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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1969년
감독 데니스 호퍼(Dennis Hopper)
이지 라이더

ⓒ Daum 영화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국 횡단 장면들

영화의 초반부, 두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들은 대자연을 배경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종반부에는 공장, 다리 건설 현장 등 점점 삭막한 풍경이 배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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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횡단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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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반문화운동의 상징

〈이지 라이더〉는 1960년대 미국 문화를 잘 표현한 기념비적인 영화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는 젊은 세대의 히피문화로 대변되는 반문화운동의 시대였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인 1968년은 베트남전이 고조되면서 대학을 중심으로 반전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되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학생 데모가 격렬하게 일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흑인민권운동 지도자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했고 이어 민권운동에 기여한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되었다. 또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유혈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젊은 유권자들은 대다수가 반전 평화를 표방한 후보인 유진 메카시 상원의원을 지지했으나, 전당대회에서 예비선거에 참여한 적도 없는 기득권 세력인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뽑혔고 이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처럼 1968년은 사회집단 간 갈등이 심화된 시기였다. 1969년은 반문화운동의 상징이 된 우드스톡(Woodstock) 콘서트가 열린 해이며 동시에 젊은 세대의 반감을 산 닉슨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이처럼 격동의 시기에 제작된 〈이지 라이더〉의 문화적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며 미국 영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60년대는 젊은 영화인들의 ‘뉴 시네마’ 운동으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감수성의 영화들이 발표되면서 미국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띤다. 이 가운데 〈이지 라이더〉는 히피, 반문화운동이라는 시대정신의 정점에 위치한 영화이며,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가지고 미국 기성 사회를 강타한 저예산 독립영화이며 대안영화의 대표적 성공작이다. 이 영화를 제작한 피터 폰다(Peter Fonda)와 감독 데니스 호퍼(Dennis Hopper), 그리고 조연으로 출연한 잭 니콜슨은 LSD를 다룬 〈여행(The Trip, 1967)〉에서 같이 작업한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을 살려 만든 〈이지 라이더〉는 마약, 섹스, 폭력의 내용에 강렬한 록음악을 가미하여 컬트영화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이들의 감수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영화 전편에 가미된 사운드트랙이다. 반문화의 기수인 스테펀울프(Steppenwolf), 지미 핸드릭스(Jimi Handrix), 더 밴드(The Band), 밥 딜런(Bob Dylan) 등의 록음악이 등장한다. 록음악은 신세대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체였다.

〈이지 라이더〉는 와이어트(피터 폰다)와 빌리(데니스 호퍼)라는 두 주인공의 미국 횡단여행을 다룬 버디 영화이자 로드 무비이다. 스토리는 별로 대단할 것이 없다. 와이어트와 빌리는 멕시코에서 LA로 마약을 밀수한 뒤, 이를 판매한 돈을 오토바이 연료통 속에 숨기고 캘리포니아에서 뉴올리언스까지 오토바이로 미국을 횡단한다. 둘은 여행 도중 한 히치하이커를 태워준다. 이 남자는 ‘코뮨(commune)’을 설립해 자유연애와 공동생활을 하는 히피족이다.

두 주인공은 이 히피 캠프에 잠시 머무른다. 떠날 때 이 히피 남자는 두 사람에게 LSD를 준다. 두 사람은 도시에 도착해 퍼레이드 행렬을 오토바이로 쫓아가다 투옥되는데 여기서 민권운동 변호사 조지(잭 니콜슨)를 만난다. 조지의 도움으로 감옥을 나오고, 셋은 같이 여행을 시작한다. 어느 식당에 들른 그들은 긴 머리와 행색 때문에 보수적인 남부 백인 주민들의 경멸적인 눈총과 말을 듣는다. 마을 주민들은 이들의 야영지를 습격하는데 조지가 죽게 된다. 조지가 추천한 뉴올리언스 창녀 집에 간 둘은 창녀 2명과 마디 그라 축제를 구경하고, 공동묘지로 가서 LSD를 먹고 환각의 세계를 경험한다. 이 모든 것이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지 라이더〉는 여러 측면에서 당시 미국 사회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두 주인공의 이름은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와이어트는 전설적인 서부의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Wyatt Earp)’를 연상시키며, 빌리는 서부의 무법자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를 연상시킨다. 서부의 카우보이처럼 와이어트와 빌리는 가죽옷을 입고 있는데 와이어트는 미국 국기로 장식한 모던 스타일의 옷을, 빌리는 전통적인 카우보이 복장에 인디언 목걸이 장식을 하고 있다. 와이어트가 ‘캡틴 아메리카’란 별명으로 불리는 것도 미국을 대변하는 인물임을 강조한다. 이 현대판 카우보이들은 말 대신 오토바이가 이동 수단이다. 오토바이는 범죄와 무법자의 의미보다는 당시 반항하는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이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지 라이더〉는 전통 서부극에 대한 패러디이다. 부와 자유를 찾아 서부로 간 개척자들처럼 이들은 반대로 서부에서 출발해 미국 횡단을 한다.

