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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1980년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분노의 주먹

ⓒ Daum 영화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권투 시합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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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시합 장면

제이크의 시점으로 보이는 로빈슨, 트랙 인과 줌 아웃. 가만히 서 있는 로빈슨이 마치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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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렬하고 야만적인 아름다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권투를 소재로 한 영화는 하나의 중요한 계보를 차지한다. 〈성난 황소〉가 제작되던 무렵에만도 〈록키 2(Rocky Ⅱ, 1979)〉, 〈메인 이벤트(The Main Event, 1979)〉, 〈챔프(The Champ, 1979)〉 등 많은 권투영화가 나왔다.

그러나 〈성난 황소〉(분노의 주먹)는 다른 권투영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을 가지고 있는데 미들급 챔피언 제이크 라 모타의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복서로 성공하기까지의 영웅 신화의 이면에서 자기 파괴적인 폭력으로 몰락하는 거친 삶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제이크(로버트 드 니로)의 난폭한 권투시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도 역시 가혹한 싸움들로 점철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성난 황소〉는 말로는 제대로 의사표현을 할 줄 모르는 난폭한 사내의 영혼을 시적이고 대담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제이크의 결점들에 대해 결코 변명하지 않는다. 그 결점은 그 자신이 받고 또한 남들에게 가하는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형벌의 근원이며, 뿌리 깊은 여성혐오와 동성애 혐오를 보여준다. ‘성난 황소’란 제목은 제이크의 권투인생과 결혼생활에 있어 자기 스스로가 인정했던 어두운 광기를 상징한다. 제이크는 두 번째 아내 빅키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동생 조이를 질투하면서 폭력적인 언행으로 상처를 주고 끝내 그들과 멀어진다. 그리고 그는 비만한 몸의 삼류 코미디언으로 전락해 스스로에게도 폭력으로 화풀이하는 인물이다. 스코세이지는 한 인간의 성공과 가족의 해피엔드에 대한 기대를 당황스러울 정도로 뒤집고 있다.

〈성난 황소〉의 스토리가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을지라도, 영화 속 권투 시합 장면들은 양식화되어 있다. 즉, 아주 다양한 영화 기법들이 구사되면서 제이크의 삶을 지배하는 폭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제이크가 가운을 걸친 채 링 위에서 몸을 푸는 오프닝 장면은 딥 포커스 숏(deep focus shot)으로 링의 로프들이 전경에 뚜렷하게 돋보이며 링을 거대하게 보이도록 한다. 이런 분할된 화면 구성은 링의 로프에 갇혀 있는 듯한 모습을 통해 그가 권투의 폭력과 내적 폭력에 갇혀 있음을 의미한다. 사각의 링은 제이크를 제외하고는 적이거나 관객만이 있는 세계이다. 여기에서 흑백 화면, 슬로 모션과 나른한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간주곡은 그를 고독하게 보이게 하면서 동시에 시적이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느끼게도 한다.

최초의 권투 시합 장면에서 판정에 항의하는 관중들의 난동이 벌어지는데, 이것은 폭력이 링을 벗어나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할 것임을 암시하며 곧 제이크와 조이의 깡패 같은 싸움이나 아내에 대한 구타가 링 위에서 싸우는 그의 모습과 연결된다. 제이크는 권투 시합이 없을 때도 말다툼, 협박, 구타 등이 아니면 다른 사람과 교제할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분노의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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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레이 로빈슨(Sugar Ray Robinson)과의 마지막 시합에서 스코세이지는 지쳐 로프에 기대있는 제이크의 시점으로 로빈슨의 모습을 잡는다. 심한 상처를 입은 제이크는 마치 링 로프의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당하는 전사처럼 보인다. 소프트 포커스가 지금 링에 있다는 그의 의식을 제거해 버리는 동안, 카메라는 서정적인 슬로 모션으로 그를 향해 부유한다. 그리고 트랙인과 줌 아웃의 사용으로 링이 더 멀리 보이도록 하면서 가만히 서 있는 로빈슨이 마치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것은 영화 속 극적 상황과 제이크의 내적 심리를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이크는 이 대결에서 자신의 질투와 성적 콤플렉스와 조이와 결별한 책임을 로빈슨에게 무참히 얻어맞는 것으로 면죄부를 얻으려 하는 것처럼 읽힌다.

로빈슨이 결정타를 날릴 때는 연기를 이용해 조명을 흐리게 해서 그의 모습을 아주 위협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 숏들은 순간적으로 모든 사운드가 사라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로빈슨이 맹렬하게 가격하는 장면은 땀방울이나 튀는 피를 슬로우 모션으로 강조한다. 이렇게 빠른 편집에 이어 촬영 속도의 변화는 통렬하면서도 야만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또한 ‘쿵’ 하는 육중한 펀치 소리, 카메라 셔터와 플래시 터지는 소리 같은 음향효과의 강조, 땀과 피가 분출하면서 사방으로 튀어 나갈 수 있도록 작은 튜브들을 감춰 놓은 얼굴 특수 분장, 제이크가 패배한 후 360도 팬으로 사각의 링을 훑다 카메라가 제이크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로프에서 멈춰서는 것은 폭력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시합 장면의 편집은 제이크의 시합 전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가 징벌의 주먹을 맞고 있다는 식으로 편집되었다. 스코세이지는 카메라를 링 안에 머물게 함으로써 권투 영화의 법칙을 깨버렸고, 숏의 모양과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그 결과, 때로는 폐쇄공포증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인물의 고통이 한없이 연장되는 듯하다.

이 영화에서 권투 시합의 대부분은 스테디 캠으로 촬영해 역동성을 강조한다. 제이크가 대기실에서 복도를 지나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숏은 제이크의 동선을 따라 찍었다. 그를 보호하기 위해 따라오는 스태프들과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한 숏에 담기는 이 1분 30초의 롱 테이크는 관객이 제이크와 한마음으로 거침없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느끼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제이크의 심리 상태를 시끌시끌한 소음과 거대한 군중들로 가득한 경기장 안의 분위기와 긴밀히 연결시키는 것이다.

스코세이지는 영화 기법의 탁월함을 과시하거나 단순히 감각적인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물의 내면의 모습을 외면화시키기 위해 이렇게 다양한 시청각적 변조를 추구하며 독특한 영화적 리듬의 즐거움을 창조해 내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상당한 체중을 불렸다 줄였다 하면서 더욱 철저해진 연기의 교과서적인 모범을 보여주면서 제이크의 질투심과 링에서의 공격성이 자신과 가족에게 초래한 끔찍한 결과를 잘 표현하면서 그 인물에 공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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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호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회장(..펼쳐보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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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성난 황소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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