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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1966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공원 장면

카메라를 들고 공원을 다시 찾은 토마스는 분명히 어젯밤에 본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에 정말 혼란스럽다. 그가 본 것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안토니오니는 화려한 토마스의 일상 세계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마음을 끄는 이 공원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고 평온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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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장면

마임 패거리들이 공 없이 테니스를 치고 있다. 그들은 실제 경기를 하는 것처럼 진지하기만 하다. 토마스는 처음에 그런 상황이 신기한 듯 지켜본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 게임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어떤 결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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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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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상류층의 권태를 중심으로 한 〈정사〉와 〈붉은 사막〉 같은 걸작을 발표한 안토니오니는 〈확대〉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영화감독의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확대〉는 안토니오니가 처음 해외 로케이션을 한 영화로 런던이 무대다. 런던이 대중문화를 전 세계에 유행시키던 시기에 바로 그곳에서 제작된 것으로 반항적인 시대에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분위기를 포착하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살인을 목격한 자기중심적인 한 사진작가를 통해 예술가와 사회와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동요하는 존재의 소외감을 그린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확대〉는 뛰어난 예술영화로 안토니오니는 장르나 스타보다는 주제와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 안토니오니 영화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제작비를 들인 상업 영화의 세계에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확대〉는 1960년대 중반에 전 세계 관객들에게 영향을 준 자유와 창의적인 청년 문화의 진원지인 ‘동요하는 런던’에 관한 영화다. 〈확대〉에서 제시된 패션, 록 음악, 마리화나 파티 등의 하위문화는 당시 관객들을 매혹시켰는데, 이 영화가 큰 성과를 거둔 이유는 유럽과 할리우드, 섹스와 철학, 예술과 오락을 풍부하게 혼합시켰기 때문이다.

〈확대〉의 플롯은 성공한 젊은 패션 사진작가의 24시간 동안의 생활을 따라간다. 이 영화의 주제는 주인공이 결국 어떤 것을 발견한다는(구체적으로는 무기력을 확인한다는) 극히 단순한 것이다. 〈확대〉는 상당히 파편적인 내용에 비해 하나의 일관된 목소리를 갖는다. 그것은 한마디로 실재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회의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긴장감은 인간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데서 나온다. 안토니오니는 이를 위해 고전적인 미스터리-스릴러 플롯을 사용해 사실들의 불가사의한 힘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해서, 좀 더 말하자면 보이는 것 속에 감춰진 것과 보이는 것에서 나타나는 것에 대해 안토니오니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탁월하게 설명한다. 영화 속 스토리에서 토머스(데이비드 헤밍스)는 공원을 산책하던 중 젊은 여인과 늙은 남자가 밀회하는 것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공원에서 찍은 필름을 현상하고 확대하다가 그는 두 연인을 겨누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권총을 나무들 사이에서 발견하고, 또 다른 사진을 확대하다가 쓰러져 있는 몸체를 발견한다.

이 발견은 사진의 ‘확대’ 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사진은 종종 거짓 없는 현실을 보여 주는 증거물로 사용된다). 안토니오니는 토머스가 시체를 발견한 것은 실제로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사진에 의한 것임을 즉, 주관적이 아닌 철저한 객관적 사실임을 주인공의 집요한 확대 작업을 통해 강조한다. 카메라가 잡은 틀림없는 현상, 이것은 나중에 그가 다시 밤에 공원으로 가서 시체를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 보충된다.

이른 아침 다시 카메라를 들고 공원을 다시 찾은 토마스는 분명히 어젯밤에 본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에 대해 정말 혼란스럽다. 그가 본 것이 현실이라는 증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자신에게 반문하지만 사진 속의 영상이 정확했었는지도 단언할 수 없다. 어쩌면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것이거나 상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체념은 허공을 바라보는 공허한 표정으로 처리되는데, 몹시 흔들리는 나뭇잎들에서 4~5초간 카메라가 멈춘다.

