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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1963년
감독 앨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교정 벤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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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벤치 장면

멜라니가 교정 벤치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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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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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장면

리디아는 깨진 찻잔들을 보고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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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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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장면

창가에서 기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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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주의와 몽타주의 혼합

〈새〉의 내러티브 구조는 고전 비극의 세 가지 기본 원칙인 장소, 시간, 행위의 일치를 따르고 있다. 즉 영화의 무대인 보데가 만이라는 한 장소에서 이틀 동안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돈 많고 속물적인 플레이걸 멜라니(티피 헤드렌)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새 가게에서 젊은 변호사인 미치(로드 테일러)를 만난다. 멜라니는 미치의 빈정거리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느끼고 그의 여동생인 캐시의 생일 선물로 줄 잉꼬 한 쌍을 들고는 보데가 만으로 향한다. 모터보트를 빌려 타고 선착장에 도착할 때, 갈매기 한 마리가 그녀에게 덤벼들어 이마에 상처를 입힌다. 이는 마을 전체에 닥칠 운명의 전조다. 그리고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새들은 점점 수가 불어나고 또한 위험한 존재로 변해간다.

〈새〉에서 히치콕은 오직 영화 형식의 힘을 통해 불가해한 공포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치의 어머니 리디아가 농부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은 정교하고 극적인 영상과 사운드 기법의 예를 보여준다. 리디아는 차를 몰고 농장을 찾아가 집 안에서 농부의 이름을 부르는데 아무 대답이 없자 망설이이면서 살짝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농부를 찾는다. 그때까지 집안은 조용하며 아무런 흔적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여자라면 그냥 집을 나서겠지만, 히치콕은 리디아를 집 안에 묶어두기 위해 그녀가 불현듯 부엌의 손잡이 부분만 남고 몸체는 깨진 채 고리에 걸려 있는 찻잔들을 발견하도록 했다.

관객은 앞 장면에서 새들이 미치의 집을 공격한 뒤에 그릇이 깨진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강 추측하고 집중하게 된다. 리디아는 복도를 지나 문이 열려 있는 방 안을 들여다보는데,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난장판이 돼버린 방 안(갈기갈기 찢어진 블라인드, 기울어진 램프, 흩어진 깃털, 흩어진 책, 새똥으로 더럽혀진 신발, 침대 위의 죽은 까마귀)이 드러난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리디아는 바닥에서 열린 문 가장자리에 남자의 피 묻은 맨발과 찢어진 잠옷 속의 맨발을 본다. 리디아가 한 발자국 더 내딛자 짧은 3개의 점프 컷으로 구석에 주저앉아 눈알을 파 먹힌 농부의 시체가 제시된다.

이 장면 내내 무겁게 지속되던 정적은 이제 핸드백을 쿵하며 떨어뜨리고 팔을 결사적으로 휘저으며 복도를 따라 도망쳐 나오는 리디아에 의해 깨져 버린다. 그 순간 리디아는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지만 관객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공포로 몸이 굳어져 거의 말을 못하며 우리에게 돌진해 오는 모습과 그녀의 발자국 소리를 에코로 처리해 강조한다. 리디아는 용수철처럼 현관 앞길로 튕겨져 나온다. 눈빛이 풀리고 입을 벌린 채 꺽꺽대는 그녀는 완전히 말문이 막힌 상태이다. 놀란 농장 일꾼을 밀치고 트럭에 올라탄 그녀는 구명대라도 되는 것처럼 운전대를 붙잡고 내달린다. 트럭이 출발할 때 나는 날카로운 엔진소리는 마치 그 트럭이 쇼크를 받아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그녀의 고통을 더욱 극적으로 나타내는데 히치콕은 트럭이 그녀의 상태를 표현하도록 한 것이다.

농장에 도착할 때와는 달리 차를 몰고 떠날 때는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난다. 롱 숏으로 트럭이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리는 모습은 그녀의 흥분된 감정 상태를 잘 표현한다. 히치콕은 이렇게 농부 집의 조용함과 이상하게 깨져 있는 찻잔으로 관객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고조시킨 다음 끔찍한 광경을 보여줌으로써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멜라니가 초등학교 교정 벤치에서 캐티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장면은 몽타주를 통해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히치콕 특유의 기법을 잘 드러내 준다. 멜라니는 벤치에 걸터앉아서 핸드백에서 멋진 검은 에나멜 상자에서 담배를 꺼내는데, 그녀는 지루함, 초조함, 근심이 합쳐진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녀의 뒤편 철봉 놀이기구인 정글짐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멜라니는 담배를 피다가 문득 학교 쪽을 돌아본다.

정글짐에는 이미 10마리 정도의 까마귀가 앉아 있다. 멜라니는 까마귀가 벌써 그렇게 많이 앉아 있는 것을 전혀 모르지만, 관객은 까마귀가 슬슬 모여들면서 상황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불안스럽게 담배를 피며 교실 쪽을 바라보는 멜라니의 모습과 교차되면서 새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멜라니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길게 보여주고, 교실에서 아이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깔다가 하늘에서 날아드는 한 마리 새를 따라가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이미 새까맣게 정글짐을 뒤덮은 까마귀들을 잡는다.

