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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Chinatown제작시기 | 197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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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의 무대인 ‘차이나타운’은 필름 느와르의 고전인 오손 웰스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마지막 배경에 대한 장르적 인용이다. 〈상하이에서 온 여인〉에서 도덕적으로 타락한 주인공들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가 차이나타운이었다. 마지막 크레인 쇼트는 오손 웰스의 또 다른 필름 느와르인 〈악의 손길〉의 도입부 크레인 쇼트에 대한 오마주(hommage)다. 카메라는 지배 권력에 대해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 군상들을 점차 작게 보여주면서 그들을 압도하는 암울한 분위기를 제시한다.
인간성 파멸의 비극적 현장
〈차이나타운〉은 미국 국회 도서관에 국가 영화로 등록되어 있는 125편 가운데 하나이며, 로버트 타운(Robert Towne)의 시나리오는 교묘한 플롯, 멋진 대사, 시각적 상징, 참을 수 없는 욕망의 요소 등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에게 교과서로 여겨져 왔다.
이 영화는 1930년대 로스앤젤레스 근교 강물과 토지의 독점에 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타락한 경제, 정치 엘리트가 지배하는 사회를 탐정영화 장르 속에 담고 있다. 전직 경찰인 사립탐정인 제이크 기티스[잭 니콜슨(Jack Nicholson)]는 차이나타운 담당으로 근무하던 과거를 떨쳐내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무엇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암시되며, 영화의 결정적 클라이맥스에서도 그가 차이나타운에서 일으켰던 재앙이 넌지시 암시된다. 물 사용권을 둘러싼 가진 자들의 음모와 거기에 얽힌 탐욕과 살인과 근친상간의 문제까지 파헤치게 된다는 타운의 시나리오는 마치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미스터리 분위기를 끌어내면서도 복잡하게 얽힌 내러티브를 정교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차이나타운 장면은 성적, 정치적 타락에 의해 매몰되는 대단원의 비극적인 톤을 잘 보여 준다. 에버린(페이 더나웨이)이 딸이자 동생이기도 한 캐더린과 함께 멕시코로 도망치려 하고, 기티스(잭 니콜슨)는 에버린의 아버지 크로스(존 휴스톤)에 끌려 차이나타운에 도착한다. 에버린을 도우려 경찰을 따돌렸던 기티스는 그동안의 사건을 설명하려 하지만 저지 당하고, 과거 동료였던 형사반장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다. 크로스는 에버린에게 제발 분별 있게 행동하라며 애원하면서, 캐더린은 자신의 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에버린은 절대로 캐더린이 그 사실을 알게 할 수 없다며 갑자기 총을 꺼내 크로스에게 겨눈다. 기티스는 경찰에게 총을 맡기라고 소리치지만, 경찰은 크로스 편이라며 그에게 총을 쏘고는 차를 몰고 달아나기 시작한다. 경찰들은 기티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달아나는 자동차에 총을 쏘고, 마침내 자동차는 미끄러지며 길 저쪽에 멈춰 서고 날카로운 경적 소리가 비탄의 신호로 울려 퍼진다.
장면 전환이나 카메라 이동 없이, 넓은 밤거리의 전면과 길거리 한쪽에 경적 소리를 내며 멈춰 서 있는 자동차 한 대가 화면을 메운다. 달려온 경찰이 자동차 문을 열자 핸들에 박고 있던 에버린의 머리가 떨어지며 치렁치렁한 머리가 축 늘어지고, 그녀의 딸은 계속 비명을 지른다. 형사반장이 그녀를 시트에 바로 눕히자 얼굴은 피로 얼룩져 있고, 크로스는 커다란 손으로 울부짖는 어린 딸의 눈을 감싸안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기티스는 무기력하게 노려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는 형사반장에게 사건을 축소하라고 말하며 다시 뭔가 이야기하려 하지만, 형사반장은 마지막으로 호의를 베푸는 것이라며 형사들에게 기티스를 집에 데려가라고 한다. 그리고 한 형사 친구가 기티스를 풀어주며 “잊어버려, 제이크. 여긴 차이나타운이잖아(Forget it, Jake, it’s Chinatown)”라고 말한다. 기티스는 형사들에게 끌려 인간성 파멸의 현장에서 묵묵히 돌아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카메라는 천천히 크레인에 의해 올라가면서 롱숏으로 어두운 거리를 보여 주고 그 위로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이 암울한 결말은 권력 구도라는 단순한 사실을 재확인시켜 줄 뿐이다.
이 영화에서 ‘차이나타운’은 불행과 무법의 상징이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보여 주지는 않지만 스토리상으로 기티스는 과거 경찰 시절 차이나타운에서 사건 때문에 만나 사랑하게 된 여자를 잃은 적이 있고, 그래서 경찰을 그만 둔 것으로 암시된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한 번 자신이 도우려던 사람들이 권력에 의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면서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게 되고 좌절하는 것이다. 고전적 탐정 영화에서 ‘터프가이’ 주인공이 정의를 실현하면서 선은 항상 승리한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에서 기티스는 범죄를 파헤치지만 사립탐정 신분인 그가 해결할 수 있은 아무 것도 없다. 기티스는 자신의 신변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사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
이 마지막 장면을 놓고 타운과 폴란스키가 대립한 것은 유명하다. 타운의 원래 시나리오는 가뭄을 끝내는 억수같은 비 한 가운데에서 에버린이 크로스를 죽이는 것으로 끝난다. 죄 없는 희생양이 복수를 하고 악은 처벌받는다는 상대적으로 해피엔딩인 것이다. 그러나 1969년 아내 샤론 테이트(Sharon Tate)가 무참하게 살해되는 악몽을 겪은 폴란스키에게 인간과 세상은 그보다 더 어두운 것이었고, 그는 비관적 결말을 주장했다. 폴란스키는 에버린이 죽고, 크로스가 근친상간으로 낳은 자신의 딸을 양육하게 되며, 기티스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염세적인 결말을 택했다.
〈차이나타운〉은 부르주아의 부와 섹슈얼리티 사이의 딜레마를 신화적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그 스타일은 유럽 영화의 모던한 이미지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런 신화는 동시에 미국 멜로드라마의 틀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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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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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차이나타운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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