〈이지 라이더〉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은 와이어트와 빌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 횡단을 하면서 자연 속을 달리는 장면들이다. 그들은 콜로라도 강과 모뉴먼트 밸리, 타오스 푸에블로 등 서부의 유명한 아이콘을 지나친다. 이 광활한 전경 속에서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두 젊은이의 모습은 사회와 문명과 도시에서 벗어난 두 인물의 자유를 형상화한다. 도입부에서 스테펀울프의 “본 투 비 와일드(Born To Be Wild)”의 노랫말은 자유의 탐색을 강조한다. “모터의 시동을 걸어라. 고속도로를 달리자. 모험을 찾아서··· 진정한 자연의 아이처럼 우리는 자유롭게 살도록 태어났다네.(Get your motor runnin’. Head out on the highway. Lookin’ for adventure··· Like a true nature’s child. we were born, born to be wild)”

이 영화는 자유를 그저 쉽게 얻을 수 있는 구호 정도로 극화하지는 않는다. 제목 〈이지 라이더〉는 원래 속어로 ‘여성에게서 돈을 뜯어먹고 사는 포주’라는 의미이다. 즉, 창녀의 ‘기둥서방’을 뜻한다. 이 영화에서는 뿌리 없이 떠돌아다니며 마약으로 쉽게 돈을 주인공들을 의미한다. 와이어트와 빌리는 자유를 찾아보려 하지만 결국 좌절하고 만다. 〈이지 라이더〉는 사회를 떠나 사는 삶의 매력을 여러 곳에서 보여준다. 와이어트는 여행을 시작할 때 차고 있던 시계를 버리는데 이는 문명의 족쇄를 떨쳐버리는 의미가 있다. 여행 중 한 농장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와이어트는 농부에게 “정말 멋져요. 전원을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죠. 스스로 일구며 사니 자랑스럽겠어요.”라고 말한다.

이어서 만난 히피는 도시의 삶을 비판하며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바람직함을 역설한다. 이 히피 남자가 사는 산 속의 공동체에 들른 와이어트와 빌리는 소박하게 농경생활을 하는 코뮨을 체험한다. 이들은 자유연애를 실천하고 농사를 지어 생활한다. 이들의 성적인 자유분방함은 히피즘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들의 캠프에는 곳곳에 평화의 상징이 붙어 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빌리는 와이어트에게 이제 큰돈도 벌고 자유도 얻었으니 플로리다로 가자고 말한다. 이때 와이어트는 빌리에게 “우린 실패했어.”라는 말을 반복한다. 이들은 마약으로 돈은 생겼지만 자유를 성취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이다. 죽기 전 조지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자기 자신이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물건이 되어 있는데도 자유롭다고 느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조지가 내뱉는 이 말은 곧 이 영화의 이데올로기적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조지는 부잣집 아들로 경직된 사회를 비판하며, 미국이 관습을 벗어난 모든 것을 두려워하며 파멸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식당에서 사람들의 눈총을 피해 야영하던 밤에 조지는 “이 나라는 대단히 좋은 나라였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편협과 편견으로 가득 찬 미국의 현실을 비판한다. 조지는 사람들이 두 주인공을 싫어하는 것은 이들이 ‘자유를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유로운 사람, 자유를 대변하는 사람을 보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은 그들의 운명을 예언한다. 자유를 찾아 나선 이들은 결국 살해당하고 만다. 또 창녀촌에서 와이어트는 벽에 걸려 있는 “죽음은 인간의 평판을 종결하고 그의 선악을 결정한다.”는 문구를 유심히 바라보는데, 그 순간 플래시포워드로 마지막 장면에서 와이어트가 오토바이가 불타며 죽는 순간의 이미지 한 숏이 삽입된다.

이들이 여행 중 발견한 것은 증오와 좌절로 가득 찬 미국의 자화상이다. 이는 자유를 중시한다는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또한 성공의 꿈을 가지고 서부로 향했던 개척자들이 마음속에 그렸던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그들의 여정은 결과적으로 지옥으로의 여행이다. 그들이 과거 노예시장으로 악명 높았던 뉴올리언스 마디 그라 축제에 참가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공동묘지이고, 이는 그들의 정신적 붕괴, 미국의 정신적 고갈을 상징한다. 공동묘지에서 LSD가 가져다주는 환각 속에서 벌이는 섹스 장면은 절망과 고통의 분위기를 제시한다.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이 흘러나오며 환각 상태의 네 남녀의 고통과 좌절의 이미지들이 겹쳐지는 모습들은 미국적 가치의 상실을 강조한다. 이 장면은 특히 스탠 브랙키지, 브루스 베일리, 케네스 앵거의 비서사적 실험영화 스타일을 차용했다.

반문화운동과 히피즘이 미국적 가치에 대한 점검을 시도한 것처럼 〈이지 라이더〉는 미국의 이상인 자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영화로 기록된다. 또 젊은이들이 자유를 찾아 나섰을 때 사회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의 죽음이 사회 질서의 위협에 대한 대가였는지 여전히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이지 라이더〉는 40만 달러도 안 되는 적은 제작비로 5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렸고 그럼으로써 할리우드의 관습에 반항하는 새로운 영화의 길을 닦아놓았다. 젊은 세대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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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호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회장(..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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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이지 라이더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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