여기에서 카메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멜라니의 얼굴을 보여줄 때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조금씩 불안해하는 얼굴 표정을 점점 크게 보여준다. 또한 관객은 까마귀가 모여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면, 멜라니는 한동안 그 사실을 모르는 채 있다. 관객은 상황이 위험해지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멜라니 때문에 더 긴장된다. 이런 불안한 상황과 그 상황을 전혀 모르는 아이들의 청명한 노래 소리는 대조를 이루어 더욱 불안하게 한다. 멜라니가 피는 담배는 관객에게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게 하는데, 까마귀 떼들이 새까맣게 모여든 것은 멜라니가 담배 한 대를 몇 번 피다가 꺼버린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난 사건임을 인식하게 함으로서 관객을 더욱 긴장시킨다.

그리고 아치를 그리며 머리 위를 홀로 날아가는 까마귀를 따라가다 마침내 엄청난 수의 새들을 보게 되는 멜라니는 벌떡 일어나 뒷걸음친다. 교실 쪽으로 슬금슬금 물러서는 멜라니의 시선처럼 카메라는 새들로부터 멀어진다. 교실 안에서 멜라니의 말을 전해들은 여선생은 소방훈련을 가장하고 아이들에게 조용히 걸어 나가서 뛰라고 소리치면 뛰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새들의 모습을 약 30초가량 길게 보여주는데, 애들이 지금 어디 있는가 하고 궁금해 하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달리고 있는 아이들의 소리와 새들이 일제히 습격하는 것을 보게 된다. 즉 계단을 내려오는 아이들과 기다리고 있는 까마귀들을 몇 번 반복해서 보여주는 교차편집이 아닌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창조한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한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이 장면에서의 기술적인 면은 다소 원시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촬영 과정 등 당시로서는 기술적으로 탁월한 장면이었다.

히치콕이 몽타주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또 다른 예는 주유소의 폭발 장면이다. 주유소 직원이 주유를 하는데 새의 급습을 받고 뒤로 벌렁 자빠지는 순간 주유기가 바닥에 내던져지면서 휘발유가 흘러나와 땅을 가로질러 적셔나가기 시작한다. 카페의 창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과 멜라니의 반응이 계속해서 휘발유가 길을 따라 흘러가는 모습과 교차된다. 한 사내가 차에서 내려 성냥불로 담뱃불을 붙이자 사람들은 불씨를 떨어뜨리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어리둥절한 사내는 성냥불을 무심결에 내던진다. 이 순간 자동차의 폭발과 불기둥이 사내를 삼킨다.

여기에서도 히치콕은 관객이 그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게 하는 반면, 이제 막 차를 몰고 와 차를 세운 사람은 그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자기 주변이 휘발유로 젖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한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그 사람이 무심코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관객의 긴장감은 절정에 달하는데, 관객은 이미 제공된 정보를 통해 일어날 상황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에서 비롯된 긴장과 공포는 폭발 그 자체의 놀라움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강한 효과를 빚어낸다.

그 다음에 보이는 것은 불길이 휘발유가 흘러온 길을 따라 치닫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멜라니의 얼굴 반응 숏들이다. 불길을 따라 시선이 변하다 마침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는 7개의 클로즈업 숏에 이어 시가지 한복판에 불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하이 앵글 숏이 제시된다. 그리고 천천히 날아드는 새떼들이 프레임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화염 숏들은 휘발유 길을 따라가는 불길의 움직임과 불길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 움직임 모두를 보여준다. 반면에 공포로 입을 벌린 멜라니의 얼굴 숏들은 정지 상태로 거의 정사진들처럼 보인다. 즉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으며 카메라 또한 그녀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히치콕은 그녀의 고개가 불길을 따라 돌아가는 대신에 다만 정지 상태에 처하고 있는 행위를 보여줌으로써 그녀의 관심을 추측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히치콕은 불줄기와 멜라니의 얼어붙은 얼굴 클로즈업을 몽타주를 통해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순간적인 사건을 길게 연장시켜 세세하게 보여주면서 관객의 서서히 긴장시킨다. 이러한 요소는 숏들 사이에 방향의 충돌이나 움직임과 정지상태의 대조라는 조형적인 편집 요소를 이용하고, 시간을 압축하고 확장하기도 하는 운율적 편집(편집 리듬의 조절)을 통해 놀라움(예기치 못했던 일련의 빠른 숏들을 통해서)과 서스펜스(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반복함으로써 우리의 기대를 지연시키는 일련의 숏들을 통해서)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히치콕은 이렇게 멜라니의 얼굴과 그녀의 눈에 보인 상황을 반복하며 관객들에게 사건을 주인공의 시점으로 보게 하고, 영화 속의 현실을 마치 자신의 체험처럼 착각하게 한다. 이런 방식은 주관적인 시점 카메라를 사용한 독일 표현주의 양식과 러시아 몽타주 이론을 혼합해 사용한 히치콕의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주유소가 폭발한 후 멜라니는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밖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새떼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 새에게 공격을 당해 전화박스에 피 묻은 얼굴을 부비며 쓰러지는 모습 등)을 본다. 비좁은 전화박스 안에서 끔찍한 장면들을 지켜보며 공포에 질려있는 멜라니의 얼굴을 카메라는 위에서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멜라니의 얼굴 표정은 극장의 좁은 의자에 앉아 끔찍한 영화의 장면을 보면서 두려움에 질리는 관객의 표정과도 일맥상통한다. 히치콕은 멜라니의 모습을 통해 관객의 심리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새〉에는 몇 가지 선구적인 기법이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매트 기법을 이용해 기계로 된 새와 진짜 새를 섞어서 새들의 공격을 더욱 무시무시하게 표현했다. 또한 새들의 울음소리와 위협적인 날개의 퍼덕임과 불길하게 뒤섞이는 기이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전자음악은 점진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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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호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회장(..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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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 저자신강호 | cp명커뮤니케이션북스 도서 소개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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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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