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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냄새를 맡게 하는 것만큼 강아지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만큼 코를 사용하는 건 단순히 냄새를 맡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코로 맛있는 음식 냄새와 향긋한 꽃 향기를 맡습니다. 사람에게 코의 역할은 눈과 귀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들에게 코는 절대적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하는 모든 일을 한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냄새 맡는 과정을 노즈워크(Nose Work)라고 합니다.

강아지에게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이고, 명상을 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코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사들고 집에 들어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강아지한테는 새로운 냄새가 집에 들어온 것이므로 이 물건의 정체가 몹시 궁금할 것입니다. 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건의 냄새를 하나씩 알려주고 맡게 해주면 강아지는 편안해합니다. 강아지가 받는 스트레스 중 많은 부분이 냄새 때문이니까요. 만약 이런 냄새를 맡는 과정 없이 매번 그 냄새의 정체를 숨긴다면 강아지는 집 안이 달라졌다고 느껴서 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냄새는 강아지들의 사회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많은 사람이 사회성을 키워준다고 강아지들끼리 직접 만나게 합니다. 반려견 운동장이나 카페에 가서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것을 좋은 사회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처음 만나는 강아지들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멀리서 상대의 냄새를 충분히 맡고 성별이 어떻게 되는지, 나이는 어느 정도인지, 중성화는 했는지, 아픈 곳은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알게 한 뒤 만나게 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인사를 할 수 있습니다. 냄새를 맡는 것 자체가 사회화의 한 과정이니까요.

또 먹이를 그냥 주기보다 간식이나 음식을 숨기고 찾아 먹게 하는 놀이가 훨씬 더 좋은 방법이고, 공을 단순하게 던지고 가져오게 하는 것보다는 숨겨 놓은 공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훨씬 좋은 놀이이며, 반려견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특히 먹이를 먹는 것 때문에 많이 혼난 경험이 있거나 코를 쓰는 것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강아지들에게 효과적입니다. 강아지가 노즈워크를 시작하면 집 안 곳곳에 물그릇을 두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일(work)을 하면 목이 마르듯이 강아지들이 노즈워크를 하면 물을 더 마시게 되니까요.

노즈워크를 일상화하면 강아지들에게 변화가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평온한 상태가 되면서 꼬리가 부드럽게 내려갑니다. 꼬리가 내려갈 때에는 불안감을 느낄 때와 집중할 때인데 이때 꼬리의 모양이 조금 다릅니다.

불안감을 느낄 때는 꼬리 끝이 사타구니 안쪽으로 말려들어가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꼬리 끝이 내려가긴 하지만, 밖으로 말려 있거나 차분하게 바닥을 향하고 있습니다. 간혹 흥분 상태가 잘 가라앉지 않았을 때 꼬리가 내려가지 않기도 하는데, 감정은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을 가지고 평온함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좋습니다.

또 강아지들은 강한 스트레스 상태임을 표현할 때에도 냄새를 맡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 산책만 나가면,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냄새만 맡고 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그 강아지가 자신이 대장인 줄 안다며 줄을 당기고 나무랐지만, 사실 그 녀석은 짧은 줄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입니다. 3m 줄로 바꾸고, 천천히 움직이고 마음껏 냄새를 맡으면서 산책을 한 지 1시간 30분쯤이 지났을까? 정말 웃는 얼굴로 보호자에게 달려와 얼굴을 파묻는 모습을 봤을 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강아지가 코를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제 2개월 된 강아지에서부터 열 살이 넘은 반려견까지 노즈워크는 모든 반려견에게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이며 회복 프로그램입니다.

우리 사람도 화가 날 때에는 때로 화를 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든지 흥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흥분을 잘 가라앉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냄새를 잘 맡을 수 있게 해주세요. 반려견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자극 때문에 항상 피로감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특히 도시에서 살아가는 반려견들은 더 심하지요. 오토바이, 층간 소음, 택배 물건, 정면으로 다가오는 사람 등 노즈워크는 이런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완화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랍니다. 그러니 제발 반려견이 마음껏 냄새를 맡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