바람은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모호한 실체인 것이다. 흔들리는 나뭇잎은 바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비유의 비약이 좀 심한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을 바람으로 보았을 때 스토리는 다소 확연해진다. 숨어 있는 진실 즉, 보이지 않는 그것이 과연 어떻게 보일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면 안토니오니가 잡아낸 흔들리는 나뭇잎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감독은 화려하고 한정되어 있는 토마스의 일상 세계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마음을 끄는 이 공원을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게 보여 준다. 고요함, 세련된 색채, 키 큰 나무들의 오랜 흔들림, 그야말로 평온함 그 자체다. 그런데 토머스가 살인,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 평온함의 순간인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증거가 사라지고 토마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믿었던 살인사건에 대한 확신을 읽고, 자기 삶을 채우고 있는 자질구레한 일들에 떠밀려 그 사건을 그냥 잊어버리고 만다.

인적이 없는 으슥한 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팬터마임 패거리들이 공 없이 테니스를 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거의 결정적인 결론을 제시한다. 허망한 마음으로 공원을 내려오던 토머스는 영화 초반부에 등장했던 괴상한 옷을 입고 화장을 한 대학생들과 다시 마주친다. 있지도 않은 공과 라켓으로 테니스를 하는 마임 패거리들은 실제로 경기를 하는 것처럼 진지하기만 하다.

구경하는 패거리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공이 그리는 허위의 포물선을 따라 눈과 고개를 움직인다. 카메라는 이 상상의 테니스공을 쫓아가기도 한다. 토마스는 처음에 신기한 듯 그 게임을 유심히 지켜본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하고 긴장되는 장면인데, 과연 어떤 영화가 이런 우스꽝스런 장면을 이렇게 진지하게 처리하겠는가? 철조망 밖으로 넘어온 보이지 않는 공은 주인공의 저편으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카메라는 공이 잔디밭을 구르고 있는 것처럼 흔들거리며 따라간다. 그리고 한 어릿광대의 공을 주워달라는 요구의 제스처에 토마스는 잠시 주저하지만 천천히 걸어가 공을 주운 척한 다음 두어 번 튕긴 후 힘껏 헛손질을 하며 테니스장 쪽에 공을 던져주는 시늉을 한다.

이제 그는 그 놀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어떤 결말에 이른다. 그의 시선은 마치 공이 보이는 것처럼 좌우로 왔다 갔다 하고 테니스 치는 소리가 아주 작게 서서히 들리기 시작한다. 토머스는 자신의 삶이 한정되고 거짓된 세계에 놓여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제 남은 것은 실패했다는 의식이라는 것을 씁쓸하게 깨닫는다. 카메라는 천천히 위로 빠지며 잔디밭에 고독한 모습으로 서 있는 토머스를 작은 점처럼 보여 주다 어느 한 순간, 그도 시체처럼 사라진다.

토머스가 공 없이 치는 테니스에 동참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는 미묘한 주제를 이끌어 낸다. 현대 세계는 불확실하다고 믿는 안토니오니는 그 불확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미지의 모호함을 실험했다. 안토니오니는 할리우드영화 스타일의 내러티브 논리를 파괴함으로써 당시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 읽기를 요구한 것이다.

토마스는 공원에서 우연히 한 여인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는 과연 살인자도 찍었을까? 그가 사진을 확대할수록 이들은 점점 더 알갱이처럼 혹은 추상적으로 보인다. 탐정소설 구조를 통해 영화는 사진의 현혹적인 원리를 조사하며 그대로의 진실을 밝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8 1/2〉, 잉마르 베리만의 〈페르소나〉와 함께 〈확대〉는 현대영화가 매체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중요한 예가 되었다.

이 영화는 프랜시스 코폴라의 〈도청(Conversation, 1974)〉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필사의 추적(Blow Out, 1981)〉에서 오마주되기도 했고, 하길종 감독의 〈속 별들의 고향〉 초반부, 장미희가 정신병원을 퇴원할 때 한쪽에서 환자들이 공 없이 배구를 하는 모습은 이 장면의 인용이기도 하다. 하명중 감독의 〈X〉에서는 공 없이 농구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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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호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회장(..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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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 저자신강호 | cp명커뮤니케이션북스 도서 소개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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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확대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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