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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1950년
감독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선셋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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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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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가 노마에게 촬영 준비가 되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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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곁을 떠날 순 없어

〈선셋 대로〉는 영화사에 관한 영화로 할리우드에 관한 영화들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당시 할리우드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타락한 일면을 통해 영화산업의 어둡고 절망적인 측면을 제시했다.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인해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진 무성영화 시대 스타의 쇠락과 파멸을 음울한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는 이 영화는 형식에서도 가장 비관적이고 반할리우드적인 필름 느와르(film noir)각주1) 장르를 선택했다.

〈선셋 대로〉는 추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잊혀진 왕년의 무성영화 스타 노마(글로리아 스완슨)와 행운을 붙잡으려는 가난한 시나리오작가 조(윌리엄 홀든)와의 비통한 공생 관계가 기본 플롯이다. 선셋 대로를 달리는 카메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이윽고 한 저택의 풀장 속에 죽어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영화는 왜 그가 이렇게 죽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바로 죽은 자의 목소리로 풀어간다. 영화는 플래시백을 통해 6개월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는 노마의 선셋 대로의 낡은 저택에 우연히 굴러 들어가게 되는데, 노마는 이 음침한 집에서 20년이나 묻혀 살고 있으면서도 팬들이 여전히 자기를 갈망한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한물 간 여배우이다. 노마는 조에게 자신이 주연할 새 영화의 대본을 맡기면서 불가능한 과거의 영광을 꿈꾼다. 조는 노마의 연인이 되어 사육되는데, 편집증적이고 향수와 환상 속에 사로잡혀 있는 늙은 노마에 대한 냉소와 연민, 환멸과 애정 사이를 오가던 조는 그녀로부터 탈출하려다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프는 사운드의 도래와 그로 인한 할리우드의 변화이다. 과거에 묻혀 사는 무성영화 스타나 좋은 대사를 못 쓴 시나리오 작가, 하인이 된 무성영화 감독 맥스처럼 등장인물들은 새로운 변화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사람들이다. 〈선셋 대로〉에서 인물들의 역할과 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실제 인생이 매우 비슷하다. 당시 53세였던 글로리아 스완슨은 무성영화 시절 스타로 1928년 할리우드에서 가장 비싼 배우였다. 하지만 유성영화의 도래로 10년째 은거하던 차였다. 그녀는 대중들에게 외면받은 채 뉴욕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영화 곳곳에서 노마를 통해 스스로를 패러디(parody)각주2) 한다.

그녀의 전남편이자 무성영화 감독이었지만 몰락한 채 팬레터를 위조하는 등 옛 아내의 망상을 지켜주는 충실한 집사인 맥스로 등장하는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도 실제로 1920년대 〈탐욕(Greed, 1923)〉, 스완슨 주연의 〈여왕 켈리(Queen Kelly, 1929)〉 같은 걸작을 남긴 위대한 감독이었다. 그렇지만 유성영화는 두 편밖에 연출하지 못했고, 말년에는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나치 군인을 역할을 하거나(장 르누아르의 〈위대한 환상〉) 스스로를 패러디하는 처지가 되었다. 노마가 재기를 꿈꾸며 스튜디오로 찾아가 만나는 세실 B. 데밀 감독도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실제로 〈삼손과 데릴라〉를 촬영하고 있었던 그는 무성영화에서부터 경력을 시작해 유성영화 시절에도 살아남은 대표적 감독이었다.

노마가 거실의 스크린을 통해 20여 년 전 자신이 주연한 무성영화를 조에게 보여주며 추억에 빠지는 장면에서 노마는 조에게 만족스러운 태도로 “대사가 필요 없잖아···, 얼굴이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그 영화는 바로 폰 슈트로하임이 감독했던 〈여왕 켈리〉의 한 장면이다. 노마가 친구들과 카드 게임을 하는 장면에서 세 친구는 모두 실제 무성영화 스타들이었다. 찰리 채플린과 함께 슬랩스틱 코미디의 황제였던 버스터 키튼, 채플린의 옛 애인이던 안나 Q. 닐슨, 그리고 한때 예수 역을 맡았던 H. B. 워너가 바로 그들이다. 버스터 키튼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은 역설적으로 세월의 무게와 힘겨움을 전해주는 듯하다. 이렇게 영화는 제목 그대로 떠오르는 일출이 아닌 저물어가는 일몰의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노마는 조의 젊은 연인 베티(낸시 올슨)에 대한 질투와 노마 곁을 떠나려는 조 때문에 거의 실성한다. 조는 그런 그녀에게 영화는 제작될 수 없으며, 그 동안의 팬레터들도 맥스가 써 보낸 것들이라고 폭로하고 50세라는 나이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결국 노마는 “아무도 스타 곁을 떠날 수 없다”며 마침내 조에게 총을 쏘고, 그는 수영장 안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렇게 노마가 갈망하던 꿈이 이루어진다. 살인 사건 때문에 몰려온 경찰들과 기자들이 노마를 둘러싼 가운데, 뉴스 촬영반의 카메라가 도착하자 정신이상이 된 노마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맥스에게 웬 카메라냐고 묻는다. 비통한 맥스가 노마에게 촬영준비가 되었다고 말하자, 노마는 데밀 감독님에게 곧 나가겠다고 전해달라고 한다. 사람들이 의아해 하자 한 경찰이 노마를 아래층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한다. 계단 위의 노마에게 조명이 켜지자, “무슨 장면이야. 여기가 어디지”라고 묻는 노마에게 맥스는 바로 궁전의 계단이라고 말한다. 드디어 카메라가 돌아가고 측은하고 착잡한 감정의 맥스가 레디 고를 외치며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감독 역할을 한다. 그리고 노마는 자신이 만들려던 〈살로메〉의 공주처럼 화려한 몸짓을 하며 서서히 계단을 내려온다. 그녀의 열망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노마는 너무 기뻐서 촬영을 더 못하겠다며 데밀 감독님에게 한 마디만 더하겠다고 한다. “고마워요. 우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 출연하게 돼서 전 너무너무 감격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여러분이 몹시 보고 싶었어요. 앞으론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이 〈살로메〉가 끝나면 영화를 또 만들고 또 만들 겁니다. 이건 제 인생이니까요. 계속 이어질 겁니다. 우리와 카메라와 그리고 저 어둠 속에서 일하는 스태프가 있으니까요. 자! 어서 클로즈업을 찍으세요.” 노마가 실성한 채 읊조리는 이 대사는 한마디로 처절하다. 노마는 요염한 동작을 취하며 카메라 렌즈를 향해 다가가고, 프레임 가득히 환상에 젖어있는 노마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 그 이미지는 마치 신기루처럼 페이드 아웃된다. 이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스완슨의 광기 어린 모습은 압도적이다.

〈선셋 대로〉는 할리우드의 실상과 허상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또 그것을 음침하게 웃어넘기는 블랙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죽음으로 시작해 광기로 끝나는 스토리 속에서 죽은 남자와 미친 여자는 모두 환상을 쫓던 ‘할리우드 사람’들이며, 이들의 죽음과 광기는 신화와 전설과 영광을 마구 찍어내는 할리우드가 뜯어내 버린 딱지 같은 것이다. 〈선셋 대로〉는 진정한 비극으로서 할리우드의 본질에 대한 우화이자 영화산업에 대한 예리하고 의미 있는 논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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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호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회장(..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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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 저자신강호 | cp명커뮤니케이션북스 도서 소개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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