 수 없습니다. 만약 생겼다 해도 금세 깨닫고 다시 배울 수 있습니다.
1. 많은 생각을 하게 하자.
강아지가 4, 5개월이 될 때까지는 많은 동작을 가르치기보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도와주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2. 강아지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심지어 다른 반려견이 싼 소변도 괜찮고 자신이 구토한 것도 괜찮습니다.
3.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지 입에 넣고 맛볼 수 있게 해주자.
혹시 위험한 것을 입에 넣더라도 혼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아지가 위험한 물건을 입에 넣을 수 있는 위치에 둔 것은 보호자의 잘못이지 강아지의 잘못이 아닙니다. 나뭇가지, 흙, 지렁이, 벌레, 나뭇잎 등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담배꽁초나 부패한 음식을 입에 넣었으면 빨리 조치해서 토해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런 곳에는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담배꽁초와 부패한 음식을 입에 넣지 못하게 교육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강아지는 그냥 뭐든 먹으면 안 된다고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안전한 곳에 가서 깨끗한 것을 마음껏 냄새 맡고 입에 넣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습니다.
4. 중성화 수술은 피할 것.
중성화 수술을 계획하고 있더라도 퍼피 라이선스가 있는 동안에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5. 강아지 줄은 3m 정도로 길게 하고 산책을 시작한다.
6. 그들의 아름다운 성장 과정을 존중한다.
강아지에게 무조건 보호자의 삶에 맞추라고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잘 자라는 것을 지켜봐주는 것입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출처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지나가다 예뻐서, 혼자 있기 외로워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가 개를 키우는 이유다...펼쳐보기
전체목차
반려동물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퍼피 라이선스란 –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동아일보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